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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너 어디 있느냐”
  • 최진
  • 등록 2017-11-02 11: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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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31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종교개혁 500주년과 한국교회의 개혁’을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다.ⓒ 최진


한국천주교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장상협의회와 한국천주교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 우리신학연구소는 31일 오후 2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교회 쇄신의 현주소를 점검하는 세미나를 열었다.


이번 세미나는 가톨릭의 쇄신을 요구하며 일어난 종교개혁의 의미를 살펴 오늘날 교회의 현실을 점검하고 쇄신해 나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보는 자리였다. 주제로는 오늘날 교회기관이 인권을 존중하며 운영되고 있는지, 올바른 역사인식을 하고 있는지, 의사결정 구조가 어떤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지 등이 다뤄졌다. 


어려운 이들과 어떤 관계 맺을지 고민하길


세미나 첫 순서로 여준민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상임활동가가 발표에 나섰다.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은 장애인 탈시설·자립생활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다. 대구희망원 사태와 관련해 명동성당 기습시위에 참여했으며, 교회가 수용시설의 관리자가 되기보다 장애인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데 동참해달라고 꾸준히 목소리를 내왔다.


여준민 활동가는 장애인 수용시설을 부르는 명칭이 생활시설, 거주시설 등으로 바뀌었지만, 이들 시설의 본질은 장애인들을 한 곳에 몰아넣고 감금하는 수용시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장애인 실태조사를 벌였던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며 수용시설 현상에 관해 설명했다.


▲ 여준민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상임활동가 ⓒ 최진


그는 “2005년 인권위원회와 함께 복지시설 점검에 나섰던 적이 있다. 그때 700여 명의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며 실상을 점검했다. 이 일을 하면서 한 가지 분명하게 깨달은 것은 세상에 좋은 시설은 없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수용시설 사람들은 오전 6시를 즈음해 일어나서 이른 아침을 먹고, 11시 정도에 점심을 먹으며 4시 정도에 저녁을 먹는다. 그리고 8시가 되면 시설 전체가 소등돼버린다. 사람들 간에 교류나 기쁨이 없다. 옆에 있는 사람과 눈도 마주치지 않고 단절돼 살아간다.


또한, 대형시설에서는 약물과 감금이라는 두 가지 방법으로 사람들을 통제한다. 약에 취하거나 무기력해진 사람들은 이야기를 나눌 상태도 아니게 된다. 소통 없는 단절된 일상을 살아가는 시간을 20년에서 많게는 40년을 생활한다.


여 활동가는 “왜 장애가 있고 가난한 사람들은 대형시설서 생활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12년 전 방문했던 시설을 최근에 다시 가보니 아무런 제도적 변화가 없었다”라며 “누가 나에게 시설에 들어가서 정해진 시간표대로 살라고 하면 살 수 있나. 우리는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환대할 수 있는지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제단, 이제 스스로에게도 엄격해야 


▲ 정중규 경북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소장 ⓒ 최진


이어 정중규 경북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소장이 발표에 나섰다. 그는 대구희망원 사태 때 국민의당 희망원 진상조사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희망원 사태의 진실을 밝히고자 노력했고, 교회가 사회정의와 결합한 복지사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정중규 소장은 “세계는 장애인복지 패러다임이 ‘사회통합’과 ‘자립’으로 흐르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아직도 수용시설 복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라며 “복지예산 대부분이 시설운영에 집중되고 있는데, 하필 꽃동네와 희망원 등 국가 최대 규모의 시설은 운영주체가 모두 가톨릭이다”고 짚었다.


