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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붓과 시편 : 潛 / 잠 / 잠기다. 땅속을 흐르다
  • 김유철
  • 등록 2017-09-05 10: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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潛 / 잠 / 잠기다. 땅속을 흐르다



‘잠수탄다’라는 말은 일상어가 되었다. 자의로 사라지는 일이지만 분명 거기에는 타의도 작용한다. ‘타의’가 사람이든, 사건이든, 시간이든, 장소든 분명 그것은 홀로 이루어지는 일은 아니다. 그러나 ‘잠수’는 단순히 숨어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흐름의 시간이며 연습하는 기회이다. 이번 가을 ‘잠수’를 권한다.



숨어살다



깊은 산마을이

숨어살기 제 격이지만

그저 제자리에 납작 누우면 될 일이다


고요한 선방이

숨어살기 제 격이지만

그저 입 다물면 될 일이다


가을 오는 길목

긴 산맥은 세월의 그림자이고

바다의 파도는 혁명의 함성이며

먼별은 떨리는 나침반이다


가을은

숨어살기 딱 좋은 때

우리는 서서히 떠나는 연습을 한다











[필진정보]
김유철 (스테파노) : 한국작가회의 시인. '삶·예술연구소' 대표이며 천주교 마산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집행위원장이다. 저서로는 시집 <천개의 바람> <그대였나요>, 포토포엠에세이 <그림자숨소리>, 연구서 <깨물지 못한 혀> <한 권으로 엮은 예수의 말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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