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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붓과 시편 : 文 / 문 / 글. 무늬. 얼룩
  • 김유철
  • 등록 2017-12-05 11:42:37
  • 수정 2017-12-05 11:5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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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 문 / 글. 무늬. 얼룩



문(文)이 우대받던 시절이 있었다. 문, 그 자체로서는 잘못한 것이 없었지만 늘 세상은 박제된 글과 같이 떠받들어지는 것들 의해 농락당하거나 휘돌림 당하는 일이 비일비재 했다. “하느님이 하시는 일이 사람 눈에는 어리석어 보이지만”(고린1서 1.25) 하느님의 무늬는 죽은 글이 아니라 살아있는 생명이다.



하늘무늬



아무도 읽지 않는 시인의 시

나눠 먹을 수 없는 굳어버린 빵

외면당한 어부의 갈라진 손


너희가 그랬다


그의 말을 읽지 않는 시로 만들었고

그의 몸을 나눌 수 없는 빵으로 만들었으며

그의 존재를 한낮 외딴 어부로 만든 것은


바로 너희였다


강은 세례수가 넘실대며 흐르는 곳이고

바다는 하늘의 별들을 받아내는 곳이며

산은 이름 지어 부를 수 없는 이의 목소리를 들었던 곳이고

사막은 존재하지 않는 존재를 만났던 곳이다


그런데 지금 네가 사는 곳은 어떠한가


이곳이 강이냐 바다냐

이곳이 산이냐 사막이냐

너희가 발을 딛고 있는 지금 여기는 도대체 어디냐


터무니없는 곳에서 하늘무늬를 찾아라


있는 그대로 가슴에 새겨질 시이길

결국엔 부서지고 나눠질 빵이길

셋째 날 어둑새벽 물가에서 다시 만나길





[필진정보]
김유철 (스테파노) : 한국작가회의 시인. ‘삶·예술연구소’ 대표이며 천주교 마산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집행위원장이다. 저서로는 시집 <천개의 바람> <그대였나요>, 포토포엠에세이 <그림자숨소리>, 연구서 <깨물지 못한 혀> <한 권으로 엮은 예수의 말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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