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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교들, 정부·기업 지원받는 시설운영 멈춰야”
  • 최진
  • 등록 2017-04-05 12:53:52
  • 수정 2017-04-05 12:5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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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8개 장애인 인권 단체들이 4일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대구광역시 시립 희망원 인권침해와 비리사건 해결을 위한 긴급토론회’를 열었다. ⓒ 최진


대구시립희망원 사태를 통해 한국사회가 점검하고 청산해야 할 과제를 돌아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천노엘 신부는 한국 교회 주교들이 정부와 재벌기업의 지원으로 대형시설을 운영하면서 장애인들을 격리하는 대형시설운영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8개 장애인 인권 단체들은 4일 오후 2시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대구광역시 시립 희망원 인권침해와 비리사건 해결을 위한 긴급토론회’를 열고 희망원 사태에 대한 문제점과 해결 방향을 모색했다. 


이들은 각종 인권유린과 조직적인 횡령 등이 벌어진 희망원 사태를 두고 37년간 시설을 운영해온 천주교 대구대교구와 위탁을 맡긴 대구시가 안일한 후속 조치를 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 정도 사고 쳤으면 재단설립 취소가 정상”


조민제 위원장은 희망원에서 다수 생활인의 의문사와 사망 원인 조작, 불법감금, 국고보조금 횡령 비리 등 복합적이고 조직적인 범죄가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천주교 대구대교구와 희망원이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위원장은 2016년 10월 < SBS 그것이 알고 싶다 >프로그램에서 희망원 사태를 다루며 사회적 파장이 커지자, 대구대교구 조환길 대주교는 철저한 진상조사 협조와 재발방지대책 강구 등을 하겠다며 사과문을 발표하고, 희망원 총괄원장 신부도 기자들을 모아 ‘간부 24명이 사표를 제출했고 잘못이 사실로 밝혀지면 책임을 지겠다’고 약속한 사실을 짚었다.


▲ 조민제 위원장은 천주교 대구대교구가 희망원이 희망원에서 발생한 생활인의 의문사, 사망원 원인 조작 등에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최진


그러나 “겉으로는 사과를 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 운영권을 포기하겠다고 했지만, 지금까지도 운영을 계속하고 있다. 각종 혐의가 사실로 드러났지만, 희망원이 사표 수리를 한 간부는 한 명도 없다”고 꼬집었다.


천주교는 장애인의 인권을 짓밟은 것은 물론, 죽음에 이를 정도로 관리를 소홀히 했다. 운영을 맡은 성직자들은 조직적으로 국가 세금을 횡령했다. 이 정도 사고를 쳤으면 재단 설립이 취소되는 것이 정상이다.


지난달 24일 천주교 주교회의 총회 폐막식 때 나온 김희중 대주교의 발언도 문제가 됐다. 조 위원장은 “당시 김희중 의장은 22일 명동성당에서 진행된 기습시위에 대해 ‘조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희망원 사태에 대해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운영 과정에서 시행착오와 실수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희망원 사태의 심각성과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모습이다”고 지적했다.


“주교들이 시설운영 신청하면 대통령·재벌이 지원”


토론자로 나선 천노엘 신부는 한국 교회 지도자들이 정부와 재벌기업의 지원으로 이뤄지는 대형 복지시설 운영을 중단하고, 복음에 나타난 예언자적 소명을 되새겨 장애인들이 지역사회로 돌아갈 수 있는 자립운동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 천노엘 신부 한국 교회 지도자들이 예언자적 소명을 되새겨 장애인들의 자립운동을 지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최진


주교님들은 정치인, 재벌들과 함께 장애인들을 대규모로 수용하는 시설을 만들었다. 주교님들이 대형 복지시설을 운영하겠다고 신청하면 대통령과 재벌들이 이를 지원했다.


천 신부는 대구 희망원과 같은 문제는 70년대 한국 사회에도 있었다면서 80년도에 그룹홈(Group home)을 만들면서 모든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 수 있는 사회를 꿈꿨다고 설명했다.


그는 1996년 처음으로 한국 교회 주교들에게 “교회가 수용시설 중심의 사회복지를 하게 되면 앞으로 큰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편지를 보냈고, 1999년에도 편지로 “교회가 대규모 시설을 운영하는 것을 진지하게 성찰해 달라”고 호소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에도 희망원 사태가 사회문제로 커지자, 주교들에게 대형시설 운영을 중단해 줄 것을 촉구하는 편지를 적었다. 


천 신부는 “대구 희망원 사건은 교회뿐 아니라, 온 국민이 큰 충격을 받은 사건이다. 믿었던 가톨릭교회에 대한 실망과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졌다”고 우려했다.


“한국 교회의 대형시설 운영 이유는 자본주의적 속성” 


▲ 지난해 10월 24일, 천 신부는 한국 교회 주교들에게 대형시설 운영을 중단해 줄 것을 촉구하는 편지를 보냈다. ⓒ 최진


309명이 사망한 이유는 무엇인가. 사망자 부모에게 이 사실을 알렸는가. 자식의 죽음에 대해 부모가 화장이나 매장을 선택할 권리는 있었나. 묘지에 비석이 있는가. 화장했다면 유골함이라도 있는가.


천노엘 신부는 교회가 희망원에서 죽어간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예의를 지켰을지 궁금하다고 반문하면서 교회가 사회적 약자들을 대규모 수용시설에 수용하기 시작한 것은 자본주의의 출현과 깊은 관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자본주의는 자신의 규율에 순응할 수 없는 이들을 제거하려는 속성이 있는데, 교회가 이것을 그대로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천 신부는 한국 교회가 자본주의적 시선으로 장애인들을 배제하고 격리할 것이 아니라, 복음에 나타난 예언자적 사명을 되새겨 대형시설을 폐쇄하고 장애인 인권을 발전시키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는 조민제 희망원대책위 공동집행위원장의 발제를 맡고 이어, 무지개공동회 대표 천노엘 신부와 서종균 서울주택도시공사 주거복지기획처장, 강인철 보건복지부 장애인권익지원과장, 상지대 법학과 김명연 교수 등이 토론자로 나섰다. 


토론회를 주최한 정의당국민건강복지부 위원장 윤소하 의원은 “희망원 사태는 세월호 참사와 같은 국가 재난”이라고 짚으며 “희망원 희생자들은 인권과 생명을 보호받지 못하고 오히려 불법과 탈법으로 얼룩진 복지시설운영에 희생당했다. 희생자들을 생각하면서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해나가자”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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