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영화로 보는 세상 : 범인은 바로 정부다
  • 이정배
  • 등록 2016-02-11 09:55:43

기사수정



‘애국’이란 단어에 대해 반발심을 보이거나 저항감을 표시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국가를 상징하는 국기나 문양이 보이거나 국가를 대표하는 음악이 연주되면 가슴 뭉클함을 느낀다. 초등교육부터 착실하게 받아온 대다수의 국민들은 ‘애국자’임을 자처한다. 심지어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조차 자신들은 애국을 했노라고 강경하게 주장한다. 큰 틀에서 보면, 모든 정상적인 국민은 지극히 국가를 사랑하며 국가를 위하여 일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러나 각론에 들어서면 양상은 달라진다. 그토록 사랑하는 그 ‘국가가 무엇이냐?’ 하는 정의가 사람마다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주체성 있는 개개인이 모여서 국가를 이룬다고 보는 이가 있는가 하면, 국가는 거대한 하나의 생명체이고 개인은 일부분으로만 자리한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한편 국가는 바로 소수 현 정치권력 또는 집권정부라고 여기는 이들도 있다. 이처럼 ‘국가를 위하여’라는 표현에서 위하는 대상이 모두 제각각이란 걸 알 수 있다.


영국 런던 한 복판에서 폭탄이 터진다. 12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다. 용의자를 붙잡았고 여론은 온통 테러범을 사형시키라는 요구로 들끓는다. 국선변호사가 선임되지만 형식적일 뿐이고, 영국의 준법성을 높이는 정도로 기여하라고 언질을 받는다. 그러나 이상한 점을 발견한 변호사는 용의자를 세밀하게 조사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서서히 배경세력의 윤곽을 밝혀낸다.


용의자는 영국정보국에 엮인 끄나풀이고, 국면을 전환시키려던 정부의 처음 시나리오가 엉켜 사상자가 나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사법부는 재판을 비공개로 전환하여 용의자의 진술이나 변호사의 심문 내용을 덮어버린다. 정보국은 증인으로 나오려는 용의자의 아들을 살해하려다 실패하자 용의자를 죽여 자살로 위장하고 서둘러 재판을 마무리시켜버린다. 영화 《프라이버시, Closed Circuit》(2014)의 대략적인 줄거리다.


영화 속 정보국 요원들은 밤낮 열심히 뛰어다닌다. 국가의 안녕을 위해 부지런히 변호사를 협박하고 심지어 살해하려 든다. 이들은 철저히 국가를 위해서라고 말한다. 자신들의 수고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편안하게 지낼 수 있다고 항변한다. 사건 담당 판사와 검사 또한 국가를 위해 충성스럽게 일한다. 국선변호사 역시 국가를 위해 생명의 위협을 받으면서도 진실을 밝혀내려 애쓴다. 모두 성실한 애국자인 셈이다. 그럼에도 이렇듯 애국자들이 상호 충돌하는 것은 애국의 대상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법은 국가를 안전하게 보호하고 평안하게 유지시키는 장치이다. 여기서도 문제는 ‘국가란 누구를 가리키는가’하는 것이다. 어떤 법조인은 현실적이란 논리로 법의 솔직한 목적은 정치권력과 집권정부를 보호하는 것이라고 고백하기도 한다. 그러나 1인 또는 소수 집단이 바로 국가라고 생각하는 것은 민주주의 기본 정의와 크게 어긋나는 생각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가는 바로 국민이다.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평안을 해치는 세력은 어떤 간판을 내걸었던 간에 모두 반국가집단이다. 그래서 영화의 카피처럼 때론 국민의 생명을 해친 범인이 정부일 수도 있다. 물론 영화로 국한 되었으면 좋겠지만 말이다.


TAG
키워드관련기사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가스펠툰더보기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