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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붓과 시편 : 餘 / 여 / 남다. 넉넉하다. 여유가 있다. 그 이상
  • 김유철
  • 등록 2016-06-28 10:06:50
  • 수정 2017-07-04 10:4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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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 餘 / 남다. 넉넉하다. 여유가 있다. 그 이상



세존께서 누웠던 자리나 청년 예수가 머물던 자리를 생각하면 할수록 그 넉넉함에 빙그레 미소 짓게 된다. 강퍅한 사람으로 세상이 몰아붙여도 그들은 그들의 길을 갈뿐이었다. 그 자리의 여유로움, 그 이상을 생각하며 이승의 6월을 또 한 번 보낸다.



바람이 누웠던 자리



그 바람 

그 바람 

그 바람에 몸을 눕힙니다


봄바람에 흐트러진 꽃잎도 이유가 있겠지만

속절없는 일도,

부질없는 일도,

풀밭에 움푹 파인 몸자리가 생긴 것도

그저 바람이 누웠던 자리입니다.


어린 도요새가 떠난 빈 둥지와

사람 떠난 마음속은 스러진 보릿대로 그득합니다

물 없는 연못에 빈 바람이 몸을 눕힙니다

바람 속에 엎드려 그저 숨어삽니다


바람이 누웠던 자리

그대 얼굴입니다











[필진정보]
김유철 (스테파노) : 한국작가회의 시인. '삶·예술연구소' 대표이며 천주교 마산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집행위원장이다. 저서로는 시집 <천개의 바람> <그대였나요>, 포토포엠에세이 <그림자숨소리>, 연구서 <깨물지 못한 혀> <한 권으로 엮은 예수의 말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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