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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붓과 시편 : 帝 / 제 / 임금
  • 김유철
  • 등록 2017-10-10 10:4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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帝 / 제 / 임금



영화 <남한산성>이 화제다. 김훈 소설가의 원작에 실린 글의 힘을 영화는 버거워했다. 마치 청나라 태종의 군사를 눈앞에 마주한 조선 임금 인조의 숨소리 마냥 영화는 내내 낮고 깊었다. 몇몇 정치인들이 영화를 보고 나와 제 각각의 반응을 보였다. 오줌이 떨어진 발이 언 발인지, 저린 발인지는 그들 스스로 알겠지만 먼 이야기가 아니다. 불과 380년전 이 땅에 펼쳐진 팩트였다.



대한민국은 어떠한가



조선이란 나라에서 누구는 누구를 낳고 또 누구는 누구를 낳다가, 영조가 사도세자를 폐위한 뒤 임금에 오른 혜경궁 홍씨의 아들 정조가 의문의 죽임을 당하고, 후궁 수빈 박씨의 아들 순조가 10살로 왕이 되니 정순왕후의 수렴청정으로 안동 김씨가 임금처럼 나섰고, 순조의 아들이 아닌 손자인 헌종이 이번에는 8살로 왕이 되지만 풍양 조씨 세상을 만들었을 뿐, 헌종은 어디서도 자식을 만들지 못했고 족보를 이 잡듯이 뒤져서 저 옛날 정조의 이복동생 은언군의 서자인 철종을 강화도에서 왕궁으로 데려왔으나 그가 아는 것이 없으니 이번에는 순원왕후의 수렴청정, 철종도 씨를 남기지 못하고-이 집안 도대체 왜 이럴까?-맥없이 죽으니 다시 족보를 뒤져서 더 옛날 영조임금 손자의 손자뻘인 남연군의 손자 고종을 임금에 앉혔으나 그가 12살이니 당연히 또 신정왕후의 수렴청정 시대, 이것도 잠시 이제 세상은 고종의 아버지 흥선대원군 이하응의 것, 그러나 어쩌랴 나라는 이미 침략자들의 입 안에 들어가 있으니 고종은 일본에 의해 강제 퇴위되고 명성왕후의 아들 순종이 조선의 종지부를 찍었다. 519년 만에 문을 닫은 조선이란 나라는 흐리멍텅한 정통성에서 이미 무너진 것이다.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은 어떠한가 과연 어떠한가











[필진정보]
김유철 (스테파노) : 한국작가회의 시인. ‘삶·예술연구소’ 대표이며 천주교 마산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집행위원장이다. 저서로는 시집 <천개의 바람> <그대였나요>, 포토포엠에세이 <그림자숨소리>, 연구서 <깨물지 못한 혀> <한 권으로 엮은 예수의 말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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