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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다시 새 해
  • 현이동훈
  • 등록 2015-12-30 11: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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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2016년 새해가 시작된다. 2015년 한해를 돌아보면 남한사회는 진실과 책임이 탄압당하는 시기였다. 분노와 함께 무기력을 느낀다. 


박근혜 정권은 급기야 일본군 성노예 피해 할머니들한테까지 무자비했다. 일부언론은 이를 두고 법적책임을 물을 수 있는 협상이었다고 하지만 사실 일본의 책임을 덜어준 것뿐이다. 


지난 봄 대구에서는 대통령을 풍자한 사람을 경찰과 검찰은 감옥에 가두었다. 이들은 명예훼손을 이유로 법적처벌을 했으나 얼마 후 대구지방법원은 그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경찰은 노동자들의 집회를 물대포로 진압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행정권력과 정부가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 정권의 지지기반인 대구에서도 세월호 추모미사가 한번 봉헌되긴 했으나 여전히 책임을 지는 사람은 없다. 얼마 전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마저도 유가족들에게 “양보하라”며 무책임한 말을 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세월호 청문회에서는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이 오만한 태도로 희생자들을 향해 “철없다”는 발언까지 일삼았다.


12월 28일 대구에서는 2003년 2월에 있었던 대구지하철 참사를 기억하는 공간이 1호선 중앙로역에 만들어졌다. 그러나 대구시 행정과 대책위는 처음부터 마음이 맞지 않았다고 한다. 개막식에는 유가족이 아닌 고위공무원이 자리하고 축사를 전해 비대위에게 항의를 받았다고 한다. 


이렇듯 2015년은 공권력이 ‘공폭력’된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권은 공권력을 공폭력으로 만들어 민주주의를 탄압했다. 얼마 전 서울민중대회에서는 경찰이 백남기 임마누엘 농민을 물대포를 쏘아 중태에 빠트렸다.(물대포를 쏜 전경은 빨리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사죄하길 바란다. 백남기 선생 가족들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반드시 사죄하길 바란다) 그런데 민중대회 탄압 책임자들이 모두 뻔뻔하게 진급했다고 한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뻔뻔스럽게 정당한 절차였다고 하고 피해자들에게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공권력이 사라지고 공폭력 또는 행정폭력이 자리를 잡은 것이다. 경찰의 출세주의와 성과급 경쟁만 판치게 되었다.


2015년에는 가톨릭교회마저 가난한 사람들을 폭력적으로 대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건이 인천성모병원 사태이다. 노조는 병원의 부당함을 들어주고 해결해 달라고 인천교구청에 호소했으나 거절당했고, 주한교황대사도 이들의 면담요청을 거절했다. 어쩔 수 없이 인천성모병원 노조는 바티칸으로 직접 가서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호소가 담긴 현수막을 보이기도 했다. 인천교구 주교좌 답동성당에서 농성을 이어가던 중에는 그곳 평신도협의회 측에 의해 강제로 농성장을 철거당하기도 했다. 인천교구장 최기산 주교와 보좌주교는 뻔뻔스럽게도 가난한 사람들을 내쫓은 더러운 손으로 자비의 문을 열고 아기예수를 안았다.


역학에서 보면 2015년은 양의 해다. 박근혜 정권은 국민들을 양으로 만들고 싶었던 모양이다. 동양에서는 양을 충효의 상징으로 보지만 중동사람들에게 양은 고집불통이고 어리석음의 상징이다. 공교롭게도 2015년은 이 두 가지 의미 모두 잘 드러난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박근혜 정권은 역사까지 손을 댔다. 박근혜 정권은 일본에게 계속해서 역사의 책임을 요구 하는듯한 태도를 취했으나, 국정교과서 논란과 며칠 전의 한일협상을 통해 드러난 철저하게 국민들을 속인 박근혜 정권의 속내가 드러났다. 


2015년 여름 발생한 메르스 사태에 대해서는 정부가 책임져야 할 일을 삼성병원에 떠넘기기도 했는데 이는 삼성 중심의 의료민영화 추진을 위한 것이었으리라. 


이런 정부의 반민주주의적 사태에 대해 주교회의는 성명서 달랑 한 장 내놓고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내용도 상당히 미지근한 느낌이 든다. 물론 백남기 선생에게 병문안도 갔고 언론을 통해 정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적극적인 행동은 전혀 보이지 않아 아쉬운 마음이 든다.


끝까지 목덜미가 뻣뻣한 박근혜 정권 3년 말에 짧게나마 기록해 본다. 읽기에도 답답한 연하장을 가톨릭프레스 독자분들에게 전하게 되어 죄송한 마음이다. 2016년은 병신년 원숭이 띠라고 한다. 원숭이띠 사람들은 자유롭고 예술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원숭이해의 자유롭고, 폭력에 아랑곳하지 않는 기운이 함께하길 바라본다. 


2016년에는 부디 경찰과 검찰이 공폭력이 아닌 공권력으로, 가톨릭교회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뜻을 따라 정의를 통한 자비로 사회적 희생자들과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길 바란다. 우리 자신도 SNS를 통해 전해지는 폭력적인 소식들을 옮기기만 하지 말고 거리로, 현장으로 나가길 바란다. 2016년에는 국회의원 선거가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대로 ‘인간의 고통 앞에 중립적이지 않는 자비로운 사람들’이 정치권으로 가길 바라본다. 



[필진정보]
현이동훈 (안토니오) : 가톨릭 아나키스트로 아나키즘과 해방신학의 조화를 고민하며 실천하고 있다. 장애인 인권과 생태주의에도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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