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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대구대교구, 희망원 합의파기 후 다시 약속
  • 최진
  • 등록 2017-05-23 18:08:32
  • 수정 2017-05-23 18: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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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대구교구와 희망원대책위가 희망원 사태 해결을 위한 합의를 다시 이뤘다. (사진제공=희망원대책위)


천주교대구대교구와 대구시립희망원인권유린및비리척결대책위원회(이하 희망원대책위)가 희망원 사태 해결을 위한 합의를 다시 이뤘다. 1차 합의에서는 지난해 10월 사표수리를 약속한 희망원 간부 23명중 11명이 제외됐었는데, 이날 합의에서는 제외됐던 11명 중 8명을 사표처리하고 3명을 제외했다.


대구대교구는 합의 이행을 위해 24일 자정까지 8명의 사표를 수리하고 행정처리를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교구는 남은 3명은 가정형편 등의 이유로 사표수리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밝혔지만, 대책위는 이들에 대해서도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이날 합의에는 사회사목 교구장 대리 김철재 신부와 희망원 문제가 벌어질 당시 대구가톨릭사회복지회 사무국장 신부였던 이정효 신부(현 내당 주임), 그리고 앞서 1차 합의를 진행했던 이종건 사무처장 신부가 서명했다. 대책위는 교구로부터 조치계획서를 약속받고 해산했다.


“대구대교구, 약속 어기고 경찰력 동원이라니”


▲ 희망원대책위는 18일부터 대구교구를 상대로 집중투쟁을 예고했고, 조환길 대주교와의 면담을 촉구했다. (사진출처=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구교구와 희망원대책위는 지난 4월 29일 희망원 사태에 책임이 있는 간부 23명에 대한 사표수리를 5월 12일까지 완료하겠다고 했으나, 17일 대구교구가 이를 일방적으로 파기하면서 논란이 됐다. 이에 대책위는 18일부터 천주교 대구대교구를 상대로 집중투쟁을 예고했고, 20일부터 조환길 대주교와의 면담을 촉구했다.


희망원대책위는 22일 오전 8시 30분 대구대교구청 3층 조환길 대주교 사무실 앞에서 1차합의 내용 이행을 요구하며 조환길 대주교와의 면담을 요청했다. 그러나 대구대교구는 대책위를 사복 경찰로 막아 물리적 충돌을 일으켰고, 이 과정에서 장애인이 골절상을 입고, 여성 활동가가 자리에서 실신했다. 


앞서 지난 20일부터 대책위는 범어대성당과 예수성심시녀회 등을 방문해 새벽까지 기다리며 조환길 대주교와 면담을 요청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 희망원대책위는 새벽까지 이어진 투쟁 끝에 대구대교구와 재협의를 하게 됐지만, 조환길 대주교와의 면담은 이뤄지지 않았다. (사진출처=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책위는 이날 오전 11시 기자회견에서 “대구대교구 사무처장 신부는 합의문을 작성하면서 조환길 대주교가 합의 내용에 대해 승인했다고 말했다. 자신이 ‘사제직을 걸고 약속하는 것이므로 안심해라’고도 했다”며 약속된 합의 내용을 책임감 있게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오후 1시 이후 2차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었으나, 교구는 교구청 본관 정문을 잠그고 후문 출입로를 차로 막으며 출입을 저지했다. 대책위는 “천주교가 약속을 어긴 반성과 사과는커녕, 물리력을 동원해 접근조차 차단하고 있다”며 대구교구의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오전부터 면담을 요청하던 대책위는 오후 6시가 가까워서야 경찰로부터 면담 불가 통보를 받았다. 이에 대책위는 6시 30분부터 막혀있던 교구청 본관 건물 진입을 시도했고 이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일어났다.


▲ 희망원대책위는 6시 30분께 면담 요구를 위해 본관 진입을 시도했고 이 과정에서 경찰과 물리적 충돌이 있었다. (사진출처=뉴스민)


대책위에 따르면 교구청 본관 주변은 경사가 높고 계단이 많아, 경찰과 시민단체가 충돌할 경우 큰 인명사고가 발행할 수 있는 지형이다. 특히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의 경우 더욱 사고 위험이 높아 국가인권위원회가 대구대교구 측에 시설보호 요청을 잠시 철회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교구는 시설보호요청을 철회하지 않았고, 결국 사복을 입은 기동대 경찰 50여 명과 장애인을 비롯한 대책위 간의 물리적인 충돌이 발생했다. 경찰 관계자가 확성기를 통해 사복경찰들을 진정시켜야 할 만큼 격렬한 상황이 이어졌다. 


이날 경찰과 충돌로 휠체어에 탄 장애인 1명이 다리골절로 응급실에 실려 갔으며, 여성 활동가 1명이 탈진해 실신하는 등 3명이 다쳤고 5대 이상의 휠체어가 파손됐다. 교구는 오후 7시께 시설보호 요청을 철회했고, 이후 경찰이 본관을 빠져나갔다. 


“계속 제기되는 희망원 의혹들” 


▲ (사진출처=대구MBC뉴스 갈무리)


한편, 대구MBC에서는 22일부터 일주일간 희망원 사태에 대한 집중보도를 예고했다. 대구MBC는 취재결과 기존에 밝혀진 희망원 관련 인권유린 사건보다 더 충격적인 사건들이 있었다며, 그 첫 순서로 희망원 내 폭행치사 의혹을 보도했다. 


지체 장애인 A 씨는 1990년대 후반 대구시립희망원에 입소하면서 머물게 된 신규 생활관에서 한 생활인이 희망원 고위 간부에게 폭행당해 숨지는 것을 보았다고 말했다. 그는 “야구 방망이를 들고 막 때리니까 아파 죽는다고 했다. 사람들이 들고 나갔는데 죽었다고 했고, 그 후로는 그 사람을 볼 수 없었다”고 증언을 했다. 


지금까지 희망원을 운영해 온 대구대교구와 대구시는 생활인 폭행치사 사건은 없었다는 것이 공식적인 입장이었지만, A씨가 생활관을 나온 뒤에도 폭행으로 다른 생활인이 숨지는 사건이 있었고, 다른 생활인들도 폭행치사 관련 증언을 쏟아내면서 희망원 사태 진상규명에 대한 목소리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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