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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붓과 시편 : 黃 / 황 / 누런 빛. 누레지다
  • 김유철
  • 등록 2016-01-26 11:16:23
  • 수정 2016-01-26 11: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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黃 / 황 / 누런 빛. 누레지다



‘더없이 징그러운 것’을 시인 박철은 시詩라고 불렀다. 밤새 써놓은 그 징그러운 것을 새벽이 오기 전 더없이 징그러운 것으로 갈아엎었다. 시작과 끝을 분간할 수 없는 평온한 강물 같던 마음이 한 순간 용광로 쇳물 쏟아지듯 뒤집히는 것이 시인의 손끝이다. ‘더없이 징그러운 것’을 누런 종이 위에 쓴다. 황토밭 갈 듯. 황소걸음으로.



통행금지 혹은 옐로카드



야경꾼 호루라기 없어진지 얼만데

명동에서는 밤 아홉시 반이면 쇠사슬로 문을 잠근다

문화재보호 타령이거나 일종의 지랄이 분명한데

성모와 그의 아들 예수는 어디로 가야하나

야경꾼은 바깥사람을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모양인데

야경꾼의 고용주는 안사람을 나가지 못하게 하는 것을 아무도 모를거야

비겁찬란한 통행금지가 완.존.히 실패할 것은 백프로인데

하늘이 옐로카드를 들이밀 것은 이백프로인 걸 어쩌랴

밤 아홉시 반부터 새벽 여섯시까지 “들어오지 마”라는 말이

예수와 그의 모친에게 “나가지 마”라는 말로 들리니 

시인의 환청인가 아님 그것이 고용주의 속마음인가

길사람들 들어오는 것이 불편한 것이 아니라

길사람으로 나서는 것이 못내 불편한 그 마음,

죽이지도 살리지도 못하는 그 마음,

우리는 명동일 뿐 “나는 그를 모르오” 라는 그 마음,

황토 빛 옐로카드가 오늘 하늘에서 명동으로 내린다






[필진정보]
김유철 (스테파노) : 한국작가회의 시인. 시집<천개의 바람> <그대였나요> <그림자숨소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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