그는 가톨릭교회가 국고보조금을 받으면서 장애인복지사업이 기업화·대형화가 됐다고 우려했다. 예산을 빨아들이는 수용시설은 실질적으로 장애인의 사회통합과 자립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데, 교회가 시대적 흐름을 인식하지 못하고 오히려 복지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소장은 “예수는 사회로부터 격리당한 장애인들을 공동체 안으로 받아들여 주는 복음을 선포했다. 그런데 예수가 돌아가신 후 교회는 장애인복지를 부자들을 중심으로 하는 자선사업으로 왜곡시켰다”며 “그래서 꽃동네와 희망원은 예수의 복지 정신과 반대되는 반(反)예수적 복지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직도 ‘얻어먹을 힘만 있어도 은총’이라는 꽃동네 방식에 머무는 한국 가톨릭교회가 근본적인 복지사업의 전환을 이뤄야 한다고 했다. 반(反)예수적 장애인복지사업에서 벗어나, 장애인의 사회통합과 자립에 교회의 인적·물적·복지노하우를 쏟아야 한다는 것이다.


“2015년 5월 17일 국제카리타스는 제20차 총회에서 로메로 대주교를 자신들의 공동 수호자로 추대했다. 로메로 대주교를 통해 사회정의가 복지영역으로 들어왔다. 이제 그리스도교회의 사회복지는 마더 데레사의 시혜적 복지에서 공평하고 정의로운 사회복지로 진보한 것이다”


이어 “세월호와 쌍용자동차 투쟁현장에는 사제들이 보이는데, 유독 장애인들의 투쟁현장에는 사제들이 보이지 않는다. 장애인 특수사목 사제들은 죄다 복지시설장으로 있다”며 “지금 이 시대 예수께서 오신다면 그분이 시설장으로 가실지, 투쟁현장으로 가실지 한국교회는 신중히 성찰해야 한다. 그리스도교 장애인복지의 미래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덧붙였다.


정 소장은 한국가톨릭교회가 최근 ‘그것이 알고 싶다’ ‘추적 60분’ 등의 탐사보도 단골 소재가 되는 점을 안타까워하며 한국 교회가 이러한 예언적 징표를 살펴 자신을 근본적으로 되돌아봐야 한다고 짚었다. 또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남에게 엄격했던 만큼 사제단 스스로에게도 엄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교회, 배타성 버리고 역사와 화해하길


▲ 김선필 한국학중앙연구원 ⓒ 최진


“2014년 여름은 한국교회 신자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았다. 그러나 교황 방한 3년째인 2017년 10월 현재 교황 방한으로 실현될 줄 알았던 교회 쇄신과 교세 확장의 꿈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희망원 사태, 인천 성모병원 사태, 교구 성직자 평신도 폭행, 파티마병원 리베이트사건 등의 추문들이 그 자리를 채웠다”


이어서 발표를 맡은 김선필 한국학중앙연구원은 교회가 한국사회에서 벌어지는 배타적인 역사의식을 점검했다. 서소문역사문화공원 조성사업을 둘러싸고 교회는 천도교와 민족학자·역사학자들과의 대립할 뿐 아니라, 그곳에 일했던 상인들까지 밀어내면서 한국교회의 배타성을 드러내는 증거가 되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이러한 배타적인 역사의식의 출발이 조선 천주교를 주도했던 프랑스 선교사들의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정복지 사람들을 야만인으로 보고 자신들이 문명화시켜주겠다는 프랑스 선교사들의 인식이 그대로 한국교회에 스며들어, 사회를 ‘문명화’시켜야 할 야만적인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1960~1980년대 한국교회는 군사정권과 대립하고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하는 환골탈태한 모습을 보인다. 그런데도 교회의 사회참여는 배타성을 벗어나지 못한 부분이 있다. 누구보다 빨리 공의회 문헌을 교육했던 교회지만, 그게 다였다. 민주화를 외치던 교회 구성원들은 교회 내 권력구조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못 했다. 교회는 민주화를 말하는 교회 구성원들을 매몰차게 내몰았다”


김 연구원은 한국교회가 ‘민주화’ 되지 않은 야만적인 한국사회를 비판하는 것이 민주화 운동 참여에 더욱 큰 동기로 봤다. 민주화 의식에 대한 성찰이 있었다면 교회 제도적인 측면부터 고민과 쇄신이 일어났어야 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제 천주교회도 ‘세상 속의 교회’라는 새로운 교회론을 표방하고 있다. 그런데도 과거 친일행적을 여전히 정당한 일로 치부하고 있고 한국사회와 대화하거나 사과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라며 “한국교회의 배타적 역사의식은 오늘날 터져 나오는 교회의 추문으로 세상에 드러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이미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알고 있다. 철저한 자기 성찰과 화해는 그리스도인의 화두기 때문이다”라며 “한국교회가 겸손한 마음으로 자신을 돌아보고, 한국사회와 진정 화해할 수 있는 결단을 내리길 기도한다”고 덧붙였다.


