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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노자와 교회 : 유.에스.에이 펜스군에게
  • 김유철
  • 등록 2018-02-20 10:37:39
  • 수정 2018-02-20 10:4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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天長地久 天地所以長且久者 以其不自生 故能長生 是以聖人 後其身而身先 外其身而身存 非以其無私耶 故能成其私 



천지는 영원하다. 천지가 영원한 까닭은 그 생을 자신의 것으로 삼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래 살 수 있는 것이다. 그런즉 성인은 그 몸을 앞세우지 않으므로 오히려 추대를 받고 그 몸을 도외시 하므로 오히려 영원히 존재한다. 성인에게는 사욕이 없기 때문에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닐까? 그런 까닭에 능히 대아大我를 이룰 수 있는 것이다. (무위당 장일순의 노자이야기. 2003. 삼인)



미스터 펜스, 하우아유


▲ (사진출처=마이크 펜스 부통령 페이스북)


자네가 사는 나라의 시작이 불과 200여년에 지나지 않아 동양 사람들이 부르는 고전이나 경전이란 말이 낯설 거야. 난 그런 경전 중의 하나인 <노자>에 나오는 사람일세. 자네가 한자문화권의 경전을 섭렵하지 못했다하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늘아래 새로운 것이 있겠나? 자네 개인이든 자네가 몸담고 있는 나라의 사람들도 모두 하늘 아래 살고 있으니 하늘의 이치는 어디에서나, 누구에게나 일관되게 통하는 것이지. 그런 의미로 봐서는 자네와 나는 별로 차이 나는 것이 없어. ‘도道’라고 하는 시작도 끝도 없는 관점으로 보자면 자네와 나는 동시대인이기도 해. 2500여년이란 세상의 시간은 하늘에서는 순간에 불과한 것이니까.


지금은 유.에스.에이라고 부르는 그 땅에 오래전부터 사람이 살고 있었지. 비록 자네보다 앞선 자들이 대서양을 건너와 원주민들을 거의 멸종시켰지만 그들은 들소와 독수리와 함께 살던 나바호족·모히칸족·아파치족·체로키족 등이었어. 인종학적으로는 그들의 대다수가 몽골반점을 가진 것으로 보아서는 어쩌면 아주 오래전에 그쪽으로 이주한 것으로 보이지만 자네 선조들은 그들을 단지 인디언이란 이름으로 불렀지. 



시애틀(Seatlle) 추장의 편지



그 신성한 대륙에 대서양을 건너 도착한 유럽인들은 원주민인 그들과 오랜 전쟁을 벌였어. 하긴 전쟁이 아니라 학살이었겠지만 200여 년 전 자네들의 선조는 유.에스.에이라는 나라의 시작을 그런 살육으로 시작했으니 별로 할 말이 없네. 아무튼 그런 일방적이고 끝없는 전쟁이 끝나갈 무렵인 1854년 당시의 자네 나라 대통령 프랭크린 피어스에게 지금의 워싱턴 인근에 살던 수꾸와미쉬족의 시애틀 추장이 편지를 보낸 적이 있었어. 아마 그것은 자네도 들어서 알고 있을거야. 조금 요약한 편지 내용을 한 번 새겨보시게.


“워싱턴의 대추장(프랭크린 피어스 대통령)이 우리 땅을 사고 싶다는 제안을 보내왔다. 우리가 땅을 팔지 않으면 백인들이 총을 들고 와서 우리 땅을 빼앗을 것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저 하늘이나 땅의 온기를 어떻게 사고 팔수 있는가? 우리로서는 이상한 생각이다. 공기의 신선함과 반짝이는 물을 우리가 소유하고 있지도 않은데 어떻게 그것들을 팔수가 있다는 말인가? 우리에게는 이 땅의 모든 부분이 거룩하다. 빛나는 솔잎, 모래 기슭, 어두운 숲속 안개, 밝게 노래하는 온갖 벌레들, 이 모두가 우리의 기억과 경험 속에서는 신성한 것들이다. 나무속에 흐르는 수액들은 우리의 기억을 실어 나른다. 백인은 죽어서 별들 사이를 거닐 적에 그들이 태어난 곳을 망각해 버리지만, 우리는 죽어서도 이 아름다운 땅을 결코 잊지 못하는 것은 이것이 바로 우리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땅의 한부분이고, 땅은 우리의 한 부분이다. 향기로운 꽃은 우리의 자매이다. 사슴, 말, 큰 독수리, 이들은 우리의 형제들이다. 바위산 꼭대기, 풀의 수맥, 조랑말과 인간의 체온, 모두가 한 가족이다. 조상들의 피다. 물결의 속삭임은 우리 아버지의 아버지가 내는 목소리이며 강은 우리의 형제이다.”



