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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배) 영화로 보는 세상 : 남성주의에 갇혀 있는 종교들
  • 이정배
  • 등록 2016-06-02 10:53:29
  • 수정 2016-06-02 12: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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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관련해서 살펴보면 여성은 결코 남성과 평등하지 못하다. 일단 모든 종교가 남성에서 출발했다는 점에 그 원인이 있다. 종교들이 여성에 대한 배려를 어느 정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여성의 지위를 남성과 동등하게 두지는 않는다. 종교의 최고 의결기관을 살펴보면 남성으로만 구성된 경우가 많고, 그렇지 않은 몇몇 종교들조차도 최고 의결기관에 있는 여성은 극소수일 뿐이다.


전문종교인이 되는 경우에도 제도적으로 남녀 차별이 있거나, 아예 여성을 전문종교인으로 임명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종교의 최고수장이 여성인 경우는 거의 없다. 성공회와 같이 왕이 수장을 겸하는 경우, 여왕이 수장인 경우가 있지만 그 외에 여성은 종교수장이 되지 못한다. 동방정교에서 초기에 여성교황이 있었던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말이다.


영화 ≪겟: 비비안 암살렘의 이혼재판, Gett: The Trial of Viviane Amsalem≫(2014)는 정통 유대교가 얼마나 여성을 불평등하게 대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유대교 법에 의하면 결혼과 이혼에 있어 여성이 가지는 권한은 거의 없다. 재판관도 남성으로만 구성되어 있고 법정에서 여성은 말을 할 수 없다. 오직 남자 변호사가 대신하여 말을 전할 수밖에 없다.


비비안은 권위적으로 대하는 남편과 갈라서 홀로서기 위해 이혼을 신청한다. 남자는 남편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서도 자기 방식대로 사랑한다고 말한다. 남편은 비비안에 대한 조금의 배려도 없이 일방적으로 자기가 잘하고 있다고 항변한다. 남편 쪽 증인들도 한결같이 좋은 남편이라고 증언해준다. 여성의 입장은 조금도 이해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겟(Gett)’은 남편이 발행해주는 이혼 허가증서이다. 상호동등한 위치에서 서로가 계약하는 증서가 아니라, 일방적으로 남편의 명의로 발부하는 인증서이다. 비비안은 오랫동안 법정에 호소하여 ‘겟’을 받기 직전까지 이른다. 여성이 구걸하듯 두 손을 받쳐 들고 남편이 주는 선물 같은 ‘겟’을 받으려는 그 순간, 남편은 ‘겟’을 주지 않겠다고 거부한다. 결국 비비안은 다른 남자에게 가지 않는다는 약속을 조건으로 ‘겟’을 겨우 하사받는다.


종교들의 교리 형성에 밑받침이 되고 신앙의 근거가 되는 경전(經典)이 남성의 손에 의해 쓰였고, 남성들에 의해 해석되어 왔기 때문에 대다수의 종교들이 남성편향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종교들은 경전에서 파생된 교리와 종교적 관습과 문화가 남성중심적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원천적으로 지니고 있다. 경전을 절대화하고 신격화하는 것은 전문종교인들의 지배논리를 강화하고 차별성을 고착화시키는 작업의 일환이었다.


경전을 해체하지 않고는 결코 이러한 차별을 없애지 못한다. 기존 해석방법을 신성시하고 계속해서 따르면 결국 교리들은 더욱더 두터운 헤게모니와 정치구조로 둘러싸이게 될 뿐이다. 따라서 경전의 해체적 해석은 종교가 지니고 있는 차별성을 깨뜨리는 첫 걸음이다. 나아가 모든 종교가 배태(胚胎)하고 있는 폭력성과 배타성 그리고 차별성을 소멸시키는 시도가 될 수 있다. 건강한 종교가 되기 위해서 종교는 먼저 자신들의 경전으로부터 해방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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