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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웅배)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 김웅배
  • 등록 2017-09-14 19:13:03
  • 수정 2017-09-14 19: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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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약관화’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불 보듯이 뻔한 일’을 지칭할 때 쓰이는 말이다. 말 그대로 모든 이가 오감을 통해 확연히 알 수 있는 사실을 보았을 때, 혹은 현상적 시각적으로 무언가 확실히 파악되었을 때 ‘명약관화’ 라는 말을 인용한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1981년 성철 스님이 조계종 종정으로 취임하면서 내놓은 법어다. 범인들은 알 듯 모를 듯 애매모호한 말이지만 그 법어 안에는 깨우침에 대해 오묘한 뜻이 내포돼 있다. 그러나 아무리 그 법어 안에 고승의 높은 뜻이 심오하게 배어 있다지만 현실적으로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라는 ‘명약관화’한 사실을 함부로 왜곡하지 말라는 뜻이 보다 압도적으로 더 강한 느낌을 주는 건 어쩔 수 없다.


온 국민을 향해 ‘부자 되세요’라고 립 서비스를 남발했던 이명박이 보는 강은 강이 아니요 돈이다. 쥐새끼처럼 숨어서 사익을 추구하려는 목적이 불 보듯 확실한데 그것이 강을 살리는 길이었다고 강변한다. 내로남불(‘내가하면 로멘스, 남이 하면 불륜’의 줄임말)은 표현이 귀엽기라도 하다. 자원외교랍시고 혈세를 물 쓰듯 했으니 물 쓰듯 한 혈세는 물이 아니고 돈이었다. 


▲ (사진출처=청와대)


그가 저질러 놓은 악행은 열거하기도 벅차다. 국가에 귀속된 모든 것이 그의 돈 밭이었기 때문이다. 국정원 정치 개입 따위는 돈에 관해 그가 열심히 저질러 놓은 일들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누가 봐도 그가 한 말이 확실한 비디오 영상도 그에겐 가짜 영상이다. 주어가 없다나 뭐라나. ‘안 봐도 비디오’ 라는 시쳇말은 그에게는 안드로메다 말이었다. 당시 이명박에겐 ‘산은 산이 아니었고 물은 물이 아니었다.’


한국에서도 로드킬을 당하는 야생 동물이 많아졌다는 얘기를 듣는다. 미국 도로에서는 ‘사슴주의’ 경고판이 어디든지 보일 정도다. 청솔모나 라쿤 등은 로드킬을 당하는 흔한 동물이고 하이웨이에서는 몸집이 큰 사슴들과 충돌해 큰 교통사고가 나기도 한다.  


어느 날, 새벽에 운전을 하다가 신호 대기에 섰는데 건너 편 횡단보도 가운데 청솔모 한마리가 오도 가도 못하고 서 있다가 신호가 떨어져 차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차가 없는 쪽으로 달아났다. 마침 신호 대기 중이라 차들이 그 녀석을 보고 서서히 움직이는 바람에 변을 면했다. 그러나 길가 옆에 사는 청솔모는 길가에서 조금 떨어져서 공원에 사는 청솔모 보다는 로드킬을 당할 확률이 훨씬 높은 것이 확실한 사실이다. 그야말로 ‘불 보듯 빤한 일’이다.


핵발전소 때문에 온 나라가 시끄럽다. 원전이 우리 경제의 큰 역할을 한 것에 대해 부정하지 않는다. 물론 경제성이 높고 환경문제에도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좋은 점이 핵발전소 건설 초기부터 부각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부정적 사실이 더 많이 나타나고 있다. 핵폐기물에 대한 항구적 보존처리 문제, 사고에 따른 방사능 유출 문제 등등 원전은 이제 인류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계륵이 되어 버렸다. 사고 방지를 위해 엄청난 대비를 삼중 사중 하고 있다지만 인간이 만든 물건이 어찌 영속하기를 바라는가! 고장 나지 않게 고사를 지내는 주술적 방법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어 보인다. 자체 고장 보다 자연재해에 의한 피해는 예측하기도 힘들다. 


