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김유철) 붓과 시편 : 冬 / 동 / 겨울
  • 김유철
  • 등록 2016-06-07 09:47:52
  • 수정 2016-06-21 14:34:09

기사수정



冬 / 동 / 겨울



오래 전 노무현을 비롯한 몇 사람이 어딘가에 ‘하로동선夏爐冬扇’이란 음식점을 열었었다. 여름의 화로, 겨울의 부채란 의미였다. 그 말의 의미를 철에 맞지 않아 쓸모없는 사물, 즉 무용지물로 볼 것인지 때가 되면 긴요하게 쓸 물건으로 볼 것인지는 생각하기 나름이다. 그래 세상사 그저 생각하기 나름인 게다.



한여름 겨울잠을 청하다



쑥 두어근

마늘 서너접


기다리기로 하자

잠들기에는 더운 날이지만

여름 화로려니 스스로 여기면서

잠들기로 하자


쑥 두어근

마늘 서너접


참아내기로 하자

맨 눈으로 쳐다보기에는 시린 꼴 투성이지만

겨울 부채 흔드는 것으로 여기면서

뒤돌아 앉기로 하자


쑥 두어근

마늘 서너접


혹시 아는가

곰이 인간이 되듯

한여름 겨울잠을 뒤척이는 동안

후박나무도 인간이 될 줄 

그래, 그 누가 알랴






[필진정보]
김유철 (스테파노) : 한국작가회의 시인. '삶·예술연구소' 대표이며 천주교 마산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집행위원장이다. 저서로는 시집 <천개의 바람> <그대였나요>, 포토포엠에세이 <그림자숨소리>, 연구서 <깨물지 못한 혀> <한 권으로 엮은 예수의 말씀> 등이 있다.
TAG
키워드관련기사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가스펠툰더보기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