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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붓과 시편 : 結 / 결 / 맺다. 맺히다. 마음에 뭉쳐있다. 다지다
  • 김유철
  • 등록 2016-09-20 10:43:08
  • 수정 2016-10-13 18:5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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結 / 결 / 맺다. 맺히다. 마음에 뭉쳐있다. 다지다


여름이 ‘훅’ 갔습니다. 너무 더워서 작열하던 태양이 밉기만 하셨나요? 혹여 열 받아 맺힌 것이 있다면 그것은 여름의 잘못이 아닙니다. 이제는 잡으려 해도 잡을 수 없을 만큼 2016 여름편은 사라졌습니다. 맺고, 맺힌 일 모두 부질없는 일입니다. 그렇게 계절이 ‘훅’ 가며 알려 줍니다.



압축



줄여라 

줄여라

네 일 년을 한 문장으로

네 평생을 한 단어로

뺄 것은 빼고

너 아닌 것은 흘리고


아니 조려라

거듭 조려라

속살에 네가 담기도록

뼈 속에 스며들어 흐르지 않도록


남은 자들이 그것을 태우든지

땅에 묻어 썩히든지

그리하여 남는 것은

네가 아니니

네가 아니니


줄여라 

조려라 

그대가 남을 때까지





[필진정보]
김유철 (스테파노) : 한국작가회의 시인. '삶·예술연구소' 대표이며 천주교 마산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집행위원장이다. 저서로는 시집 <천개의 바람> <그대였나요>, 포토포엠에세이 <그림자숨소리>, 연구서 <깨물지 못한 혀> <한 권으로 엮은 예수의 말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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