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김유철) 붓과 시편 : 人 / 인 / 사람. 인간. 인품
  • 김유철
  • 등록 2017-10-30 10:33:22
  • 수정 2017-10-30 11:07:44

기사수정





人 / 인 / 사람. 인간. 인품


‘인간’이란 말이 서로의 관계 속에 스며들은 말이라면, ‘사람’이란 말은 어떤 소임-미션-앞에 마주한 말이기도 하다. 하물며 ‘인품’이란 말 앞에서는 더욱 더 옷깃을 여미며 지난 1년을 뒤돌아본다. 우리는 마침내 스스로 촛불이 되어 해냈지만 여전히 그 촛불은 길 위에 있다.



촛불 혁명 1주년



그 날이었다

소리 소문 없이 촛불을 밝히던 그날

혁명의 기운은 스멀스멀

역사 안으로 들어섰다


그 날이었다

이것이 나라냐고 횃불로 번지던 그날

새로운 개벽의 새벽은

성큼성큼 가슴속으로 다가왔다


나라의 역사와 개인의 역사를 비틀고 짜 맞추며

강정 구럼비 바위와 사대강 강바닥을 송두리째 없애버리고

세월호의 어린 생명이 내미는 손과

타들어가는 농민 노동자의 호소에 

물대포 아닌 불대포를 쏘아댄 어이없는 무리들


‘이대로’를 외치던 악덕자본주의의 재벌과

‘한 번 더’를 음모한 고약한 지역주의의 정치와

‘나 몰라’를 반복한 무능하고 비겁한 언론과

친일 친미 친독재의 찬양부대 미친 박수소리들


그 어둠의 구렁텅이 안으로 촛불을 밝힌 지난 1년

세상은 평화혁명이 진행 중인가

아직도 촛불혁명의 종착점은 멀지만 

우리는 돌멩이 하나, 화염병 하나 없이

새로운 세상을 만들려 한다


서로 아끼고 존중하는 세상

생명과 환경이 존중되는 세상

함께 라는 말과 사랑이라는 말이 존중되는 세상

평화와 공존이 아름답게 존중되는 세상

끝내 개벽되어 애벌레가 나비로 바뀌는 세상

길들여지지 않고 자유롭게 말하고 꿈꾸는 세상


우리의 촛불 1년

우리의 혁명 1년

우리는 민주주의의 보루이며

깨어 있는 시민이다






[필진정보]
김유철 (스테파노) : 한국작가회의 시인. ‘삶·예술연구소’ 대표이며 천주교 마산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집행위원장이다. 저서로는 시집 <천개의 바람> <그대였나요>, 포토포엠에세이 <그림자숨소리>, 연구서 <깨물지 못한 혀> <한 권으로 엮은 예수의 말씀> 등이 있다.
TAG
키워드관련기사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가스펠툰더보기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