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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붓과 시편 : 乃 / 내 / 이에. 너. 
  • 김유철
  • 등록 2017-12-19 12: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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乃  / 내  / 이에. 너. 



인내천(人乃天).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사람이 하늘을 능가하려고 틈만 나면 암중모색을 한다. 과연 ‘능가’가 가능한 일인지 모를 일이지만 슈퍼인간들이 하느님 없이 살아간 지 이미 꽤 오래이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에 우리가 생각할 일이 적지 않으나 한 가지는 곰곰이 여겨봐야 한다. 지금여기가 사람 사는 세상인지에 대해서.



기쁘고도 슬픈 성탄 

 


유대아 땅 팔레스티나에서

한 아기 태어남이

왜 그대를 설레게 하는가


그대의 사랑은 진창 속에 서성이고

세상은 언 땅과 언 강을 파헤치고

예루살렘에서 총소리는 여전히 들려오는데

왜 그대는 오늘이 그토록 설레이는가


벗으라한다

내려놓고 아래로 아래로 기어가라고

아기는 말구유에서 울어댄다

하늘이 하는 말을 사람이 못 알아들어

그 하늘이 사람이 되어 왔는데

세상은, 세상은

사람이 사람에게 하는 말도

못 알아듣기는 매 한가지


별이 빛나던 그날 밤

아기의 부모가 가슴에 새긴 하늘 목소리

“하늘에 영광, 땅에 평화”

내 손에, 그대 손에, 우리 손에 있나니


그대 성탄이 기쁜가

나는 오늘이 슬프다

하여, 그대 성탄이 슬픈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늘이 기쁘다

그대 있음에












[필진정보]
김유철 (스테파노) : 한국작가회의 시인. '삶·예술연구소' 대표이며 천주교 마산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집행위원장이다. 저서로는 시집 <천개의 바람> <그대였나요>, 포토포엠에세이 <그림자숨소리>, 연구서 <깨물지 못한 혀> <한 권으로 엮은 예수의 말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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