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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붓과 시편 : 歲 / 세 / 해. 세월. 신념
  • 김유철
  • 등록 2016-07-12 10: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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歲 / 세 / 해. 세월. 신념



유월 말일 한 해가 폴더전화기 허리를 접듯 ‘탁’소리 내며 반으로 접히던 그날, 세월을 생각했다. 물처럼, 어쩌면 물보다 더 빨리 지나가는 시간의 모임인 세월은 날과 날 사이를 집착하지 않고 흘렀다. 뒷물이 앞물을 추월하는 법 없이 그렇게 세월은 한 해의 끝인 세모歲暮를 향해 흐르고 있다.


세모歲暮에는 달도 흔들린다



저녁 창가에 서 본 사람은 안다 

하루 종일 팔 벌려 하늘 안고 있던 나무들이 

그 품안에 빈 공간을 가득 채운다는 것을

빈 공간속에 나뭇잎이 흔들린다는 것을


새벽 창가에 서 본 사람은 안다 

안개는 먼 곳이 아니라 가까이서 피어오르며 

개는 짓는 것이 아니라 우는 것이라는 것을

그 울음 속에 빈 들이 흔들린다는 것을


삼백예순다섯날 다보내고

막다른 골목 끝에서 다가온 시간을 바라본다

사람눈빛에 마음이 흔들리듯

세모에는 달도 흔들린다


겨울밤을 지새본 사람은 안다 

세모歲暮에는 달도 흔들린다는 것을






[필진정보]
김유철 (스테파노) : 한국작가회의 시인. '삶·예술연구소' 대표이며 천주교 마산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집행위원장이다. 저서로는 시집 <천개의 바람> <그대였나요>, 포토포엠에세이 <그림자숨소리>, 연구서 <깨물지 못한 혀> <한 권으로 엮은 예수의 말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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