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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원, 해결되나 했더니 대구교구 합의파기로 새 국면
  • 최진
  • 등록 2017-05-18 19:32:08
  • 수정 2017-05-19 17: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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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락되던 대구시립희망원 사태가 또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대구교구가 희망원 사태 해결을 위해 희망원 관계자들이 제출한 사표를 수리하겠다고 대책위와 합의한 내용을 일방적으로 지킬 수 없다며 파기했기 때문이다. 


대구교구는 지난달 29일 자정 무렵 계산성당에서 항의 연좌시위를 하던 대책위와 극적으로 합의를 이루고 희망원 인권유린과 비자금 조성 등 각종 비리에 책임이 있는 원장신부들과 간부 23명이 제출한 사표를 전원 5월 12일까지 행정처리 하겠다고 약속했다. 


▲ (사진제공=희망원대책위)


당시 합의문에는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와 교구장 대리 이종건 사무처장 신부도 이름이 올라가 있었다. 부재중이던 대주교를 대신해 이종건 신부가 합의문에 서명했으며, 이 신부는 사표 수리를 약속한 12일까지 교구장 서명을 대책위에 전달하겠다고 약속했었다.


대책위는 대구대교구가 합의 내용을 약속대로 이행하고 희망원과 관련한 추가 범죄 의혹이 나오지 않을 경우, 더는 대구대교구를 상대로 집회와 시위를 하지 않겠다고 합의했다.


앞서 희망원 노조는 대구대교구가 희망원 내부에서 친교구 성향의 인사들을 초고속으로 승진시키고 있으며, 이른바 ‘인사 알박기’를 통해 희망원 비리에 대한 사후관리에 들어갔다며 의혹을 제기했지만, 대책위는 교구가 합의를 지킬 것이라 믿으며 대구시청 앞에서 32일간 천막농성 중이던 ‘희망캠프’를 철수했다.


“대구교구, 희망원 사태 원점으로 되돌렸다”


하지만 교구는 5월 17일 사표를 제출했던 23명의 간부 중 11명에 대한 사표 수리가 이뤄졌으며, 나머지 인원에 대한 행정 처리는 불투명하다고 대책위에 통보해왔다. 희망원 위탁 운영을 해지하고 빠른 시일에 철수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에 대구시립희망원인권유린및비리척결대책위원회(이하 희망원대책위)는 18일 오전 11시 천주교 대구대교구청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희망원 사태 해결을 위한 투쟁을 새롭게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 (사진제공=희망원대책위)


대책위는 대구교구의 합의 내용 불이행으로 희망원 사태가 또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며 “인권유린 희망원 사태의 장본인인 천주교 대구교구가 이제는 약속을 어겨가며 대구시민과 전 국민을 유린하고 있다”라고 규탄했다.


이들은 대구교구가 내부 책임자들의 반발을 이유로 갑자기 대구시에 위탁 해지를 통보한 채 철수해버리는 것은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간 희망원 사태를 천주교가 얼마나 무책임하게 대처하고 있는지 드러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합의문에 이름을 올렸던 박명애 희망원대책위 공동대표는 “지난달 29일 합의를 하면서 ‘그래도 믿음 있는 곳은 역시 다르구나’라며 기뻤었다. 처장 신부는 사제직을 걸고 약속을 지키겠다고까지 했다”라며 “오죽했으면 이런 말까지 할까 싶었는데, 이따위로 믿음을 저버릴 줄 몰랐다. 사람에 대한 믿음을 저버린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대구대교구는 희망원 간부들이 사표를 수리할 경우 부당노동행위로 교구를 고소하겠다고 해, 강제로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대책위는 교구가 법을 핑계로 희망원 문제를 넘기려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권택흥 대책위 공동대표는 “희망원 사태에 책임이 있는 간부 23명에 대한 문제는 지난해 10월 그분들이 스스로 약속한 것”이라며 “적폐청산을 구체적으로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인적 적폐청산이 이뤄져야 한다. 이것은 일자리 문제가 아니라 적폐청산의 문제다”라고 일갈했다.


“조환길 주교와 천주교 향해 집중투쟁 할 것”


서승엽 공동대표는 “천주교가 국가기관 수사와 여론이 집중될 때는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기자회견까지 열며 사표를 제출했다. 그런데 이제 관심이 줄어들었다고 생각했는지 약속을 어기고 있다”며 “대구시와는 이미 희망원 문제와 관련해 상당한 합의가 진행됐다. 앞으로는 조환길 대주교와 대구대교구에 직접 책임을 묻는 투쟁을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대책위는 기자회견 후 교구 본관 입구와 외벽에 합의서를 붙이며 천주교가 스스로 합의한 약속을 지켜줄 것을 촉구하며 규탄기자회견을 마쳤다. 


▲ (사진제공=희망원대책위)


지난해 10월 13일 희망원 사태로 천주교에 대한 국민적인 규탄이 이어지자, 교구장 조환길 대주교는 ‘책임을 통감한다’며 ‘희망원 사태 해결에 협조할 것’을 약속했다. 또한 희망원 원장신부를 비롯한 희망원 팀장급 이상 간부 23명은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인권위 조사 등에서 의혹이 사실로 확인돼 책임을 묻는다면 반드시 책임지겠다”라며 사표를 제출했다. 


그러나 국가인권위 조사에서 인권유린과 관련한 의혹들이 사실로 드러나고, 검찰 수사를 통해 비자금 조성 혐의가 확인돼, 관련 성직자들까지 구속됐지만, 희망원 측은 앞서 약속한 사표를 단 한 건도 처리하지 않았다.


이에 희망원 대책위와 장애인 인권단체들은 서울 명동성당과 대구 계산성당, 범어성당 등에서 기습시위를 벌이며, 천주교가 자신들이 국민에게 약속한 것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촛불대선 당시에도 문재인 후보와 심상정 후보 등은 희망원 사태 해결을 인권 관련 공약으로 다루면서 희망원 사태에 대한 심각성을 재차 드러냈다.


유력 대선주자들이 희망원 사태를 적폐청산의 대상으로 지목하는 상황에서 대구대교구는 대책위와 극적으로 합의를 이뤘다. 앞서 약속한 희망원 인적 적폐청산을 시행하겠다고 약속하며, 합의서까지 작성했지만, 대선 이후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현 정부가 장애인 자립지원과 부양의무제 등 장애인 인권과 관련한 법적 보완을 추진할 경우, 천주교를 비롯한 종교재단이 운영하고 있는 집단수용시설 등의 문제가 더욱 심각하게 드러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희망원 대책위가 대구교구와 조환길 대주교에 대한 집중 투쟁을 예고하면서, 향후 희망원이 종교법인 수용 시설문제를 드러내는 신호탄이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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