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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세상 : 아멘을 함부로 하지 말아야
  • 이정배
  • 등록 2016-01-21 10: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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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멘’이란 말은 ‘진실로’ ‘옳다’라는 의미를 지닌 히브리어로 유대교와 가톨릭 그리고 개신교를 비롯한 대부분의 기독교에서 사용하는 종교용어이다. 아멘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눈앞에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마음을 담아 동의한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태도이다. 그러므로 아멘이란 단어를 말하는 것에 대해 대단히 신중해야 한다. 동조와 찬성에 따른 책임을 반드시 져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프랑스와 독일이 합작하여 만든 영화의 제목을 《아멘, Amen》(2002)으로 정한 것은 엄청난 아이러니다.


1차 세계대전 패배이후, 강한 독일을 만들고 싶어 하는 독일국민의 마음을 읽은 히틀러는 나치당을 만들어 사람들을 결집시킨다. 의회에서 안정적인 인원을 확보한 히틀러는 법을 맘대로 주물러 총통의 자리에 스스로 앉는다. 진화론이 발표된 이후, 우수한 인간을 만들려는 우성학이 활발하게 연구된다. 우성학을 등에 업은 나치는 열등한 존재들을 인공적으로 도태시키고 우수한 인종을 선별하고 확보하는 작업을 시도한다. 처음 도태시킬 대상이 장애인들이었다. 자동차 배기가스로 질식시켜 이들을 제거했는데, 시간이 너무 걸린다는 이유로 독약으로 대체한다. 이때 개발한 독약과 방법들이 유대인 학살에 사용된다.


독일은 종교적으로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가 비등하게 큰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나치가 장애인을 제거하거나 후에 흑인과 유대인을 학살할 때, 나치의 정책을 비판하며 반기를 들고 저항했던 종교지도자는 극히 드물다. 가톨릭의 ‘클레멘스 아우구스트 폰 갈렌(1878~1946)’ 신부와 개신교의 ‘디트리히 본회퍼(1906~1945)’ 목사 정도가 있을 뿐이다. 대다수의 신부와 목사들은 하느님의 이름으로 히틀러와 나치를 축복했고 그의 정책에 손을 들어 동조했다. 한편 상당수의 비겁한 종교인들이 나치의 악행에 대해 침묵하거나 외면했는데 이것은 모두 나치의 행동에 대해 ‘아멘’을 표한 일이었다. 심지어 히틀러를 공산주의자와 유대인을 막아내기 위해 하느님이 보낸 사람이라고 설교하고 강론했다.


영화 주인공인 나치 친위대 ‘게르슈타인’ 중위는 가톨릭과 개신교 지도자들에게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고발하기 위해 사방 뛰어다니지만 외면당한다. 영화 속 또 다른 인물인 ‘리카르도’ 신부는 유대인의 별을 가슴에 달고 유대인 수용소로 들어가 저항하다 결국 처형당한다. 영화에는 나치 체재를 비판한 ‘폰 갈렌’ 추기경도 등장한다. 그는 장애인 안락사법을 저지시킨 실존 인물로 2004년 복자반열에 오른다. 영화에 등장하지는 않지만, ‘본회퍼’ 목사는 히틀러 암살계획에 가담했다가 체포되어 여러 해 수용소에 있다가 처형당한다.


종교인의 침묵과 외면은 ‘아멘’이다.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동조하고 찬성하는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다. 진실 추구를 삶의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있는 종교인들은 거짓과 잘못에 대해 목숨 걸고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분명하게 반대를 표명하고 행동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일제침략에 대해 침묵했던 대다수의 가톨릭과 개신교의 지도자, 불교지도자와 유학자들은 민족과 역사 앞에 깊이 반성하고 참회해야 한다. 여전히 부정하고 그릇된 정치인들을 긍정해주는 지금의 태도를 즉시 멈추고 진정 종교인다운 행동을 돌이켜 보여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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