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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이 편지 : 오늘 잘 자고 내일 마음껏 우리 다시 보자.
  • 이아름
  • 등록 2015-05-11 12:07:17
  • 수정 2015-05-11 16:3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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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5월 10일 일요일 77일차.


전의면 삼보 주유소에서 일정을 마무리 했습니다.

77일 만에 안산에 왔습니다.


너무 너무 보고 싶었던 동현이를 이제야 만났습니다.

보고 싶었다고 미안 하다고 꽉 안아주고 싶었는데

형제 같은 남매는 뭐가 그리 쑥스러운지 그러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냥 내일 아침, 동현이가 출근 할 때

깨끗한 양말 한 켤레 챙겨주는 걸로 마음을 전하려 합니다.

77일 동안 동현이가 의연하고 의젓하게 승현이 곁을 지켜 주었습니다.

승현이 장례 내내 얼마나 의젓하게 자리를 지키던지

우리 동현이가 이래서 장남이구나 생각 했었습니다.


집에 와 보니 운동도 하고 밥도 잘 챙겨 먹은 것 같아서 그래도 마음이 좀 놓였습니다.

너무 미안하고 안쓰럽고 사랑하는 우리 동현이.

의연하게 자기 자리를 잘 지키고 있을지 알고 있었고 믿고 있었지만

집에 와 보니 빈 자리가 느껴져 마음이 아픕니다.


하지만 이렇게 살아야 하는 운명 이라면 동현이도 잘 버텨 줄 거라고 믿습니다.

일찍 일어나서 출근 하는 우리 동현이 물 이라도 한잔 챙겨 주고 잘 갔다 오라는

인사 라도 해줄 수 있다는게 새삼 행복 합니다.


화요일 아침에 다시 떠나야 하지만 이제 조금만 더 버티면 같이 있을 수 있으니

동현이가 조금만 더 힘들지만 지금 처럼 잘 견뎌주길 바라고 믿습니다.


너무 미안하고 사랑하는 우리 동현이.

오늘 잘 자고 내일 마음 껏 우리 다시 보자.



덧붙이는 글

이아름 : 세월호 희생자 승현군의 누나이자, 이호진씨의 딸이다. 아름양은 지난 2월 23일부터 진도 팽목항에서 광화문까지 삼보일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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