원전을 옆에 끼고 사는 한, 우리는 길가 옆에 살면서 언제 횡액을 당할지 모르는 청솔모와 다를 바 없다. 게다가 인간은 모두 공원 옆에서 살길 원하지 교통체증이 심한 도로 옆에서 살기를 원하지 않는다. 서울 한강변에 석탄 발전소조차 폐기 처분한 이유이기도 하다. 


핵의 위험은 이제 온 국민의 상식이다. 전기가 부족하고 또 요금도 싸서 핵 발전을 지속해야 한다는 논리는 녹조로 썩어가는 물을 여과 없이 그냥 마시겠다는 것과 같은 논리이다. 아무리 돈이 든다 해도 물을 여과해서 먹어야지 썩은 물을 그냥 먹을 순 없다. 핵의 위험성 앞에 경제 논리는 허구일 따름이다. 굳이 체르노빌과 후쿠시마를 들먹이지 않아도 이건 재앙의 수준을 넘어선다. 탈핵을 해야 지구의 미래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물은 물이 아니고 산은 산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언론이 무너진 지 10년 가까이 된다.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었지만 다시 세운다는 것은 쉽지가 않다. 이 사회에는 언론이 제 기능을 상실했을 때의 폐해를 알지 못하는 사람과 잘 아는 사람이 공존한다. 무너진 언론의 폐해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아이러니하게도 그 무너진 언론에 의해 왜곡된 뉴스와 정보만 접한 탓이다. 



공익보다 사익을 추구하는 권력자들을 비판하지 못하고 그들의 압력에 굴복하는 쓰레기들을 ‘기레기’라고 부른지 벌써 오래다. 지상파 3사와 조중동의 논리에 매몰되어 허우적거리며 살아온 일반인들이 권력자들의 잘못을 명확히 알 수가 없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들의 눈과 귀에 보이고 들리는 것은 왜곡되고 거짓된 정보와 정권의 홍보뉴스 뿐이기 때문이다.


촛불 혁명으로 세상이 바뀌어 그동안 쓰레기처럼 쌓아올린 언론 적폐를 청산하라니까 전 정부에 비호를 받고 알박기 한 어느 적폐 방송 사장은 제 두 눈을 질끈 감고 민주투사 인양 비장한 모습으로 언론 장악을 하지 말라고 뻔뻔스럽게 외쳐대고 있으니 정말 점입가경이다. 관성의 법칙인지 몰라도 지금 언론의 주체들은 기득권의 논리로 탈 원전을 비판하며 시민의 눈을 가리려 한다. 우리나라 언론 환경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으로 ‘물은 물이 아니고 산은 산이 아니다.’


탈핵 반대론자인 어느 학자는 토론회 공개 석상에서 ‘원전사고 났다고 원전을 없애는 것은 차사고 났다고 차를 없애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사태의 본질을 왜곡해도 너무 했다. 차량 사고와 원전 사고를 등가로 보는 그의 생각이 치졸하다. 아마도 전 세계 차량 사고로 인해 생명을 잃는 경우보다 원전 사고의 경우가 더 적다는 뜻으로 얘기했을 것이다.


세월호 사고와 일반 교통사고의 원천적 인과 개념을 구별 못하는 몰상식한 정치인들의 발상과 전혀 다름이 없다. 도로 옆에 살다가 교통사고를 당하는 청솔모가 인간일 수 없다. 청솔모는 자동차를 없앨 수도 없고 도로를 없앨 수도 없다. 그러나 인간은 합리적 사고로 최선의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일상적 고준위 폐기물인 경우도 반감기가 평균 10만년이라고 하니 어안이 벙벙하다. 그뿐인가! 만약 사고가 나면 그곳을 수 천 년 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역사와 문화를 일으키며 살던 많은 사람들은 어디론가 떠나야만 한다. 게다가 사고 지역 반경 수 십 킬로 지역은 죽음의 땅으로 전락하고 만다. 넓은 땅덩어리에 사는 사람들은 그나마 피할 곳이라도 있겠지만 좁은 한반도 땅에서 사고가 일어난다면 피할 곳조차 없다. 원전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도 그 위험성만큼은 알고 있다. 바다 건너에서 쓰나미가 몰려오는 이유를 전혀 알지 못했던 고대인들도 그 쓰나미가 얼마나 무서운지는 알았던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되도록이면 하루속히 탈핵을 해야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 지난 9일 롯데백화점 울산점 광장에서 신고리 5·6호기 건설 백지화를 촉구하는 전국시민행동이 개최됐다. (사진출처=환경운동연합)


아무리 좋은 전쟁도 나쁜 평화만 못하다. 


