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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노자와 교회 : 사제 인사, 어디까지 받아들여야 하나
  • 김유철
  • 등록 2018-02-06 10:51:08
  • 수정 2018-02-06 10:5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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天地不仁 以萬物 爲芻狗 聖人不仁 以百姓 僞芻狗 天地之間 其猶槖籥乎  虛而不屈 動而愈出 多言數窮 不如守中 (노자 5장)


하늘과 땅은 치우친 사랑을 베풀지 않아서 만물을 짚으로 만든 개처럼 여긴다. 성인은 치우친 사랑을 베풀지 않아서 백성을 짚으로 만든 개처럼 여긴다. 우주는 풀무와 같아서 비어 있음으로 다함이 없고, 움직일수록 더욱 나온다. 말이 많으면 자주 막히니 차라리 그 비어 있음을 지키는 것만 같지 못하다. (무위당 장일순의 노자이야기. 2003. 삼인)



하늘은 無心이지만 교구장은 有心이다.



하늘이 만물을 ‘편애’하지 않는 마음을 아는가? 하기는 하늘이 되어 보지 못했는데 그것을 알 까닭이 없다. 현대의 사람들 언어감각으로는 ‘짚으로 만든 개’라는 말이 거슬리지 모르지만 그 말은 국민을 ‘개. 돼지’로 부르고 여기던 고위 공무원이나 소통불능의 정권과는 분명히 다르다. 그것은 문자 그대로 해석하지 않을지라도 천지는 치우친 사랑과 같은 편벽됨이 없으며 공평무사함을 드러내는 말이다. 


노자에게 있어 자연은 무정무심無情無心한 원리이며 ‘자연’은 말 그대로 ‘스스로 그러한’ self-so의 실현체이기 때문이다. 마치 모세가 호렙산에서 이름 지어 부를 수 없는 존재에게 들었던 ‘있는 나’(탈출3,14)라는 소리의 샘은 그곳에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어쩌랴, 하늘은 사심 없는 무심이지만 하늘을 대신한다는 교구장 주교의 인사권은 사심 있는 유심이다. 하늘은 모양을 지니지 않은 물과 같지만 교구장 주교는 삼층관을 쓴 불과 같다.



죽은 적도 없이 부활하는 힘



1. 2017년 7월 징역1년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이 된 사람이 있었다. 

2. 천주교 신부였다. 

3. 대구 희망원 사건이었다. 

4. 2017년 8월 25일 관할 교구장 주교는 그를 ‘안식년’으로 명했다. 

5. 안식년安息年이란? 교회가 사제에게 주는 1년의 휴식기간. 사제안식년은 사제 평생교육 차원에서 시행하는 제도로서, 심신의 휴식과 함께 다양한 연수, 체험을 통해 사제들이 영성을 함양하고 새로운 힘과 열정을 얻어 더욱 활기차고 성숙한 사목활동을 하도록 돕는 데 목적이 있다.(가톨릭대사전). 그러나!

6. 법정구속이 된 혐의나 당시 그가 기거했던 교도소라는 환경을 고려한다면 사제인사발령으로는 안식년이 될 수 없는 것을 안식년이라 미화시켰다. 한마디로 주교의 인사권 오용이거나 남용이었다.    

7. 교도소에 들어간 것이 억울했던지 신부는 항소를 했고 2017년 10월 징역1년, 집행유예2년을 선고 받고 출소했다. 

8. ‘집행유예’는 무죄가 아니라 징역형벌의 집행을 유예하는 것이다. 

9. 형법이 명한 징역1년 대상자인 신부는 그해 12월 22일 대구교구 한 성당에서 대림특강을 했다.

10. 대구교구장 주교는 그를 2018년 1월 26일 본당 주임으로 발령했다. 묘하지만 그가 소임을 받은 본당은 대림특강을 한 곳과 동일했다. 놀라운 예지능력이 분.명.히 있다.

11. 결론-1 안식년 5개월 만에 그는 부활했다. 사실은 죽은 적도 없다. 단지 주교의 힘이다.

12. 결론-2 여전히 그는 징역1년. 집행유예 2년 형기중이다. 사실은 안중에도 없다. 역시 주교의 힘이다.




‘왜’라고 물으면 안되나요? 



사제 인사이동 때가 되면 누구나 궁금해 한다. 본당에서 본당으로 이동하는 사제도 있고, 학교나 병원 등 다양한 소임을 받고 이동을 하지만 인사발령장에 들어있는 내용은 한글은 분명 한글이지만 해독할 수 없는 코드들이 가득 들어가 있다. 안식년· 휴직· 휴양· 정직· 면직 등은 부연설명도 없이 해당자들에게는 일방적인 발령이고 교구민들에게는 불투명한 발표이다. 


교구민들은 꿀 먹은 벙어리거나 사감선생님을 기다리는 기숙생 처지다. ‘왜’라고 물어볼 곳도 없지만 물어서도 안 된다. 정 답답하면 소리 소문에 의지하거나 그러면 그런 줄 아는 수 밖에 별다른 방도가 없다. 분명한 것은 대구교구처럼 신문 사회면을 장식한 법정구속자에게 조차 ‘안식년’이란 용어를 쓰고 그를 다시 5개월 만에 본당 주임으로 내세우는 ‘바담 풍’ 인사발령이라면 천주교회는 태양계 특수집단이거나 우주 게토를 선언해야 한다. 정말 사제 인사발령에 대해서는 ‘왜’라고 물으면 안 되는 걸까?



관객모독과 성체모독의 사이



천주교인 장일순(세례자 요한) 선생은 노자 5장을 풀이하면서 마지막에 적힌 ‘수중守中’을 천하의 뿌리인 ‘하느님을 모신다’라고 했다. 선생은 “사람들 가운데는 자기가 하느님을 모시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과 그것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 뿐”이라고 했다. 주교나 신부가 교회운영 전문가이긴 하지만 하느님을 모시고 있는지는 거듭해서 돌아보아야 한다. 자신이 입은 옷이나 사는 장소만으로 스스로 하느님을 모신다는 생각은 착각이거나 환상일 뿐이다.


페터 한트케 희곡이 바탕에 되어 1966년 초연된 연극에는 4명의 배우가 줄거리 없이 등장하여 각자가 하고 싶은 말을 쏟아낸다. 작가는 그 작품의 제목을 <관객모독>이라 불렀다. 세례를 받지 않은 사람이나, 성사에 결격사유가 있는 신자가 영성체 하는 것만이 성체 모독이 아니다. “들을 귀 있는 사람은 들어라”(루카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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