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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荒 / 황 / 거칠다. 묵은 땅. 어둡다
  • 김유철
  • 등록 2016-02-23 10:15:39
  • 수정 2016-02-27 10: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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荒 / 황 / 거칠다. 묵은 땅. 어둡다



발길이 닿지 않는 황무지는 이젠 거의 없는 듯했다. 육지의 땅은 더 이상 거칠지 않았지만 거친 바다의 파도는 항구 안에서도 길들어지지 않았다. 일렁임의 파도를 붙박이의 땅은 당해내지 못했다. 묵은 땅은 순했고 갓 태어난 파도는 그 묵은 땅을 쉴 새 없이 밀었다. 어둡고 거친 바다는 인간이 걸어 다니길 동의하지 않았다.




그 파도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을까



바람이 일렁거려 바다는 파도를 낳았고

갓 태어난 파도는 낮고 짧은 소리를 내었다

무슨 뜻이었을까

그 파도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을까


검은 파도가 포개고 포개져 거친 바다를 만드는 동안

검은 돌들은 바다의 발끝에서 구르고

검은 절벽들은 바다의 손끝에서 깎이고 

검은 섬들은 바다의 품에서 잠들었다


뜨겁고 거친

그 파도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을까



[필진정보]
김유철 (스테파노) : 한국작가회의 시인. 삶·예술연구소 대표이며 천주교 마산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집행위원장이다. 저서로는 시집 <천개의 바람> <그대였나요>, 포토포엠에세이 <그림자숨소리>, 연구서 <깨물지 못한 혀> <한 권으로 엮은 예수의 말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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