물에 얼굴을 비추어 보시게.



한국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개막식에 유.에스.에이의 대표로 참석했더군. 그런데 올림픽 축하사절로 오는 여정이 재미있었어. 알래스카에 있는 미군 북부사령부에서 미사일방어(MD)에 대한 브리핑을 보고받고, 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 기지를 거쳐 일본으로 가서 아베와 함께 요코타 공군기지를 방문하더군. 자네는 아베와 함께 한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곧 북한에 가장 강력하고 공격적인 경제 제재를 가할 것”이라며 또한 “북한의 체제 선전이 평창 올림픽을 강탈하는 것을 용인하지 않겠다. 북한이 도발행위를 올림픽기 밑에 숨기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라고 했어. 자네는 한국에 들어와서도 논란 많은 천안함 기념관을 찾아갔지. 무슨 생각으로 그곳을 갔는지는 추측하기 어렵지 않은 일이었어. 


▲ (사진출처=마이크 펜스 부통령 페이스북)


한마디로 도가 지나치더군. 평창올림픽에 무슨 마음으로 오는 것인지 마치 원주민 인디언을 섬멸하듯 내딛는 발걸음과 말 한마디 한마디에 핏기가 서려있었어. 한국 대통령이 기다리는 공식 연회 자리에도 늦게 도착해서 행사를 지연시키더니 결국 행사장 입구에서 휑하니 돌아가는 행동을 하더군. 아이들 말로는 이런 것을 ‘우끼는 짬뽕’이라고 해. 더 나아가 개막식에서 개최국 선수단이 들어오는 데 기립은 커녕 박수도 안치더군. 자네 스스로 생각하면 어떤가? 자네가 ‘탑건’의 주인공 톰 크루즈 정도로 생각하는가? 아닐세. 자네는 말 그대로 무법無法이며, 패거리 의식만 가득한 갱스터gangster에 불과해.



천지가 영원한 까닭



현재 자네 나라 유.에스.에이가 전 세계에 가지고 있는 군사기지가 몇 개나 될까? 아시아만 하더라도, 그리고 한국만 하더라도 얼마나 많은 기지를 운영하고 있는지는 자네가 잘 알거야. 평화를 위해서라고? 아니지. 아니고말고. 그 기지들의 본질은 모두 전쟁을 준비하는 것이고 이미 전쟁을 하고 있는거야. 부디 멈추시게. 그렇게 해서는 평화도 오지 않지만 자네 나라가 오래가지 못해. 그것이 사람들이 부르는 노자의 핵심이기도 해. ‘부도不道는 조이早已라.’ 도가 아니면, 도가 아닌 것은 일찍 끝난다는 말일세. 새겨듣고 트럼프에게도 전하시게.


내가 말한 바 있지만 천지가 영원한 까닭은 그것을 천지가 자신의 것으로 삼지 않기 때문인거야. 그래서 오래 가는 것이지. 그렇게 자신을 남들 앞에 내세우거나, 강요하지 않아서 오히려 존경과 추앙을 받으며 영원히 존재하는 것은 하늘아래 유일한 진리일세. 자네 나라 유.에스.에이가 이제 200여년 지났지만 오래도록 많은 나라들의 칭송을 듣고 본받을 정신을 소유한 그런 나라가 되길 바라네. 자네 혹시 종교가 있는가? 유.에스.에이에서 많은 사람들이 믿는 그리스도교 성경 말씀을 들려줌세. “주 야훼가 하는 말이다. 살려느냐? 마음을 고쳐라.”(에제18.32. 공동번역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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