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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천주교아파트 매각, ‘신자들이 무슨 상관인가’-2
  • 최진
  • 등록 2016-12-22 13:24:15
  • 수정 2016-12-22 13:3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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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교구 관리국 관계자는 시세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땅을 매각한 이유에 대해 “사람들이 세속적 논리로 리베이트나 다운 계약서를 이야기하는데, 교회가 함부로 땅을 팔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 최진


“상식적으로 교회가 거짓말을 하겠나”


의혹에 대해 알아보고자 (주)씨앤티개발사와 접촉을 시도해봤지만 회사 간부는 대답을 회피했다. 현장 사무소에서는 “직원이라 인터뷰를 할 수 없다”고 했고, 씨앤티 개발 부사장 안 모 씨는 “교구청과 성당의 문제지, 우리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이와 관련해서 할 말이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천주교 부산교구 관리국 관계자는 “교구청 홈페이지에 사실 그대로 올라가 있다. 그 내용 말고는 다른 사항은 없다”며 “따로 취재를 온 언론사는 없지만, 지역신문과 교계 신문이 교구 공지문을 보고 기사를 썼다. 그 기사들을 참고해라”고 말했다.


시세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땅을 매각한 이유에 대해 “사람들이 세속적 논리로 리베이트나 다운 계약서를 이야기하는데, 교회가 함부로 땅을 팔지는 않는다”라며 “상식적으로 교회가 거짓말을 하겠나”라고 반문했다.


신축 오피스텔 건물 공사로 해운대 성당 붕괴가 우려되는 점에 대해서는 “성당이 무너지는데 교구청이 가만히 있겠나”라며 “시공사 측에 공사 똑바로 하라고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문제를 통해 향후 교회 재산처리 방식이 신자들과 소통하는 방향으로 변할 수 있냐는 질문에는 “그것은 말하지 않겠다. 예고도 없이 와서 취재하지 마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교구에서 교구 땅을 파는데 왜 신자들이 찾아 온 것이냐”


김영욱 해운대성당 평신도사도직협의회 총무는 신자들의 요청과 항의에 대해 교구는 ‘왜 신자들이 교구청 일에 간섭을 하느냐’는 태도를 보였다고 했다. 김 총무는 교구가 아파트 부지 문제를 처리하는 데 있어, 신자들을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했기 때문에 문제가 더 커졌다고 생각했다.


김영욱 총무는 “해운대성당 신자들이 자선아파트 부지가 매각된 것에 대해 알게 된 것은 10월 7일이다. 주임신부님이 건축동의서를 받으러 온 알바를 만나 매각 사실을 알게 됐고, 전임 신부님에게도 전화해봤지만 관련 내용을 몰랐다. 당연히 사목회의 신자들도 그때 처음 매각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김 총무는 “너무 황당한 상황이라서 며칠 후 성당 사목회가 교구청을 방문했다. 그런데 교구청 관리과장은 ‘교구에서 교구 땅을 파는데 왜 신자들이 찾아 온 것이냐’라며 쏘아붙였다. 그래서 본당 사목회장님이 ‘신자들과 성당과 직접 관련된 일 때문에 교구청을 찾아왔는데, 이런 식으로 대하는 것이 어디 있느냐’며 항의했다”고 말했다.


김 총무는 10월 13일 관리국장 신부와의 면담에서도 교구 입장만 설명할 뿐, 구체적인 해결방안이나 의혹에 대한 답변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관리국장 신부는 전임 관리국장 신부가 해 놓은 내용을 확인했을 뿐이며, 교구장 주교가 결정한 사안이라고 책임을 돌렸다는 것이다.


