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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붓과 시편 : 陽 / 양 / 볕. 양지. 밝다
  • 김유철
  • 등록 2016-08-09 10:30:10
  • 수정 2016-08-16 10:4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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陽 / 양 / 볕. 양지. 밝다



세계의 허파라고 일컫는 아마존의 밀림이 잘려나가는 -어쩌면 진부한- 뉴스를 듣는다. 밀림이 잘리는 이유는 딱 하나였다. -어쩌면 진부한- 인간이 먹기 위해서! 인간이 밀림의 숲을 먹는다는 말이 아니라 숲을 밀어낸 풀밭이 -어쩌면 진부한- 인간의 먹거리가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관계’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용어가 아니다. ‘관계’는 서로가 서로를 살려야 하는 의무를 전제로 인간이 만든 -어쩌면 진부한- 용어다.



햇살은 부활하지 못한다



햄버거를 위해 소들이 죽어나간다

햄버거가 되기 위한 소들을 위해 풀들이 잘려나간다

햄버거가 되기 위한 소와 풀들을 위해 숲들이 사라져간다

햄버거가 되기 위한 소와 풀과 숲을 비추던 햇살이 멀어져간다


햇살은 까마득히 먼 곳 먼 시간에서 태어나

이슬처럼 방울지어 숲으로 떨어졌다

예수는 부활하지만

햇살은 부활하지 못한다






[필진정보]
김유철 (스테파노) : 한국작가회의 시인. '삶·예술연구소' 대표이며 천주교 마산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집행위원장이다. 저서로는 시집 <천개의 바람> <그대였나요>, 포토포엠에세이 <그림자숨소리>, 연구서 <깨물지 못한 혀> <한 권으로 엮은 예수의 말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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