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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붓과 시편 : 調 / 조 / 고르다. 어울리다. 균형 잡히다.
  • 김유철
  • 등록 2016-08-02 11:27:46
  • 수정 2016-08-16 10:4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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調 / 조 / 고르다. 어울리다. 균형 잡히다.



그들은 그 일을 고르는 일이라 여겼다. 권력자들은 강줄기를 역사役事한다고 떠벌렸다. 그들은 강바닥을 파고, 강 옆구리를 파고, 강 아랫도리를 파댔다. 그들은 그 일을 국토의 균형 잡는 일이라 여겼지만 어긋난 균형은 결국 강을 퍼렇게 멍든 채 멈춰 세웠다.



예수 낙동강 5



문수스님

소신공양 연기 속에 흐르다 멈춘 강

슬픔도 기쁨도 가림 없이 

삽질로 넓어지고 톱질로 다듬어진 침묵의 강

우리들의 낙동강


억새풀은 강변에 더 이상 자라지 않고

철새들이 먼 하늘로 떠난 자리

강둑은 포장도로로 변했다


갈릴래아 호숫가 어부들은

서둘러 그물을 거뒀다

예수도 이제는 물고기 있는 자리를 잡아내지 못했다


물고기 사라진 강가에 

사람은 더 이상 모이지 않았고

파헤쳐진 모래는 티끌속의 먼지로 날렸다


젊은 예수

가슴앓이 속에 흐르다 멈춘 강

희망도 절망도 가림 없이

인간사 휘돌아 가는 깊은 침묵의 강

아, 우리들 생명의 강, 낙동강






[필진정보]
김유철 (스테파노) : 한국작가회의 시인. '삶·예술연구소' 대표이며 천주교 마산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집행위원장이다. 저서로는 시집 <천개의 바람> <그대였나요>, 포토포엠에세이 <그림자숨소리>, 연구서 <깨물지 못한 혀> <한 권으로 엮은 예수의 말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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