이후 “10월 23일 신자들의 서명운동이 일어나자 총대리 주교님이 다음날 주임신부님에게 전화해 ‘왜 신자들이 집단행동을 하느냐’라고 항의했다. 이후 주교님은 주임신부님만 교구청으로 불러 상황을 설명해주겠다고 말했고, 신부는 ‘나보다도 신자들이 더 답답하고 궁금할 테니 함께 가겠다’고 답했다. 그래서 사목회가 11월 1일 주교님과 처음으로 면담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총무는 황철수 주교가 이날 사목회와 면담 후, 교구 재무평의회 때 함께 이야기를 해보자고 말 해, 많은 기대를 품었다고 말했다. 그는 “(황철수 주교가) 회의에 오라고 하셔서 여러 의견이 오갈 줄 알았다. 그래서 관련 서류와 자료를 모두 챙겨갔다. 하지만 정작 회의가 열리는 날 교구 신부님들은 ‘10분 동안 할 이야기를 다 하라’고 했고, 이후에는 교구의 입장을 설명하는 PPT를 보여줬다. 그리고는 돌아가라고 했다. 황당하고 말이 안 통하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 김영욱 총무는 교구가 신자들의 요청과 항의에 대해 `왜 신자들이 교구청 일에 간섭을 하느냐`는 태도를 보였다고 말했다. ⓒ 최진


이어 11월 20일에는 황철수 주교가 직접 해운대성당 신자들과 만났다. 신자들은 해운대성당이 위험하다며 주교님 앞에 무릎을 꿇고 자비를 베풀어달라고 청했다. 업자들의 이익보다 신자들을 생각해 달라고 사정했다. 이에 황 주교는 “일이 너무 진행돼, 되돌릴 수 없다”고 안타까워하며, 매매계약서를 사목회에 전달하고 “법률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검토해보라”고 했다.


김 총무는 황 주교가 매매계약서를 신자들에게 준 것에 대해 “법률적인 문제가 있으면 매각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고 기억했다.


이후 대책위와 신자들은 법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하며 매매계약서에 잘못된 것은 없는지 살폈다. 그리고 12월 8일 계약서의 오류 내용을 찾아 황 주교와 3차면담을 진행했다. 김 총무는 “계약서에 숫자가 틀린 것도 정말 큰 문제지만 그보다도 계약서상의 매매 목적물이 틀렸다. 무엇을 파는 것을 증명하는 계약서인데, 뭘 파는지 자체가 틀린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씨앤티 개발이 거주자들과 계약한 내용은 전부 토지로 돼있는데, 아파트 거주자들은 건물에 대한 소유권만 있을 뿐, 토지소유권은 교구에게 있어 계약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김 총무는 “계약서에는 매매 목적물이 건물이 아니라 토지로 돼있다. 그러나 아파트 주민들은 토지에 대한 소유권이 없다. 그래서 우리가 이 문제를 찾아줬다. 그러면서 이것을 문제제기 하면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려줬다. 그러나 주교님에게 계약서 문제를 찾아드려도 결정은 바뀌지 않았다. 왜 계약서를 주면서 잘못된 것을 찾아보라고 했는지 이해가 안 갔다”고 말했다.


김 총무는 이어 “씨앤티개발은 2015년 12월 17일 상호변경을 했다. 매매계약서에 따르면 제일 빨리 계약에 서명한 아파트 주민은 올 해 4월 16일이다. 상호를 변경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부산교구 자선아파트 부지 매각 사업에 뛰어들었다는 것도 의혹이 생기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구가 신자들에게 매각 사실을 알리기만 했어도, 이런 문제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신자가 무슨 상관이냐’는 교구의 생각이 이런 사단을 낳았다”라며 “이번 일을 겪으면서 본당 신자들이 교구에 느낀 상실감과 실망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고 했다. 


▲ 해운대 성당에 내부에 천주교아파트 부지 매각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달려 있다. ⓒ 최진


“한국 교회의 사고방식은 자선아파트가 지어지던 60년대에 머물러 있다”


김 총무는 가톨릭교회가 전통과 역사를 강조하면서 그 개념을 폐쇄성과 혼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 교회는 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평신도의 참여와 역할을 강조하지만, 한국 교회는 자선아파트가 지어지던 60년대에 사고가 정지해있다는 것이다.  


