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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현이동훈] 별고을 이반들은 오늘도 한반도 평화를 염원한다
  • 현이동훈
  • 등록 2016-08-26 15:4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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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21일 성주 군민 2천여 명이 서울로 올라와 오후 2시부터 서울역 광장에서 사드 반대 집회를 열었다. ⓒ 최진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가 쓴 작품 가운데 '바보 이반'이란 소설이 있다. 최근 사드 정국에서 늘 생각나는 것이다. 이 이야기가 단지 19~20세기 초만의 이야기가 아님을 느낀다. 


어느 나라에 왕이 살고 있었는데 세 아들이 있었다. 세 아들이 독립할 때가 되어 다른 곳으로 가게 되자 악마들이 세 아들을 죽이려고 작정했다고 한다. 큰 아들에게는 군사력으로 접근해서 죽이고, 둘째 아들은 경제력으로 접근해 죽였다고 한다. 그런데 막내아들 이반만은 형들과 좀 다르게 살고 있었다. 이반 왕은 농사일을 주로 하였고 '빈곤'과 '부'란 말을 잊을 정도로 맑은 가난의 삶을 살고 있었다. 악마는 큰 아들과 둘째 아들에게 접근했듯이 군사력과 경제력을 이용했지만 이반은 넘어가지 않았다. 악마는 이반의 나라 사람들에게 지식인으로 둔갑해 군사와 경제 문제로 겁을 주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에 화가난 악마는 결국 이반의 나라에서 떠났다고 한다.


성주에 안보를 팔아먹는 국방부라는 악마가 나타났다. 그들은 성주 주민들에게 자기 땅을 내놓으라고 했다. 그 이유가 북한 핵무기를 막기 위해서라고. 이에 성주 주민들은 처음에는 참외농사가 안 된다며 반대했다. 이미 경북 칠곡에서 가톨릭 수도자들과 사제, 평신도까지 반대에 나서 함께한 시위에 호되게 당하고 물러선 국방부는 더 이상은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성주 주민들은 사드 문제가 이미 참외농사를 망친다는 것만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이 살아온 터전을 미국의 군수업체와 그의 하수인 국방부에게 빼앗긴다는 것을 말이다. 더 나아가 아시아권에 전쟁의 긴장까지 부추긴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경찰 출신이라고 하는 성주 군수도 주민들과 함께 반대 투쟁에 나섰다. 별고을 사람들은 투쟁을 하면서 깨달았다. 자신이 믿어온 정치인들이 자기를 대변해 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주민들은 분노해서 마을 회관에 모셔둔 얼음 여왕의 사진을 떼내어 창고에 처박아 두었고, 자신들을 대변해줄 것이라 믿은 정당에게 실망했다.


사드 배치가 성주로 점점 확정되려고 하자 어린이들도 청소년들도 학교로 가지 않고 거리로 나와 “대한민국이 대한미국입니까?”란 피켓을 들고 시위에 나섰다. 성주의 한 고등학생은 평화에는 진보, 보수가 따로 없다고 외치기도 했다. 분노한 주민들을 새누리당 장례식을 치뤘고, 국화꽃에 분노를 담아 새누리당 영정에 내치기도 했다. 


이에 일부 언론에서는 '지역 이기주의'다, '이들이 제3지역으로 가닥을 잡았다'며 왜곡보도를 하였다. 지역의 큰 언론도 안보악마의 편이 되어 주민들을 분열시키려고 하였다. 게다가 인터넷에선 성주 주민들을 자신이 지지한 정당에 배신당했다며 “성주 참외 ‘사드’세요”라며 야유와 조롱을 퍼붓기도 했다. 


그럼에도 성주의 이반들은 더 뭉쳤고, 언론이 폭력시위를 들어 의미를 훼손하여도 흔들리지 않았다. 기회주의에 눈먼 대구경북 경찰은 '외부세력 때문이다, 외부세력 잡겠다'며 이들에게 현혹되지 말라고 했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성주의 이반들은 성주군청 앞에서 잔치를 벌였다. 그들 자신들만의 잔치를 벌인 것이 아니다. 성주는 안 된다는 것을 넘어 다른 지역도 안 된다는 것을 외치기 시작했다. 한반도 어디에도 결코 사드 배치는 안 된다고 외치기 시작했다. 


어느 날 국방부는 성주에 몰래 가서 주민들을 분열시키기 시작했다. 바로 '제3지역론'을 내세운것이다. 성주군수는 결국 안보악마에 넘어가고야 말았다. 투쟁위란 사람들은 안보악마의 계략에 넘어가고 말았다. 반대의견들은 묵살되었고 성주 주민들은 배신당했다. 주민들을 보호해야 하는 경찰이라는 자들은 국무총리와 국방부 장관을 경호하는 데에만 신경을 썼다. 그럼에도 성주의 이반들은 오늘도 별을 밝히며 잔치를 벌인다. 


경북 남부지역을 관할한다는 대구대교구는 사드를 배치한다는 소식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사드를 칠곡에 배치한다는 소식에 처음으로 대응을 한 건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이었다. 주교직 수도자 아빠스가 직접 미사를 봉헌하기도 했었다. 이 미사에서는 안동교구, 베네딕도회, 대구대교구가 함께 했다. 평화미사는 교구장이 아니라 북방교구 서리 겸 수도원장인 아빠스가 드렸지만 대구대교구 내에서 주교차원으로 시국미사를 드리는 건 처음 있는 일이다. 왜관수도원에서도 아빠스가 시국미사를 드리는 건 처음이었다고 할 수 있다.


▲ 18일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에서 한반도 사드배치에 반대하며 동북아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생명평화 미사가 봉헌됐다. ⓒ 최진


최근에 대구대교구는 2대리구 주교대리 사제를 새로 임명했는데, 지난번 성주에서 사드반대 미사를 봉헌한 3대리구 주교대리 사제라고 한다. 이는 사드문제엔 침묵하겠다는 교구장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 아닐까 싶다. 대구경북의 조선일보라는 별명을 가진 교구 소유의 언론사 매일신문이 사드배치가 3지역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며 왜곡보도를 하였다.


새로 서품되었다는 보좌주교는 성주에 한 번도 다녀가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왜관수도원에서 봉헌된 평화미사엔 교구 사제 몇 명만 보내고 보좌주교는 참례하지 않았다. 자신에게 맡겨진 이들을 돌보지 않는 보좌주교의 모습에 실망이 크다. 그는 교구 행사에 초대돼 미사만 드리고 오는 것이 전부이다. 자신을 임명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명예에 먹칠할 것인가.


군종교구장 침묵 또한 답답하다. 프란치스코 가족 수도회인 작은형제회 소속 주교라고 하는데 자질이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평화의 성인인 프란치스코를 불의한 침묵으로 모독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제주 강정 해군지기에 대해서도 침묵했다. 뿐만 아니라 군대내 폭력과 방산비리, 이번에 사드배치에 대해서도 한마디 없다. 잘못된 것은 지적했었어야 한다. 군종사제 줄어든다고, 군종교구가 위태롭다고 침묵하는 건 일제 강점기와 미군 강점기 당시 불의에 침묵한 노기남 주교와 다름없다.


별고을은 오늘도 땅에서 별을 만든다. 그 별은 자기 터전만이 아니라 한반도 전체에 평화를 향한 염원을 담고 하늘로 오르는 기도이기도 하다. 별이 된 기도의 촛불이 제발 이루어지길 바라본다. 성주 사람들은 새로 지어진 성당 안에서 지팡이 들고 주교관을 쓰고 자기 자랑이나 일삼고 불의에 침묵하는 사람들보다 더 높은 거룩한 성직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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