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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우리에 양이 없다면 목자는 무엇 할 것인가?
  • 신성국
  • 등록 2018-02-08 13:5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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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성령이 하늘에서 비둘기 모양으로 내려 와 이 분위에 머무르는 것을 보았다.” - (요한 1,32)


성령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성령은 우리를 어둠에서 빛으로 나오게 하는 영이시다. 성령은 거짓된 삶에서 우리를 벗어나게 하는 진리의 영이시다. 성령은 우리를 억압과 부자유에서 자유를 누리도록 변화시키는 영이시다. 성령은 사람들을 두렵게 하는 죽음에서 벗어나 평화와 생명을 주는 영이시다. 그래서 거룩한 분, ‘Holy Spirit’이시며, 로고스의 영이시다.


“하느님의 어린양이 저기 가신다.” - (요한 1,36) 


이 어린양은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분이시다. 세상의 죄를 없앤다는 뜻은 세상을 어둡게 만드는 세력을 없앤다는 의미다. 세상이 어두우면 우리가 하느님을 보지 못하게 된다. 하느님을 보지 못하게 방해하는 세력들, 제도들을 없애는 분으로 사신 분이 예수다. 그렇다면 그분을 추종하는 우리도 그분처럼 현실의 세계에 적폐들을 청산해야 한다. 안태근과 같은 성추행 검사들, 이명박과 같은 사기꾼들, 교회 안에 켜켜이 쌓인 온갖 적폐들은 세상의 죄다. 사회 안의 적폐, 교회안의 적폐가 모두 세상을 어둡게 만드는 죄악이다. 예수는 당시에 목숨을 걸고 이런 적폐들과 전면적으로 대결하신 분이다. 


“너희가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


요한 1,5-42, 예수가 제자들을 부르신다. 예수는 무엇이든지 먼저 하시는 분이시다. 그분이 먼저 사람들에게 다가가셨다. 우리가 그분을 찾기 전에 먼저 우리를 찾으셨다. 예수는 사람들에게 묻는다. “너희가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 우리들은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 우리는 예수에게 뭘 바라고 있는가? 나는 예수를 왜 추종하는가? 그분에게서 무엇을 찾는가? 


만일 내가 그분에 대한 간절함과 절박함이 없다면 나는 예수와 무관한 자다. 겉으로는 추종자인척 하면서 속내는 그분에게 관심조차 없는 속물인간일 뿐이다. 예수의 질문에 진실성 없이 건성으로 답한다면 우리는 그분을 속이는 자이고, 나 자신을 속이고, 교회를 속이는 간악한 자이다. 한국 교회는 현대판 바리사이파와 사두가이파를 따르는 형국이다. 


“선생님, 묵고 계시는 데가 어디인지 알고 싶습니다.”


예수는 그들에게 “와서 보아라”하고 초대하신다. “와서 보아라”의 의미는 “움직여라”이다. 예수의 말만 듣고 가만있는 것이 아니라. 나를 추종하려면 네 몸을 움직이고, 직접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말씀이다. 교회와 수도회 안에 온갖 좋고, 거룩한 말이 난무하지만 실제로 얼마나 행동으로 실천에 옮기는지는 미지수다. 구태의연하고, 정체된 상태에서는 예수를 따를 수가 없다. 활발하게 움직여야 하고, 몸부림쳐야 하고, 삶 속에서 몸에 배어있어야 한다. 


남과 북이 분단된 한반도에 전쟁과 평화라는 기로에서 교회가 너무나 조용하다. 8천만 겨레의 운명에 사활이 걸려 있는데, 사람들을 구원한다는 교회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이 침묵만 하고 있다. 너무도 기가 막히고 숨이 막힌다. 


양 우리에 양이 없다면 목자는 무엇을 할 것인가?


교황 프란치스코는 북미간의 핵전쟁 위기에 대하여 걱정하고, 외교 채널을 통해 대화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발표하는데, 한국 교회의 지도층은 구중궁궐에서 수수방관하고 있는 태도다. 지난 수십 년간 생명 수호의 최전선에 서있다는 교회의 자부심은 어디 갔는가? 생명 지킴이로서의 교회 사명은 천부적이며 절대적인 사명이고 책임이다. 한반도 전쟁의 위험성 앞에서 교회가 순교의 각오로 생명을 지키려는 노력에 혼신을 기울임이 복음의 사명이고, 주님의 절대적인 명령이다. 


그러나 겨레를 지키는 생명의 수호자로서의 교회는 과연 어디 있는가? 대통령에게 맡겨놓고, 뒷짐을 지고 있는 것이 온당한 일인가? 북한을 편들거나 미국을 편들자고 하는 일이 아니라 인간 생명이 전쟁으로 인한 대량 살상과 비극에서 벗어나도록 예방하고, 평화를 실현하자는 간절한 민족의 울부짖음을 교회는 귀담아 듣고 있는가? 


많은 사람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다. 또, 기대를 접고 떠나려고 대기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우리들을 지켜주지 못하는 교회, 어머니인 교회(자모이신 성교회)가 자녀들의 기본적인 생명마저 지켜주지 못한다면 교회에 대해 누가 희망을 갖고, 의지하겠는가? 미련 없이 떠나가는 양들을 붙잡을 능력도 명분도 없다. 양 우리에 양이 없다면 목자는 무엇을 할 것인가? 


2018년, 한반도에 드리워진 전쟁의 어둠을 거두고, 생명과 평화를 위해 순교정신으로 투신하는 교회가 예수를 따르는 진정한 교회가 아닌가?




[신부열강]은 ‘소리’로 듣는 팟캐스트 방송으로도 업로드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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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진정보]
신성국 : 천주교 청주교구 소속으로 마리스타 교육수사회 파견사제다. 현재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 사무총장을 맡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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