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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붓과 시편 : 字 / 자 / 글자. 문자
  • 김유철
  • 등록 2017-12-12 12: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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字 / 자 / 글자. 문자


박완서(1931-2011) 작가가 극심한 분노와 의혹에 시달리다가 주님 앞에 맞섰다. 작가의 말이다. “주님, 제가 도망쳐 나갈 문은 어딥니까. 들어 온 문이 있으면 나갈 문도 있어야 하는 게 아닙니까. 도대체 문을 어디다 숨겨 놓으셨습니까. 뭐라구요? 아직 들어오지도 않았다구요? 오오, 주님 나가기 위해서라도 일단 들어가게 하소서.” (1996년 4월 28일 서울주보 <말씀의 이삭> 중) ‘들어오지 않고는 나갈 수 없는 문’은 죽은 글자 속에는 없다.



교회에 매인 노예와 하느님안의 자유인



성탄을 죽은 문자로 만들더니

부활을 행사로 만들고

사람을 빚은 숨결을 십자가에 못 박은

노예들의 합창은 거창하다


문자판과 황금십자가와 석고상에

분향을 하는 노예들이

가난하고 버림받은 인간을 향해 

경배하지 못할 이유를 찾는 동안


성탄을 이웃에서 보며

부활을 제 몸으로 체험하고

숨결로써 십자가를 등에 지는

자유인들의 합창은 소박하다











[필진정보]
김유철 (스테파노) : 한국작가회의 시인. ‘삶·예술연구소’ 대표이며 천주교 마산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집행위원장이다. 저서로는 시집 <천개의 바람> <그대였나요>, 포토포엠에세이 <그림자숨소리>, 연구서 <깨물지 못한 혀> <한 권으로 엮은 예수의 말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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