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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세상 : 독재는 쉽다
  • 이정배
  • 등록 2016-02-04 10:5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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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민주주의가 성숙되고 개인주의가 만연한 시대에 어떻게 독재가 가능하겠느냐고 말하는 이가 있다. 흥미로운 것은 독재를 추억하고 있는 이들이 뻔뻔스럽게 이런 말을 퍼트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물음에 답이 될 만한 영화가 있다. 2008년 독일의 젊은 감독 ‘데니스 간젤(Dennis Gansel)’이 만든 《디 벨레(Die Welle)》이다. 국내에서는 개봉되지 않았고 〈지식채널 e〉에서 간단히 소개되었을 뿐이다.


교사는 독재의 가능성에 대한 실험을 하면서 독재의 기본요건이 무엇인지 묻는다. 학생들은 ‘이데올로기’, ‘감시와 통제’, ‘불만족’, ‘규율’, ‘지도자’라고 답한다. 독재의 사회조건은 ‘높은 실업률’, ‘사회적 불평등’, ‘민족주의’, ‘인플레이션’이라고 답한다.


교사는 독재를 시작하기 위해 상징적 인물이 필요하다고 한다. 학생들의 다수 의견에 따라 교사가 지도자로 나선다. 민주적 절차에 의해 지도자가 된 교사는 규칙을 만들어 학생들로 하여금 따르게 한다. 말을 할 때는 반드시 일어서야 하며 지도자가 허락해야 발언을 할 수 있게 하는 규칙을 만든다. 새로이 짝을 맺도록 명령하고 모두가 동일한 복장을 하도록 한다.


3일이 지나지 않아 학생들은 강하게 결속되기 시작하고 집단을 위한 새로운 이름과 상징되는 디자인 그리고 홈페이지 등을 생산해내기 시작한다. 자신들의 그룹에 멤버가 아닌 이들에 대한 배타성이 형성되기 시작하고 공동의 적을 만들어 대응하기 시작한다.


획일적 집단행동에 반대 의견이 있는 학생을 추방하기 시작하면서 더 많은 새로운 회원들이 가입된다. 홈페이지에 권총이 등장하고 행동강령이 확대되면서 일체감은 점점 고조된다. 몇몇 학생들은 광기를 보이기 시작하고 독재실험은 극단으로 치닫는다.


민주주의를 꽃피우는 일은 너무도 어렵다. 그러나 독재체제로 전환되는 것은 아주 쉽다. 감시와 통제를 적절하게 사용하면서 지배 이데올로기를 통해 내부 결속력을 생산해내면 자발적으로 배타성이 발생하면서 독재는 쉽게 확산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에 의하면, 한 학교를 독재화하는데 일주일정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집단의 비판력을 마비시키는데 일주일이면 충분하다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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