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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통 받는 당신’…연대의 힘에서 얻는 부활
  • 문미정
  • 등록 2017-04-17 17:41:42
  • 수정 2017-04-17 18: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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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부활대축일 미사가 봉헌됐다. 이날 700여 명의 신자들, 수도자들, 사제들이 함께 했다. ⓒ 문미정


세월호 가족들이 온전한 헌신으로 우리에게 부활의 방법을 알려줬다.


세월호참사 3주기를 함께 맞는 올해 예수부활대축일은 ‘나는 당신과 무관하지 않다. 내가 바로 고통받는 당신이다’는 연대의 힘을 되새기는 시간이었다.


1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오전 11시 부활대축일 현장미사가 시작되자 700여 명의 신자, 수도자, 사제들이 찾아와 자리를 지켰다.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 위원장 나승구 신부는 세월호 참사부터 지금까지 벌어진 일들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강론을 시작했다. 


3년 전 사고가 있던 날, 고민과 논의 끝에 예정대로 밀양 송전탑 싸움에 지친 할매할배들을 찾아가는 엠마오를 떠났지만, “그 부활은 부활이 아니었다. 하느님 어디 계시냐는 소리가 가슴 속에서 쿵쾅거리는데 그 분 아드님 부활은 사치였다”면서, “그렇게 슬프고 막막한 부활을 지낸 지 벌써 3년이 지났다”고 말했다. 


▲ ⓒ 문미정


4대강, 철거민, 노동자, 농민, 고향을 지키고자 싸웠던 어르신들이 죽었고, 배에 탔던 이들은 무참히 살해당했다. 이 무죄한 이들의 억울한 죽음은 “그 죽음에 대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던, 힘없고 희망 없이 그저 분개했던 우리 모두의 죽음”이라고 설명했다. 


그 죽음은 이천년 전 힘없이 죽어간 우리 스승 예수님 부활과 함께 부활할 것이다. 부활은 한순간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무덤으로 달려간 이들의 발걸음, 고기잡이를 포기했던 이들이 다시 드리운 그물질에서 한 가닥씩 엮어지고 만들어진 부활이었고, “이제 우리 부활을 이뤄야 한다. 우리가 희망 없이 손 놓았던 모든 것을 기억하면서 한 가닥, 한 가닥 끄집어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함께 기도하며 희생자들을 기리는 시민들 ⓒ 문미정


9명의 미수습자를 수습하고, 대한민국을 안전하고 참다운 나라로 세워야 하며, 포기했던 모든 것들을 기억해서 적폐 속에 잠겼던 모든 진실을 드러내야 한다고 말했다. 고향을 뺏긴 어르신들의 삶 터, 강정과 성주, 노동자와 농민, 빈민을 살려야 한다는 것이고 이처럼 모든 죽어가는 것을 생명의 자리로 끌어당길 때 예수님 부활은 우리와 관계있는 부활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월호 가족들은 자신의 분노와 슬픔을 개인의 원한으로 가두지 않고 사회적 연대로 확장시킴으로써 변화의 동력으로 사용되게 했다”는 김훈 작가의 말을 인용하면서, 세월호 가족이 온전한 헌신으로 우리에게 알려준 부활의 방법은 바로 ‘연대의 힘’이라고 설명했다. 


‘내가 그이와 다르지 않다는 것’, ‘내가 바로 고통 받고 십자가를 진 그이’라는 연대가 이뤄질 때 우리 부활은 분명해진다는 것이다. 


▲ 광화문 세월호 광장 건너편 건물 옥상 광고판에서 6명의 노동자들이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 `정리해고·비정규직 노동악법 철폐! 노동법 전면 제·개정! 노동3권 완전 쟁취!` 현수막과 `세월호 진실규명` 현수막이 함께 걸려있다. ⓒ 문미정


세월호 추모 미사를 봉헌하는 시간, 광화문 광장 건너편 건물 꼭대기에 설치된 광고판에서는 고공농성이 이어지고 있었다. 


강론 끝에 나 신부는, 우리 곁에 있지만 자칫 그 존재를 알지 못한 채 지나갈 수 있는 농성자들 6명의 존재를 각인시키며 다시금 강조했다.


부활은 이분들과도 우리가 무관하지 않을 때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기억은 부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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