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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현이동훈] 대구시민으로서 희망원 사태를 접하며
  • 현이동훈
  • 등록 2016-10-17 17:30:00
  • 수정 2016-10-17 23:4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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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것이 알고 싶다-가려진 죽음 - 대구 희망원, 129명 사망의 진실` (사진출처=그것이알고싶다 영상 갈무리)


믿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가 있을까. 가톨릭 신자들뿐 아니라 대한민국 사람 모두 경악과 충격을 감추지 못한 밤이었을 것이다. 지난 10월 8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 프로그램에서 방송한 대구 희망원에 대한 이야기는 대한민국을 큰 충격과 분노로 뒤덮었다.


시립 희망원. 대구대교구가 대구로부터 위탁받아 운영 중이다. 성직자와 수도자, 사회복지사, 의료진들이 일하고 있는 곳이고 장애인들과 노숙인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는 사회사업시설이다. 교회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이곳에서 자원봉사를 한다. 


가끔 언론에서 희망원의 인권유린에 대해 말했지만 교회가 알아서 잘 해결하겠지 하고 믿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인터넷을 통해 사태의 심각성을 접했고 국민의당에서 당직자로 있는 정중규 박사와 이야기를 나누다 희망원 내부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대구 장애인운동 단체 활동가로 일하는 지인을 통해 익명의 투서가 있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올해 정의당과 국민의당이 대구 시민사회와 공동으로 희망원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함께 조사에 나섰다. 그 동안 감춰졌던 것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고 곪았던 상처가 터질 때가 되었던 것이다. 방송에 나오는 장면들은 생각했던 것보다 충격적이었다. 희망원이 이미 오래전부터 인권유린을 해오고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나 충격적인 것이 바로 희망원 생활인들의 실태였다. 생활지도를 담당하는 사람이 장애인 몸 위에 올라타 식사를 시키는 것, 시설 수용 장애인들에게 식사를 엉망으로 제공한 것, 약관리가 제대로 안 돼 있었던 것은 충격이었다. 교구에서 운영하는 대학에는 사회복지학과와 의과대가 있는데 어찌 이 모양이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 곳에서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갔다.


생활시설은 더 열악했다. 시설자체가 위험했다. 미끄럼 방지 없는 목욕탕, 안에서 문을 잠그고 못 나가게 가둬버리는 방,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약들 등. 이것이 대구 가톨릭교회 사회사업 시설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니…….


어느 장애여성의 생애를 묘사한 장면은 분노 그 자체였으리라. 전직 부원장의 집에서 일한 사람이었는데 임금을 적게 받았고 몸이 아픈데도 일만 했다고 한다. 그 장애여성은 중증 폐혈증에 걸렸는데 희망원측의 이해할 수 없는 이송 과정에서 사망하고 말았다고 한다. 


일부 직원들의 수용 장애인들에 대한 폭력으로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 많고 그 시신들은 화장된 채로 열악한 수납공간에 모셔져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구대교구 소유 사회언론은 전혀 다른 보도를 했다. 방송에서 그려진 인권유린은 없다고 말이다. 외출도 자유롭게 할 수 있다고 보도를 했다. 다른 대구지역 장애인사업시설에서 일어난 비리와 인권유린에 대해선 비판의 목소리를 냈지만 소유주의 장애인사업시설에서 일어난 인권유린과 비리에 대해선 침묵하는 모순된 태도를 보였다.


사람들은 방송을 통해 보게 된 희망원 직원들과 사제들의 태도에 더 분노했으리라. 십자가와 성모상 밑에서 뻔뻔스럽게 변명과 거짓말을 일삼고, 은폐시도까지 하는 모습은 이 사람들이 그리스도인인가 의심스럽게 했다. 심지어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사제들은 오만한 태도를 보였다. 어느 사제는 희망원 음해세력들이 있다고 말했고, 시민사회단체 사람들의 질문을 받지 않는다는 오만한 태도로 일관했다. 사제들의 오만한 태도는 그동안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 해온 가톨릭교회의 이미지를 깨 놓았다. 방송 후 희망원 측은 입장 발표를 했다. 사실과 다른 내용이 많고 자신들은 억울하다는 내용을 담은 글이었다. 


대구 시민사회는 여러 번 희망원과 대구시청, 계산동 1주교좌성당, 대구대교구청을 번갈아가며 희망원 사태 해결과 인권문제 재발방지,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의 사과를 촉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그런데 계산동 1주교좌성당에서 집회가 있던 날, 대구대교구 주교 두 사람은 사드문제 토론회에 참석하러 서울로 가버렸다고 한다. 물론 주교회의 일정이라 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자기 교구의 가장 시급한 문제를 대면하지 않고 대화를 거부한 주교들의 모습은 주교로서 올바르지 못한 태도다. 