그는 “신자들은 세상에 나가 힘들게 살아가면서도 교무금을 내고 주일헌금 낸다. 기부를 하라고 하면 기부를 하고, 청소를 하라고 하면 성당청소를 한다. 그런데 신자들의 돈과 노력으로 운영되는 교회가 신자들을 무시한다. 누가 분개하지 않겠나”라며 “교구가 말로만 신자들을 섬긴다고 하지 말고, 신자들을 보살핀다는 의무를 깊게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교회의 일’이라고 하지만, 정작 교회의 재산을 결정하는 하는 것은 재무평의회 소속 고위성직자 몇 사람이다. 철학과 신학을 공부했던 신부님들이 경제전문가처럼 결정을 한다. 그리고 신자들이 잘못에 대해 알려주면 그것을 시인하거나 고치려하지 않는다”라며 “부동산법이나 건축법을 전공한 재무평의회 신부님이 있는가. 신자들의 피땀이 들어간 땅을 팔면서 자문을 구하기는커녕 신자들에게 알리지도 않으니 참 답답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세월호와 아무 상관이 없는 교황님이 한국에 와서 누구보다 먼저 세월호 가족들을 만나고 챙겼다. 한국사회의 고통과 상처에 얼마나 많이 공감하며 소통을 했나”라며 “교회 최고 지도자가 소통의 본보기를 보여줬는데 한국 교회가 신자들을 무시하며 ‘너희가 무슨 상관이냐’는 말을 할 수 있는가. 교회가 그렇게 강조하는 교도권에는 이런 것이 문제되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김 총무는 재무평의회 고위성직자들이 전문분야가 아닌 상황에 대해서는 친분이 있는 신자에게 편협한 자문을 구할 것이 아니라, 문제되거나 어려운 내용을 신자들에게 공개하고 함께 소통하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성직자들의 태도와 교계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평신도가 교구를 상대로 시위를 한 것이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 알고 있다. 교구입장에서는 이기적인 평신도 같이 보이겠지만, 진짜 이기적인 사람들은 교회가 어떻게 굴러가든 관심도 없다. 해운대성당 신자들은 공동체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으로 교구청을 향했고, 좋은 선례를 남겨야만 앞으로 우리처럼 상처받는 신자들이 없을 것이라 믿고 간 것이다”라고 고백했다.


또한 “성당 건물은 수백 년이 지나도 장소를 잘 이동하지 않는다. 성당 옆에 무슨 건물이 들어서느냐에 따라 자손대대로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이렇게 성당을 걱정하는 신자들의 마음이 교구에 전해져, 이번 매각 계약이 취소됐으면 좋겠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박근혜 정부와 뭐가 다른가”


해운대 성당 신자 전혜진 씨는 “예수를 따르는 사람들이 가난한 이들을 돌보는 것은 의무다. 만일 교구가 노숙자나 가난한 사람을 위해 그 땅을 사용한다면 어느 신자가 이렇게 반대를 하겠는가”라며 “하지만 교구는 이번 매각으로 건설사를 위한, 건설사에 의한 독식 결정을 했다. 교구청의 일처리 방식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전 씨는 “교구는 ‘오래돼서 관리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저렴한 가격에 건설사 좋은 일을 해놓고, 정작 성당에서 고생하면서 일하는 자기 신자들은 철저하게 무시한다. 신자들이 해명을 요구하며 교구청에 찾아갔지만, 어느 신부님도 신자들을 보러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는 신자들이 방문한 다음날 인터넷에 덩그러니 소명자료를 올렸다. 박근혜 정부와 뭐가 다른가”라고 꼬집었다.


그는 “교황님은 ‘재물을 추구하는 성직자’와 ‘신자들을 무시하는 성직자’를 크게 꾸짖고 계신데, 이번 자선아파트 문제에서 교구청 성직자들은 이 두 가지 잘못을 모두 저질렀다”며 교회가 문제를 숨기고 은폐할 것이 아니라, 단 한 명의 신자가 요구하는 것에도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교회를 열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자선아파트 사건을 그냥 넘어간다면 똑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다. 그동안 그래왔기 때문에 오늘날 교구가 신자들을 무시하는 것이고, 신자들은 교회를 떠나는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교회가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들의 공동체가 되기 위해서는 교구가 신자들과 함께 소통하는 것에 인색해서는 안 된다. 적어도 ‘신자들이 무슨 상관이냐’는 말이 나와서는 안 된다”라며 “불통의 박근혜 정부가 국민에게 심판받는 것을 천주교가 남의 일처럼 안 봤으면 좋겠다. 역사의 심판을 통해 소통을 깊이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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