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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붓과 시편: 昃 / 측 / 기울다. 오후
  • 김유철
  • 등록 2016-03-22 11:14:38
  • 수정 2016-03-22 11: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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昃 / 측 / 기울다. 오후



기운다는 것은 한쪽으로 넘어간다거나 때가 지남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다. 기운다는 것은 균형을 잡는 일이며 바로가기 위한 시간의 여울목 같은 것이다. 기운다는 것은 사람이 하는 일이 아니라 하늘이 하는 일이다. 기우는 것을 무던히 바라보는 일도 결국 자비로운 사랑이다.




흐르는 물



인생이 그렇다는 말이다

낮은 곳으로 낮은 곳으로

막히면 돌아가고

더 막히면 곤두박질치고

멍들면 푸른 물로

피멍들면 황톳물로

비 오면 빗물 더하고

해 드리우면 해 실고서

달 드리우면 잠시 멈추고

흐르는 물이 그렇다는 말이다


기움이 어디 있고

채움이 어디 있으랴

울면서도 가는 길

엉엉 울면서도 가는 길

조바심 내지마라

괜한 소란 피울 일 아니니

인생이 그렇다는 말이다

흐르는 물이 그렇다는 말이다


그대는 기억조차 못하겠지만

돌아올 수 없는 날들이 그렇다는 말이다

인생이 그렇다는 말이다

흐르는 물이 그렇다는 말이다





[필진정보]
김유철 (스테파노) : 한국작가회의 시인. '삶·예술연구소' 대표이며 천주교 마산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집행위원장이다. 저서로는 시집 <천개의 바람> <그대였나요>, 포토포엠에세이 <그림자숨소리>, 연구서 <깨물지 못한 혀> <한 권으로 엮은 예수의 말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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