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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붓과 시편 : 收 / 수 / 거두다. 쉬다
  • 김유철
  • 등록 2016-05-31 10:13:36
  • 수정 2016-05-31 10: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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收 / 수 / 거두다. 쉬다



거두는 일 중에 가장 어려움을 겪는 일은 듣는 일. 즉, 말하는-말하고자 하는-이를 거두어 주는 일이다. 오늘이라 부르는 하루만 해도 그렇다. 그렇게 거두지 못한 사람과 그 사람이 하려는 말이 수두룩-빽빽-했다. 하루가 그렇게 모호하게 지나간다.



모호함의 부피



붉은색 볼펜으로 한 번

그 위에 검은색 볼펜으로 다시 한 번

모  ∙  호  ∙  함

이라 또박또박 소리 내며 쓴다. 썼다

자간字間은 서로가 서로를 거두지 않은 채

그 부피감은 둥둥 떠다녔다

둥둥

둥둥





[필진정보]
김유철 (스테파노) : 한국작가회의 시인. '삶·예술연구소' 대표이며 천주교 마산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집행위원장이다. 저서로는 시집 <천개의 바람> <그대였나요>, 포토포엠에세이 <그림자숨소리>, 연구서 <깨물지 못한 혀> <한 권으로 엮은 예수의 말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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