방송 후에 희망원 홈페이지에선 네티즌들의 공격이 이어졌다. 일부 네티즌들은 희망원 관계자의 신상정보를 폭로하기까지 했다. 일이 점점 커지자 대구대교구는 교구장 이름으로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문제는 사과문이 진정성이 없고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는데 있다. 대한민국 사람들이 아니라 ‘대구시민과 교구 사람들’에게만 사과를 했다. 대구사회만의 축소시키고 싶었을까. 희망원에서도 사과문을 발표하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서 기자가 “인권위 조사결과가 나오면 운영권을 반납하겠느냐”고 질문하자, 희망원 측은 의료적인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이유로 들며 운영권을 반납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사실 희망원은 시립시설로 대구시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사회사업시설이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면 운영권을 반납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대구대교구와 희망원은 운영권에는 집착하면서도 사태에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희망원 측은 대량의 문서들을 파기했다. 이 문서 파기에 대해 기계실 측의 실수였다고 변명하고 사과하지 않았다. 이것은 관계자 사퇴로만 넘길 게 아닌 문제다. 그 문서엔 비리가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희망원은 그동안 장애인들의 재산이라 할 수 있는 국가보조금과 후원금을 빼돌렸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그 돈이 무려 4억 원이라고 한다. 그런데 당시 회계를 담당한 수녀가 인사이동 되는 바람에 비리의 내막이 은폐돼 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4억 원은 누구에게로 갔을까. 또, 급식업체와 계약으로 회계장부를 조작하기도 하고 허위로 기재하기까지 했는데 엉터리 급식으로 수용장애인들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 또한 매우 큰 문제다. 


이번 희망원 사태로 인해 대구대교구 사제들은 말을 아끼고 있다. 어느 사제는 별일 아니라고 하기도 하고, 어느 사제는 상당히 조심스럽게 말하기도 한다. 이번 사태가 빨리 지나가 버리길 바라는 것일까. 


희망원 사건은 대구대교구가 쇄신되어야 할 시기에 와 있다는 것을 드러내는 징표이다. 그 동안 국가권력과 유착하고, 불의에 침묵하고, 사회적 약자들을 차별한 것을 반성하라는 징표라고 할 수도 있겠다.


희망원 사건을 접하고 어떤 사람들은 장애인시설을 폐쇄하면 장애인들은 어쩌냐고 묻는다. 그 문제는 이미 활동보조제도와 독립생활 제도, 사회적 재원에서 드러나 있다. 시설수용이 있는 한 아무리 좋은 조건이라도 폐쇄성과 폭력, 비리가 발생하게 돼 있다.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같은 사태를 막는 길이다. 그러나 교회는 아직까지도 장애인 독립생활에 대한 인식이 없다.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그리스도인들마저도 장애인독립생활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교회는 여성차별만이 아니라 장애인차별도 반성해야 하며 사회통합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이다. 


예수는 장애인들을 배제된 공간으로 보내지 않았다. 장애인들이 사회 속으로 통합되길 원했다. 예수의 치유기적들은 장애인들의 사회통합인 것이다. 배제와 시설 수용 중심의 사회사업과 사회복지는 장애인들을 폭력적으로 구분하고 차별했던 예수가 비판한 정결례의 근·현대판인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장애인들과 아픈 사람들의 자비의 희년 미사에서 현대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장애인 차별에 대해 비판하기도 했다. 


대구대교구는 희망원 운영권을 조속히 반납하고 시설 수용 장애인들이 사회에 통합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모든 진상규명 후에 폐쇄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대구대교구와 희망원은 형식적인 사과문이나 말로만 그치고, 사태가 빨리 지나가길 바라며 침묵할 것이 아니라 장애인단체 등 시민사회와의 소통에 적극 나서길 바란다. 특히 전직 희망원 사제들(작년 원장 사제는 현재 대구대교구 3대리구 주교대리라고 한다)과 전 대구대교구장 이문희 대주교도 이번 희망원 사태에 대해 사과하길 바란다. 특히 당시 회계를 담당한 수녀는 사과하고 조사에 응하길 바란다. 


주교회의도 이번 희망원 사건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각 교구 장애인 인권에 대해 돌아보길 바란다. 특히 서울대교구는 작은예수회 사태와 마리스타의 집 수용인 성폭력사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청주교구도 아직 해결되지 않은 꽃동네 문제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는 아직까지도 아무 말이 없다. 대구대교구가 알아서 하라는 뜻의 침묵은 무책임한 태도다. 이같은 일은 교회 내 어디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책임 있는 사과가 필요하다. 




[필진정보]
현이동훈 (안토니오) : 가톨릭 아나키스트로 아나키즘과 해방신학의 조화를 고민하며 실천하고 있다. 장애인 인권과 생태주의에도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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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1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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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mem2016-10-18 18:26:35

    천주교까지 이래서는 안 된다. 회개하라고 입에 달고 다니는 교회가 자기들의 잘못을 회개하지 않고 덮으로 하는 처사는 아주 잘못된 행위이고, 능력이 없으면 바로 반납하는 해야 한다. 성직자, 수도자까지 한 통속으로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게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다. 어떻게 하느님 앞에서 미사를 봉헌할 것인지 참으로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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