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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붓과 시편 : 露 / 로 / 이슬. 적시다. 젖다. 은혜를 베풀다
  • 김유철
  • 등록 2016-09-13 10:21:03
  • 수정 2016-09-13 10:2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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露 / 로 / 이슬. 적시다. 젖다. 은혜를 베풀다



‘비의 길’, ‘비가 가는 길’. 어느 시인이 그렇게 풀어놓을까 싶게 감탄을 금치 못하는 글자 중의 하나가 ‘露’란 글자다. 봄비가 소리 없다 하지만 이슬은 아예 소리의 대상이 아니다. 소리, 그 너머의 젖어듦으로 베품을 주고받는 경지를 그려본다. 이승에서 단 한번이라도.



수도원 아침



동트기 전

숨소리 전

종소리 전


붉은 수련睡蓮 한 꺼풀 열리는

나뭇가지 흔들림 시작하는

새벽별 머뭇거림 잡지 않는


그런 시간

그런 공간

그런 어둑


젖어드는

적시는

베푸는 

오늘, 수도원 아침






[필진정보]
김유철 (스테파노) : 한국작가회의 시인. '삶·예술연구소' 대표이며 천주교 마산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집행위원장이다. 저서로는 시집 <천개의 바람> <그대였나요>, 포토포엠에세이 <그림자숨소리>, 연구서 <깨물지 못한 혀> <한 권으로 엮은 예수의 말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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