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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성당서 놀고 올게”는 안 될까?
  • 최진
  • 등록 2017-05-25 19:56:52
  • 수정 2017-05-27 10:2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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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비롯한 젊은이들이 교회를 떠나는 현상은 최근 교회의 큰 근심 중 하나가 됐다. 이들이 교회를 떠나면서 교회는 사회보다 더 빠르게 고령화의 길을 가고 있다.  


성당에서 아이들이 줄어드는 현상을 국가적인 저출산 탓으로 돌릴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가톨릭사목연구소가 발표한 ‘2016 한국 천주교 통계’를 살펴보면 천주교의 급속한 고령화가 단지 저출산의 문제만은 아니란 점을 발견할 수 있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주일학교 학생은 전년 대비 초등부 774명(0.8%), 중등부 1,902명(5.7%), 고등부 545명(2.6%)이 감소했다. 엄청나게 줄어든 것은 아니지만, 이런 감소세는 지난 10년간 계속돼 왔다. 


문제는 주일학교 학생들과 그 연령대 교적통계를 비교하면 나온다. 초등학생은 교적의 60%, 중학생은 30%, 고등부는 15%만이 주일학교에 참석한다. 2016년 기준 10세(초등학교 3학년)부터 19세(고등학교 3학년)까지 교적은 총 46만 명이다. 이들 중 주일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14만 명이다. 70%의 아이들이 주일학교에 나오지 않는다.



물론, 주일학교에 안 나오면 신앙생활을 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다. 하지만 교회가 젊은이들에 대한 사목지향을 두고 준비한 주일학교가 절반도 못 미치는 호응을 얻고 있다면, 그 이유를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는 있다. 


아이들이 줄어들고 있는 현실을 눈앞에서 지켜봤던 주일학교 교리 교사들을 만나봤다. 


주일학교에서도 ‘주입식 교육’


처음에는 주일학교 출석률이 낮은 이유가 학원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수업이 없는 일요일로 미사를 옮겼다. 신부님도 부모들에게 아이들을 주일학교에 데리고 나와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처음 반짝 늘었던 출석률은 곧바로 떨어졌다. 그때 깨달았다. 아이들이 성당 오는 것을 즐거워하게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A씨는 청년 전례부를 하다가 우연히 중고등부 교사로 들어왔다. 여름캠프를 진행할 교사가 부족해 이를 돕다보니, 교사회의 심각한 인력난을 보게 됐고, 안타까운 마음에 교사를 맡게 됐다. 토요일엔 중·고등부 교사를, 일요일엔 청년 전례부를 하며 10년을 하느님께 봉헌했다.


‘가톨릭 청소년 성취포상제도’(이하 성취포상제)란 것이 있다. 봉사활동과 접목한 것인데, 핵심은 청소년들이 성경을 필사하는 것이다. 신부님들은 ‘아이들이 성당에서 성경을 직접 손으로 써보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청소년들에겐 정말 지겨운 시간이다.


▲ ⓒ 최진


A씨는 현재 몇몇 교구에서 시행하고 있는 성취포상제를 가톨릭 주일학교 실패의 대표적 사례로 들었다. 주입식 교육으로 주일학교를 운영하다보니, 시대에 뒤떨어진 교육이 나오고 청소년들에게 외면 받는다는 것이다.


그는 성취포상제를 하기 전까지만 해도 아이들이 종종 복음 내용을 묻기도 했지만, 성취포상제를 하고 나서는 아이들이 성경 자체를 싫어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인근 성당은 성취포상제를 실시하자, 50명이던 학생들이 10명 이내로 줄었다고까지 했다. 


그는 신문이나 주보에서 성취포상제가 아주 잘 운영되는 것처럼 알리지만, 성공 사례를 자세히 살펴보면 교구 청소년 교육국장이나 부국장 신부들이 진행했던 것임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성취포상제로 청소년들이 성지순례를 떠나는 것은 극히 일부 사례라고 했다. 


이어 “성취포상제를 보면 교회가 청소년을 얼마나 잘못 이해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시험  공부처럼 성경을 적어야 따라갈 수 있고, 만일 빠지거나 밀리면 청소년들은 학교처럼 겉돌다가 나중에는 성당을 안 나온다”라고 말했다.


주일학교, 교회 어떤 조직보다 신부님 영향 큰 곳



교리교사는 안 좋은 결과를 보고하면 자질이나 노력을 지적받는다. 지적을 받다보면 아이들보다 신부님을 더 신경 쓰게 된다. 아이들이 봄에 소풍을 가자고 해도, 움직이기 싫어하는 신부님을 모시고 있다면 성당 교리실 안에서 어떻게든 지내야 한다.


A씨는 10년간 주일학교 교사를 하면서 아이들보다는 신부님, 혹은 수녀님과의 관계 때문에 힘들었던 적이 더 많다고 했다. 강압적인 복종을 강요하는 신부님이나 수녀님 때문에 성당에 안 나오게 되는 아이들이나 교사도 있다고 했다. 


