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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붓과 시편 : 洪 / 홍 / 넓다. 크다. 많다.
  • 김유철
  • 등록 2016-02-16 13:02:34
  • 수정 2016-02-16 13: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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洪 / 홍 / 넓다. 크다. 많다.



지리산을 올랐다. 삼도 15개 읍면에 걸친 지리산의 품은 넓고 컸다. 지리산의 으뜸 천왕봉은 한겨울 추위에도 그침 없는 용맹정진의 기운을 좌절 많은 세상 속으로 전했다. 선으로 이어진 백두대간 등줄기를 품어 안은 청청하늘은 그저 깊은 바다였다. 그 하늘에서 한 마리 새가 뒹굴었다. 넓고, 크고, 많은 것을 느껴야 비로소 하나가 된다.



내가 원하는 대통령



대통령은 한 사람을 뽑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은 그 사람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대통령은 그의 가족과 배우자와 사돈들을

대통령은 그의 자식들과 자식들의 선생님을

대통령은 그 사람의 친구와 친구의 친구들을

함께 뽑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대통령은 한 사람이 아니다


대통령은 그 사람이 걸은 길과 그가 바라본 하늘을

대통령은 그가 다녀온 여행과 여행지에서 느낀 것을

대통령은 그가 읽은 책과 듣고 있는 음악과 심야방송을

대통령은 그 사람의 생각과 말과 발걸음을

함께 뽑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대통령은 한 사람이 아니다


대통령은 하늘을 어떻게 대하는지

대통령은 땅을 어떻게 대하는지

대통령은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대통령은 넓고 크고 많은 것들 앞에서

함께 뽑는 것이다


분명히,

대통령은 한 사람이지만 한 사람이 아니다






[필진정보]
김유철 (스테파노) : 한국작가회의 시인. 연구대상연구소 대표이며 천주교 마산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집행위원장이다. 저서로는 시집 <천개의 바람> <그대였나요>, 포토포엠에세이 <그림자숨소리>, 연구서 <깨물지 못한 혀> <한 권으로 엮은 예수의 말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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