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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붓과 시편: 寒 / 한 / 차다. 얼다.
  • 김유철
  • 등록 2016-04-26 10: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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寒 / 한 / 차다. 얼다.



겨울은 계절이 아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 화물칸에 실려 오는 것이 겨울이 아니다. “지금은 겨울인가/ 한밤중인가/ 논과 밭이 얼어붙는 겨울 한때를/ 여보게 우리들은 우리들을/ 무엇으로 달래야 하는가” (양성우 「겨울공화국」일부) 오월이 올 즈음 시대는 늘 추위를 느낀다. 그 해 오월은 겨울이었다. 한겨울.


 


오월, 갚을 수 없는 빚


오월에는 빚쟁이가 됩니다

지리산에도

무등산에도

내어줄 울음 빚이 있고


어머니에게도

아버지에게도

슬며시 갚아야 할 빚이 있습니다


봄 오는 길목에서 자지러지듯이

통째로 떨어진 동백꽃과

차마 할 말 못하고

한 풀씩 떨어진 목련꽃과

연지곤지 바른 채

동네마실 나가듯이 흩어진 벚꽃에게도

나는 

말없이 갚아야 할 빚이 있습니다.


오월, 온통 갚을 수 없는 빚들입니다





[필진정보]
김유철 (스테파노) : 한국작가회의 시인. '삶·예술연구소' 대표이며 천주교 마산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집행위원장이다. 저서로는 시집 <천개의 바람> <그대였나요>, 포토포엠에세이 <그림자숨소리>, 연구서 <깨물지 못한 혀> <한 권으로 엮은 예수의 말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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