평신도가 주교 뽑는 가톨릭 전통 되살려야


▲ 황경훈 우리신학연구소장 ⓒ 최진


황경훈 우리신학연구소장이 마지막 발표를 맡았다. 그는 교회의 의사결정 구조를 점검하며 평신도와 수도자, 그리고 성직자들이 합의를 통해 교회 운영을 결정하는 ‘공동합의성’을 살피며 발표를 이어갔다.


황 소장은 “우리신학연구소는 평신도 연구소로써 약 25년 동안 교회 쇄신과 개혁을 위해 몸부림쳐왔다. 그런데 교회 쇄신의 씨앗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인사말을 25년 동안 너무 많이 들었다”며 “한국 교회 안에서 쇄신의 노력은 꽃이 피지 않았고 싹이 트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교회의 역사성을 되짚은 김 연구원의 발표를 언급하며 한국교회가 오히려 역사의 퇴행적 행보를 하는 것이 아닌가 우려했다. 


“2000년대 까지만 해도 수녀님이 여성문제와 관련해 곧잘 이야기하시고 보였다. 그런데 이제는 찾아보기 힘들다. 교회가 전반적으로 후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제 우리는 (교회쇄신의) 씨앗 보다는 이를 위한 구체적인 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황 소장은 교회가 가장 먼저 쇄신운동의 방향으로 삼아야 할 것은 교회 지도자에 대한 것을 짚었다. 그는 한국 사회가 지난 10년간 불통 정권을 경험하면서 소통의 중요성을 깨달았지만, 오늘날 각 교구 주교들은 대통령보다도 만나기 힘든 불통의 사목을 고집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인천 성모병원이나 대구 희망원을 보면 시민사회나 교회 내부에서 간절히 소통하길 원했지만, 주교들은 단 한 번도 대화에 나서지 않았다”라며 “이것은 지도자의 무능이 첫째 원인이고 그 무능엔 부패가 항상 같이 따라다닌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통하는 지도자의 유무에 따라 교회 현실이 변하는 만큼, 평신도들이 원하는 소통할 수 있는 교회 지도자를 뽑을 수 있도록 방편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했다. 하느님 백성의 이름으로 함께 나누고 묻고 결정하는 의사결정 구조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이어 “평신도에 의해 만들어진 세계에서 유일한 천주교회, 여기까지가 한국천주교에서 평신도에 대한 이야기의 끝이다. 한국교회를 팔아먹기 좋은 브랜드 정도다. 그럼 평신도의 목소리는 어디에 있나. 주교단이 모여서 평협 진보 인사들을 몰아내고 이돈명 변호사를 쫓아내고 그 자리를 주교가 맡는다. 이것이 어떻게 친교의 공동체인가”라고 덧붙였다.


황 소장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언급한 ‘공동합의성’을 한국 교회가 적극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공동체의 합의가 결정에 반영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이러한 공동합의성은 이미 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제안된 것이고, 본당 사목평의회, 교구 사목평의회에서 실천돼야 하지만, 평의회에서 아무리 좋은 의논이 나와도 신부나 주교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사장되는 불합리한 상황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그는 “평신도 손으로 직접 주교를 뽑는 가톨릭의 전통을 되살려내야 한다. 또 한 본당과 교구, 그리고 전국단위의 사목평의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평신도의 지위를 보필과 보좌로 한정 짓고 투표권과 결정권이 없다고 정의한 교회법을 바꿔야 한다. 교회법이 악법이다. 우리가 교회법을 고칠 수는 없지만, 교황님께 바꿔 달라는 청원운동을 벌이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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