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아름이 편지 : 지난 여름, 팽목에서 다시 만났던 우리 승현이.
  • 이아름
  • 등록 2015-05-25 10:53:17

기사수정

2015년 5월 24일 일요일 91일차.


용인시 한일마을입구 삼거리에서 일정을 마무리 했습니다.

12일.

저와 아빠가 이 길과 마주할 수 있는 시간 입니다.


팽목에서 첫 걸음을 내딛었을 때, 하루 하루가 힘겨운 만큼,

신기하고 감사했던 날들이 스쳐갑니다.


12일 째가 아닌, 이제 12일 만이 남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고, 시원하고 서운합니다.

이 길에서 만났던 그 소중한 사람들을 이 길이 끝나면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이 길이 끝나기를 하루 하루 기다렸으면서도 끝나지 않기를 바랬던 이유는

사람들 때문이었습니다.


보고 싶고, 소중한 사람들.

광화문에서 아빠와 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정말 일까.

그 사람들이 정말 아빠와 나를 기다려 줄까.

아빠와 내가 왜 광화문까지 그렇게 기어 갔는지를 알아줄까.


광화문에 도착하면 뭐가 있을까.

광화문에서 아빠와 저를 기다려주는 사람이 우리 승현이 였으면 좋겠습니다.

저를 안아주는 사람이 우리 승현이 였으면 좋겠습니다.

수고했다고 고생했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우리 승현이 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라도 우리 승현이를 만나고 싶습니다.

지난 여름, 팽목에서 다시 만났던 우리 승현이.


이렇게 다시 광화문에서 승현이를 만나고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아름 : 세월호 희생자 승현군의 누나이자, 이호진씨의 딸이다. 아름양은 지난 2월 23일부터 진도 팽목항에서 광화문까지 삼보일배를 하고 있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가스펠툰더보기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