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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붓과 시편 : 始 / 시 / 처음. 근원. 근본
  • 김유철
  • 등록 2017-11-21 11:28:06
  • 수정 2017-11-21 11:5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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始 / 시 / 처음. 근원. 근본



성경은 “한처음에 하느님께서 하늘과 땅을 창조하셨다.”(창세1.1)로 시작한다. ‘한처음’은 인간이 기억할 수 없는 일이며, 기념할 수 없는 일이다. ‘한처음’은 우리가 상상하고 있는 하느님을 거부한다. 인간은 단지 하느님의 숨결로서 존재한다.



하느님의 출석부


 

하느님은 사람만 부르지 않는다

하느님은 사람을 부르듯이

잠자는 동물과 깨어있는 식물

검은 구름과 푸른 강물

낙타 발자국이 선명한 모래와 말라비틀어진 나무 조각까지

잊지 않고 부른다


하느님은 눈에 보이는 것만 부르지 않는다

하느님은 눈에 보이는 것을 부르듯이

그대의 걱정과 나의 눈빛

함께 걷던 길 위의 마음과 돌아 누었던 숱한 날들

아프다 말할 수 없던 아픔과 순한 미소 뒤의 눈물까지

잊지 않고 부른다


하느님은 출석부에서 부를 것을 다 부른 다음

끝자리에 아직 남아있는 온기를

사랑이라 이름 지어 부른다


그대 보이는가

사랑이라 불리는 온기가 “예!” 하고 

그대 앞에 다가오는 모습을

끝자리 온기가 지닌 핼쑥한 얼굴과 저 가난한 표정을

하느님은 사랑이라 이름 지어 부른다


하느님의 출석부는 

사람으로 시작해

사랑으로 끝난다






[필진정보]
김유철 (스테파노) : 한국작가회의 시인. ‘삶·예술연구소’ 대표이며 천주교 마산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집행위원장이다. 저서로는 시집 <천개의 바람> <그대였나요>, 포토포엠에세이 <그림자숨소리>, 연구서 <깨물지 못한 혀> <한 권으로 엮은 예수의 말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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