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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점투성이 ‘테러방지법’, 서울 정평위서 자료집 발표
  • 최진
  • 등록 2016-06-07 17:18:04
  • 수정 2016-06-07 17: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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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이하 정평위)가 지난 2일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이하 테러방지법)의 문제점을 다룬 자료집을 발표했다. 정평위는 자료집을 통해 테러방지법이 시행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가톨릭교회가 가르치는 국가 공권력의 의미를 살폈다.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박동호 신부는 가톨릭교회가 사회교리를 통해 그리스도의 메시지를 세상에 알리고 증언하기 때문에, 교회는 사회현안을 탐구하고 그것을 복음적으로 해석해 줄 의무가 있다며 “이번 정평위의 사회현안 자료집이 일선 사목 현장에 도움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 (사진출처=천주교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권리가 짓밟히고 불의가 묵인되는 환경이 테러 발생을 더욱 조장할 수 있다.


서울 정평위는 ‘테러리즘’이 인명을 무시하는 행위이므로 ‘단호히 단죄돼야 하는 것’이라 밝히면서도, 이를 단죄할 권리는 도덕적·법률적 규범에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테러 행위에 대한 범죄 책임을 종교나 국가, 인종으로 확대해서는 안 되며, 권리가 짓밟히고 불의가 묵인되는 환경이 테러 발생을 더욱 조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평위는 테러방지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테러의 개념이 모호하고, ‘테러위험인물’을 선정하는 개념 또한 포괄적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보수집과 활동이 오·남용될 경우 시민의 기본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법안의 개념 자체가 불명확하므로 법 집행자의 자의적 해석에 따라 국가 정책에 반대하는 시민들을 테러위험인물로 규정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강대 이호중 교수는 “테러방지 명목의 국정원 권한은 상상을 초월하지만, 법의 개념이 모호하기 때문에 정부를 반대하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도구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인권과 평화에 기초하지 않은 ‘안보 위기 프레임’은 대한민국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보수정권의 안위를 위한 파시즘적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정부는 대테러활동이란 명목으로 개인의 금융거래 내용과 통화를 감청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통제하거나 감시할 독립적인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정평위는 “요건이 추상적이고 모호해 테러위험인물로 의심되는 사람은 구체적인 범죄 혐의가 없어도 전화 감청을 당할 수 있고, 특정 금융거래 정보가 국정원장에게 제공될 수 있다”며 “또한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행위나 사회문제 당사자들의 정당한 의견을 테러로 규정해 자의적으로 삭제하거나 조처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여당 측 인사들은 2009년 발생한 용산참사를 도심 테러로 지칭해 논란이 됐으며, 백남기 선생이 경찰의 물대포에 쓰러졌던 2015년 민중총궐기 집회에 대해서도 테러라는 단어를 사용해 시민·사회단체로부터 반발을 샀다.


▲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에 참가한 시민들에게 물대포를 쏘는 경찰 ⓒ 당진 김희봉 리포터


공권력이 독재적으로 행사되거나 도덕적으로 합당하지 못한 방법을 동원할 경우 압제로 변질될 수 있다. 


정평위는 공권력에 관한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을 소개하면서 공권력의 정당성은 자유와 의무, 그리고 책임의식이 조화된 도덕적인 공동선을 추구할 때 비로소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공권력이 독재적으로 행사되거나 도덕적으로 합당하지 못한 방법을 동원할 경우 압제로 변질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테러방지법의 문제점과 관련한 이번 서울대교구 정평위의 자료집은 올해 들어 처음으로 발표된 사회현안 자료집이다. 서울대교구 정평위는 진리를 증언하고, 세상의 참된 발전에 협력하고 기여해야 한다는 사회교리의 가르침에 따라 2011년 자유무역협정(FTA) 자료를 시작으로 매년 사회현안에 관한 자료를 발표해왔다. 


테러방지법은 2001년 미국 뉴욕에서 발생한 ’9.11 테러’ 직후 법안이 발의됐으나 인권침해의 소지가 크다는 이유로 폐기됐다. 이후 17대와 18대 국회에서도 꾸준히 입법이 추진됐지만, 정보기관의 무차별 감청과 사생활 침해 등의 위험이 지적돼 통과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테러방지법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발언을 하자 여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다시 논의가 재개됐고, 이를 저지하기 위한 야당의원들의 필리버스터에도 불구하고 지난 3월 3일 제정됐다. 


정부는 테러방지법을 통해 세계 각국에서 자행되고 있는 테러의 위협으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하겠다는 명분이지만, 유엔 인권위원회는 경찰력 행사가 전반적으로 과도하게 국제인권 규범에 위반되고, 피의자의 인권보호 장치가 미흡하며, 국제인권조약이 보장한 인권을 침해하는 형사법이 다수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국가정보원이 ‘테러위험인물’로 간주하면 해당 인물의 금융거래와 통화 감청, 위치추적 등을 영장 없이 할 수 있는 테러방지법은 지난 주말(4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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