그는 “주일학교는 신부님이 교사 몇 명만 통제하면 전체 아이들을 통제할 수 있다. 신부님과 관계가 나빠지면 아이들한테 해줄 수 있는 것이 줄어들기 때문에 신부님께 결제를 받아야 하는 교사들은 굽실거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평일 알바로 등록금이나 생활비를 마련해야 하는 대학생 교사들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어서 아이들 반주연습 때 간식이라도 사다주려면 최대한 신부님께 거슬리지 않도록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교사들이 알아서 캠프를 구성하라고 시키지만, 과정에서 결국 사제가 원하는 방식을 교사들에게 주입하는 상황이 된다고 했다. 결국 사제들이 신학생 때나 과거 경험에서 좋았던 것을 캠프에 접목시키려 하지만, 아이들은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재미없어 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주일학교는 교회 어떤 조직보다 신부님의 영향이 크다. 그러다보니 주일학교는 항상 복불복이다. 기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신부님은 캠프 전체를 떼제나 피정으로 채운다. 아이들이 싫어하고 지쳐하는데도, 지금까지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려고 묻고 고민했던 신부님은 많지 않았다”


명맥유지 주일학교, 10년간 변화 없었다 


A씨는 청년들이 성당을 떠나면서 교사 인원이 부족한 상황을 오늘날 주일학교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봤다. 교사가 없어서 학년별 맞춤 교리를 할 수가 없고, 이것이 주일학교 출석률 감소로 이어진다고 했다.


“당연한 소리겠지만 중학교 1학년과 고등학교 2학년은 생각 자체가 전혀 다르다. 그런데 통합교리·큰교리로 아이들을 한꺼번에 가르치면, 아이들에게 깊이 다가갈 수 없다. 맞춤교육이 안 되면 아이들도 재미없겠지만, 교사들도 책임감이 떨어진다. 이마저도 종종 대체 교사가 투입되기도 한다”


그는 천주교가 개신교처럼 초등학교부터 청년까지 통합적인 체계로 구성돼있지 않기 때문에, 학년이 올라가면서 소속감을 못 느낀 아이들은 성당을 떠난다고 했다. 결국 고3 졸업생 중 한두 명을 영입하는 것이 현재 중고등부 교사 확충의 최선책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 10년간 천주교 주일학교가 명맥만 유지해왔을 뿐, 제대로 된 변화와 발전이 없었다고 꼬집었다. 


주일학교 교사는 젊은 성당직원이 아니다


성당 부모님들은 자식한테 무슨 문제가 생기면 전후 사정 가릴 것 없이 교사가 잘못했다고 야단친다. 그리고 신부님과 수녀님, 그리고 성당 어른들에게 교사 흉을 본다. 이럴 때는 여기가 성당 맞나 싶다.


교회에 대한 쓴 소리도 했다. 그는 교구장 주교가 직접 ‘교사의 날’ 미사를 주례하고 근속 교사들에게 값비싼 선물을 주는 것도 좋지만, 실질적인 주일학교 교육에 대한 연구와 쇄신이 없다면 교사들과 청소년들의 고통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또한 “지금 청년들은 성당 밖에만 나가면 재밌는 것들이 너무 많다. 또 취직을 하려면 준비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 이것들을 줄이고 하느님께 봉사하자며 성당에 나오는데, 마치 직원을 하나 얻은 것처럼 당연하게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힘들다고 하면 교사라는 사명감을 운운하며 노력하라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교회가 청년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면서 “평일에는 공부랑 알바를 하느라 정신이 없고, 주말이면 눈치를 봐가며 성당에서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하느님을 알리고자 노력한다. 자기 시간이 없는 사람들이다”라고 했다. 


주일학교 돌파구, 아이들 얼굴을 살펴야 한다 


▲ ⓒ 최진


이렇게 마음고생을 하다가도 아이들 입에서 ‘선생님, 너무 재밌었어요’란 한마디를 들으면 울컥한다. ‘재밌으면 앞으로 성당 잘 나와야지’라고 말했는데 순간 목이 멨다. 하느님께서 힘든 시간 아이들을 통해 위로를 주셨다. 그래서 희망을 놓을 수 없다.


A씨는 자신이 10년간 주일학교 교사를 할 수 있었던 힘은 아이들의 웃음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순탄치 않은 교사활동임에도 불구하고 매주 성당에서 열심히 교사들을 따르는 아이들 때문에 스스로를 더 채찍질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의 입에서 ‘엄마, 나 성당에서 놀고 올게’라는 말이 나오게 하는 것이 신앙교육 자체라고 생각한다. 성당에 가면 즐겁다는 것을 어린 시절, 특히 청소년 사춘기 때 체험한 아이들은 청년이 돼서도 자연스럽게 성당에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신부님들과 어른들은 아이들이 성당에서 성경에 대한 것 하나라도 더 배워갔으면 한다. 물론, 주일학교가 놀이터처럼 마냥 놀 수 있는 곳은 아니지만, 교육 방향이 아이들에게 거부감으로 느껴지게 해서는 안 된다”고 짚었다.


그는 ▲성당에 온 아이들이 웃으면서 주일학교를 다니는지 ▲교리 내용에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것이 있는지 ▲행사를 구성할 때 아이들의 요구 사항을 듣는 지 ▲주일학교 평가에 아이들 평가가 들어가는지 ▲아이들이 성당에 얼마나 오래 머무르는지 등이 주일학교 개혁에 중요한 요소라고 제시했다.


그는 “예수 그리스도의 신앙은 우리에게 기쁨이다. 그렇다면 성당도 청소년들에게 기쁨이 돼야 한다. 주일학교가 가장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아이들의 웃는 얼굴’이다. 기준이 바뀐다면 한국 교회의 미래가 조금 더 밝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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