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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대구대교구 희망원 운영에 마침표, 그리고 남은 과제
  • 최진
  • 등록 2017-06-02 15:42:47
  • 수정 2017-06-02 18:3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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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대구대교구가 5월 31일부로 희망원 운영에서 손을 뗐다. 이에 교구장 조환길 대주교는 ‘희망원 수탁 운영을 마치며’라는 담화문을 냈고 시민사회단체들은 희망원을 둘러싼 의혹들이 남은 상황에서 제대로 된 쇄신안조차 담겨있지 않아 진정성을 찾아볼 수 없다고 평가했다. 


조 대주교는 “2017년 5월 31일부로 대구교구천주교회 유지재단이 대구시로부터 수탁 운영해 오던 대구광역시립희망원(이하 희망원)의 운영을 마쳤다”라며 “교구장으로서 이번 희망원 사태에 대해 사과드린다. 소외되고 약한 이들을 돕기 위해 시작한 일이 오히려 그분들과 봉사자들에게 상처를 주게 돼 너무나 마음이 아프다”라고 밝혔다.


조 대주교는 대구대교구가 희망원 사태를 계기로 교회 전반에 걸쳐 철저한 성찰과 반성에 들어갈 것이라며, 특히, 청소년 중 어려운 상황에 처한 학생들을 위해 대안학교와 다양한 청소년 지원센터를 운영하며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번 담화는 시민사회에 진정성 있는 사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구시립희망원인권유린및비리척결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1일 입장문을 내고 “꼬리에 꼬리 무는 의혹은 해소하지 못하고, 천주교대구대교구의 쇄신안도 없는 담화문은 진정성을 찾아볼 수 없는 형식적인 담화”라고 평가했다.


▲ 지난달 31일, 천주교 대구대교구 홈페이지에 ‘희망원 수탁 운영을 마치며’라는 제목으로 담화문이 게재됐다. (사진출처=천주교 대구대교구)


대책위는 “성찰과 반성은 모든 죄악을 고백하고 진상을 규명하는 노력을 병행할 때 그 진정성을 받아들일 수 있다”라며 “천주교대구대교구는 교구의 권력과 힘으로 희망원 사태를 은폐, 축소하려 했으며, 변명과 해명으로 일관해 큰 실망을 주었다. 대책위는 한 줌 의혹도 없을 때까지 진상규명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임성무 전 대구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사무국장은 조 대주교의 담화가 시민사회로부터 외면 받는 상황에 대해 “교구가 아직도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제대로 파악조차 못하고 있으니 시민사회로부터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 전 사무국장은 “교구는 그동안 희망원 사태를 은폐와 외면으로 일관했다. 그런데 갑자기 운영이 끝났다며 ‘반성한다’, ‘용서를 청한다’고 담화문만 내면 끝나는 것인가”라며 “교구는 지금까지도 희망원 사태를 누가 일으켰는지,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주체가 누구인지도 판단을 못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조 대주교가 희망원 사태를 반성한다며 내놓은 쇄신안도 문제가 됐다. 희망원 사태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교구의 엉뚱한 쇄신안은 교구가 희망원 사태의 본질을 모르거나 외면하고 있다는 사실을 더욱 증명하는 상황이 됐다. 


임 전 사무국장은 “희망원은 장애인 수용시설이다. 교구도 집단 수용시설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며 변명 아닌 변명을 했다. 그렇다면 이를 쇄신하겠다는 방안은 장애인탈시설 지원 내용이 나와야 하는데, 뜬금없이 청소년 대안학교를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지난 3월 30일, 희망원대책위와 대구지역 시민사회 단체가 모여 ‘희망원 사태, 천주교가 책임져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계산주교좌성당부터 대구시청까지 행진했다. ⓒ 최진


그는 “가난한 청소년을 운운하면서 대안학교를 말하는데, 대안학교는 국가가 하는 국책사업이다. 자사고도 운영하면서 대안학교까지 하겠다는 것이다. 국책사업에 손을 대서 그 문제를 일으켜놓고는 또 국책사업 포석을 깔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 시민사회가 조 주교의 사과를 진정성이 없다고 평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교구가 진정 희망원 사태에 정말 가슴 아팠고 반성하고 있다면 희망원 진상규명에 적극 동참하고, 책임자 처벌에 나서며, 장애인탈시설 지원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덧 붙였다. 


특히, “교구가 가난한 이들의 밥그릇을 빼앗은 전과가 있는 만큼, 가난한 학생들을 위한 일을 하고 싶다면 국가가 이미 잘 하고 있는 국책사업에 손대지 말고, 국가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인 어려운 학생들을 찾아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대교구는 1980년 대구시로부터 노숙인·장애인 집단거주시설인 희망원을 수탁 받아 37년간 운영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희망원에서 거주인 다수가 사망하고 횡령 의혹이 제기되는 등 총체적 문제가 벌어져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현재 희망원 사태와 관련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지난 1월 19일 전 희망원 원장이자 대구대교구 신부인 배 모 신부는 구속됐고 횡령을 비롯한 각종 의혹들이 계속 발견되고 있다. 그러나 교구는 희망원 사태가 개인적 일탈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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