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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배) 영화로 보는 세상 : 따뜻한 시선이 그리운
  • 이정배
  • 등록 2016-07-07 10:5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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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이 최고조에 이르렀다고 하고, 소유가 극도로 지나친 우리 시대에 심각하게 결핍된 것은 무엇일까? 마찬가지로 절대적인 빈곤으로 허덕이고 인간관계가 엉망이 되어버린 상황에서 가장 그리운 것은 무엇일까? 잘 짜인 규칙 속에서 숨 막히게 살아가든, 뒤죽박죽으로 꼬여버린 제멋대로의 인생을 살아가든 우리 모두에겐 그리운 그 무엇인가가 있다.


영화 ≪라이크 선데이 라이크 레인 (Like Sunday Like Rain)≫(2014)은 게으름 피우며 아침을 맞이할 수 있는 일요일과 감성이 차분해지는 비오는 날을 답으로 내놓고 있다. 정확하게 만들어진 규정 속을 조금의 일탈도 하지 못하고 지내는 인생들에게 마냥 게으름을 피울 수 있는 일요일 아침은 너무도 고맙다. (이것마저 없는 이들은 정말 불쌍하다)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창밖을 내다볼 수 있는 비오는 날엔 자연스레 음악에 손이 간다. 언젠가 가졌던 꿈과 낭만을 되새김도 해보고, 눅눅한 몸을 뒤척이며 생생한 음악으로 세포들을 건조시켜 보기도 한다. 비오는 날은 마냥 혼자여도 좋고, 같은 마음 가진 이와 나란히 앉아있어도 좋다. 그래도 마음 구석이 여전히 허한 건, 따뜻한 시선이 그립기 때문이다.


“나도 나를 사랑해줄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요?” 라는 13살 소년의 자조적인 물음에서 진한 아픔이 묻어난다. 세상 부러울 것 없이 모든 것을 가진 부잣집 천재 소년에게 가장 필요했던 건 자신을 사랑해줄 사람이었다. 음악에 천재적인 재능을 가졌지만, 정작 그는 음악에 흥미가 없다. 시선만큼이나 그의 연주에 귀 기울이는 사람이 부재(不在)하기 때문이다.


현대인은 거대한 수영장에서 홀로 첼로를 연주하는, 그래서 그 울림으로 스스로를 위안해야 하는 절대적인 외로움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친절하게 대하는 이들조차 자기 직업에 충실하게 행동할 따름이다. 진정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주는 이가 없다. 내 소리에 성실하게 귀 기울여주는 이가 없다. 거대한 인생을 등에 지고 달팽이처럼 부지런할 뿐이다.


영화 ≪라이크 선데이 라이크 레인≫은 등장인물들의 ‘시선 따라가기’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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