북한과 미국이 일전을 불사할 듯 한 공방이 이어지다가 평정심을 찾나 했더니 일본 영토를 지나 북태평양에 미사일을 쏘았다. 호들갑을 떠는 일본의 입장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억지만 부리며 같잖은 미사일만 벙벙 쏘아대는 북한 정권의 행태도 볼썽사납다. 적당한 데서 못이기는 척 대화를 하는 편이 나을 듯도 싶은데 끝간데 모르며 달리고 있다. 


미국의 심기를 어떻게든 건드려 협상 테이블에서 단 둘이 만나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고 싶어 한다는 것은 웬만한 삼척동자도 다 알 정도다. 지금 전쟁을 한다는 것이 모두의 공멸이라는 것을 모르는 나라가 어디에 있는가? 닭싸움 같은 무력시위를 부추겨 무기를 팔아먹으려는 국적불명 군산 복합체 미국의 속셈을 누가 모를까? 그러나 모를 것이 있다면 새로 선출된 대통령도 공산주의자 종북 빨갱이라고 고장난 녹음기처럼 되뇌며 북한을 주적으로 생각해 지구상에서 없어져야 할 나라라고 말하는 몰지각한 사람들이다.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자국에 계엄을 선포해야하고 북한과 일전도 불사하자는 배짱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본인들은 어디 바다 건너 다른 나라로 도망갈 방도라도 세워 놓았는지 모르겠다. 아무리 좋은 전쟁도 나쁜 평화만 못하다. 명분을 앞세워 전쟁을 일으키는 자와 명분에 관계없이 평화를 지키려는 자를 절대로 수평 비교 할 수 없다. 전쟁이란 가장 반인륜적 반사회적 반문화적 행위이기 때문이다. 전쟁의 후과가 승자와 패자와는 아무 관계없이 참담하다는 것을 누구나 안다. 참으로 ‘불 보듯 빤한 일’이다.  


‘물은 물이요 산은 산이로다’라는 법어는 일차적으로 ‘명약관화’한 사실은 사실로서 인정하라는 객관적 표현일 따름이다. 2차 3차 사고의 변환은 철학적 종교적 도그마일 것이다. 세상에는 지구가 평평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고 미국의 달 착륙은 가짜이며 나치에 의한 학살(홀로코스트)은 사실이 아니라고 믿는 사람도 다수 있다. 과학적으로 역사적으로 모두 확인되고 입증된 ‘명약관화’한 사실임에도 의도적인지 혹은 몰라서 그러는지 부인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쩌자는 것일까? 이들의 주장도 존중해야 한다면 소수 의견으로 몰락한 이명박근혜 추종자들의 행태도 존중해 주어야 할지 정말 난감하다.


▲ 지난 2월 25일, 한 시민이 ‘억지탄핵원천무효’라는 문구의 피켓을 들고 태극기 집회에 참가했다. ⓒ 최진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라는 ‘명약관화’한 사실을 부정하면 ‘명약관화’한 전두환 이명박근혜의 죄는 죄가 아닐 수도 있다. 전쟁의 참화가 ‘명약관화’함에도 전쟁을 해서라도 평화를 지켜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은 ‘물은 물이 아니고 산은 산이 아니다’라는 말과 같다. 광주를 향해 전쟁을 벌이며 무고한 시민을 학살한 전두환의 무지막지한 죄도 죄가 아닐 수 있다. 시민이 부여한 공권력으로 잔인하게 진압한 이명박 정부의 용산 참사 등등 주적을 향해 사용해야 할 국가의 무력을 자국 시민을 상대로 행사한 이들의 죄도 죄가 아닐 수 있다.


물이 물인 것처럼 핵은 핵이다. 


