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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대포 대자보 의대생, 경찰출석 요구 받아
  • 최진 기자
  • 등록 2015-12-11 14:36:25
  • 수정 2015-12-11 14:4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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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구급차를 향해 물대포를 쏜 것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의사단체를 비판한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고은산 씨가 경찰의 출석요구를 받았다. 이에 고 씨는 경찰이 출석요구서와 벌금으로 대학생들을 경제적·심리적으로 압박해 집회 참가를 위축시키려는 조처가 아니냐고 지적했다. 


한겨레 10일 보도에 따르면 고 씨는 지난 8일 오전 원주경찰서에서 경찰출석을 요구받았다. 고 씨의 말에 따르면 원주경찰서 경찰관계자는 통화에서 “고은산 씨가 맞느냐? 민중궐기 집회에 참여하신 것 때문에 전화를 드렸다. 집회에 참석했느냐”고 물었다. 


고 씨가 대답을 거부하자, 담당 수사관은 “집회 현장에서 채증 사진이 찍혀서 얼굴 판독이 됐다”라며 “채증 사진이 본인이 아니면 참고인이 될 수도 있다. 공식적으로는 피의자 신분으로 부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 씨가 경찰에 출석 요구서를 요청하자, 담당 수사관은 “출석 요구서를 발송하면, 출석 일자를 임의로 설정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경찰관계자는 “집회에 참여한 고은산 씨의 모습이 현장 카메라에 채증 됐고, 수사 과정 중에 페이스북 등에 올려진 대자보 내용 등으로 집회 참석 여부가 확인돼 사실관계를 조사하기 위해 내사자 신분으로 출석을 요구하게 됐다”며 “일반교통방해 혐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해 고 씨는 “집회 참여 당시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얼굴이 가려졌는데, 어떻게 얼굴 판독이 가능한지 의문”이라면서 “14일 집회 참여 당시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안경을 잃어버려서 인도로 빠져나와 있었다”고 의아해했다. 경찰이 채증 사진으로 얼굴을 판독했다는 주장이 사실이 아닐 경우, 고 씨는 대자보 때문에 경찰의 출석요구를 받게 된다. 


고 씨는 “최근 경찰이 알바노조 회원들과 대학생들을 무리하게 연행하거나 잇달아 출석 요구서를 보내 수사하는 것 같다”며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대학생들에게 벌금을 물리거나 출석 요구서를 보내 심리적으로 압박한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고 씨는 원주시민연대 관계자와 함께 다음 주 중에 경찰에 출석할 예정이다. 


고 씨는 지난달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의협·대전협·의대협을 비롯한 모든 의사 선배님들께 묻습니다’라는 제목으로 대자보를 올렸다. 그는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경찰이 부상자를 치료하기 위해 출동한 구급차를 향해 물대포를 조준 사격했다며, 의사단체들이 의료 존엄을 지키기 위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 씨는 “경찰은 호송되고 있는 환자와 열려 있는 구급차 뒷문 안을 향해 최루액이 담긴 강한 수압의 물대포를 직사로 쏘았다”라며 “경찰이 구급차를 조준하여 사격한 것이다. 경찰이 현장에서의 구호 활동을 방해한 것뿐만 아니라 이를 공격한 것은 유례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의료의 윤리와 양심과 긍지와 역사가 짓밟힌 사건이 일어난 지 일주일이 되어가는 동안 의사 단체들은 어떠한 논평이나 보도 자료 하나 내지 않은 채 침묵하고 있다. 이것이 대한민국 의사의 참모습이냐”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 수가를 논하고 의료규제 기요틴을 말할 땐 국민의 관심과 힘을 호소하던 우리가 정작 환자와 의료진에게 행해진 폭력에 입을 닫는다면 우리는 무슨 낯으로 국민과 환자를 마주 보겠는가”라며 “고개를 들어 의료의 존엄을 위해 행동하자. 이런 일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정부‧경찰당국‧의협‧의대협에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아울러 집회현장 내에서 경찰과 시위대를 포함한 모두가 신속하고 알맞은 응급의료를 받을 수 있는 지원체계 마련을 요구하는 데에도 함께하여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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