물은 모든 생명을 살리지만 핵은 모든 생명을 멸망으로 이끈다. 그동안 경제적이라던 원전이 얼마나 큰 지구적 손실을 가져올지 이젠 아무도 예측 못한다. 자신들의 치부를 감추려는 권력의 속성이 언론 자유를 말살한다. 박정희 전두환식의 군사 수구적 사고방식이 을사늑약 이후 100년 이상 우리를 지배해 왔다. 자신들은 시혜자이고 국민은 그저 받아먹는 개돼지 같은 존재라고 여긴다. 지금 정치권에 잔존하고 있는 이명박근혜류의 인간들이 아직도 그러하고 그 밑에 부역하며 곡학아세하는 지식인이라는 자들도 그러하다. 이러한 ‘명약관화’ 하게 밝혀진 사실들에 대해 아무런 의견도 내지 않는 종교계 지도자라는 사람들도 갑갑하기는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나열한 ‘명약관화’한 사실들이 ‘산이 산이 아니고 물이 물이 아닌 것’처럼 여겨진다면 지구는 영원히 강제로 평평해야 한다.


지금도 국민에게 지은 죄를 모르며 못난 소리만 해대는 폭력배 전두환이 스스로 대통령 되던 해에 그 조계종 종정 취임 당시에 성철 스님이 남긴 법어가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는 사실이 의미심장하다. 성철 스님이 전두환에게 헛된 짓 하지 말라는 뜻으로 일갈을 하신 건 아닐까? 오늘날 조계종단을 보면서 성철스님에게 외경심이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족일 뿐이다.



[필진정보]
김웅배 : 서양화를 전공하고, 1990년대 초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가 지금까지 미국에 거주하고 있다. 에디슨 한인 가톨릭 성당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4 복음서를 컬러만화로 만들고 있다. 만화는 ‘미주가톨릭 다이제스트’에 연재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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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1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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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mem2017-09-14 21:06:38

    내세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현세의 부귀영화는 중요한 의미가 없다. 성직자들을 포함해서 많은 구도자들이 경전이나 명상에만 의존해서 우주와 생명의 본질을 탐구했기 때문에 올바른 깨달음을 얻지 못했다. 그들의 탐구는 결국 우물 안의 개구리에 불과하다. 그런데 그들만 그러는 것이 아니라 과학자와 종교학자도 유능한 학자로 출세하기 위해서 무비판적이며 맹목적으로 기존학문을 배우고 익히는 데만 치중하므로 학문의 오류를 탐지하지 못한다.

    인간의 장기가 다른 사람에게 이식되면 원래 주인의 생명과 상관없이 생명을 유지한다. 그렇다면 인간은 하나의 주체에 의해서 통제되는 단일생명체인가 아니면 여러 생명체가 함께 살고 있는 집단생명체인가? 기존의 과학과 종교이론을 180도 뒤집는 이론으로 우주와 생명을 새롭게 설명하는 책(제목; 과학의 재발견)이 나왔는데 과학자와 종교학자들이 반론을 못한다. 이 책은 서양과학으로 동양철학을 증명하고 동양철학으로 서양과학을 완성한 통일장이론서다.

    아인슈타인의 공식(E=mc^2)이 옳다면 물질양자가 소멸하면서 에너지양자로 변해야 한다. 그런데 어떤 양자가 다른 양자로 변할 때에 양자는 더 작아질 수 없으므로 변화의 과정이 없이 변해야 하는데 그것이 가능하겠는가? 우주의 모든 변화는 양자의 위치이동(결합이나 분해)에 불과하며 진정한 변화(양자의 소멸과 생성)는 창조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이므로 불가능하다. 핵반응에서 나오는 열(에너지)은 아인슈타인의 이론과 상관없는 다른 방법으로 생성된다.

    기독교인들이 비성경적으로 행동한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그런 비판은 성경이 진리일 때만 가치가 있다. 성경이 진리가 아니라면 성경을 근거로 그들의 행동을 비판해야할 이유도 없다. 기독교인들이 수천 년간 비성경적으로 행동해도 왜 하나님이 그것을 방치하고 있을까? 세월호처럼 안전 규칙을 안 지키면 기독교인들도 사고가 난다. 기독교인들도 일반인들과 똑같은 확률로 암이 걸린다. 하나님은 공평한 건가? 아니면 기독교에 무관심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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