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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공으로 내몰린 사람들, 언제까지 노예인가
  • 최진 기자
  • 등록 2015-11-12 15:33:42
  • 수정 2015-11-12 17:4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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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공농성 중인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심경을 10일 ‘민중의소리’를 통해 밝혔다. 이들은 기업으로부터 노예처럼 착취를 당하는 노동자들의 처우가 개선돼야 하며, 열심히 일한 만큼 대우와 보상을 받는 노동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풀무원 사태로 18일째 고공농성 중인 유인종 씨는 “절박함을 알리기 위해 광고탑에 올라왔다. 파업을 시작한 지도 2달이 다 돼 가는데도 회사 측은 어떤 답변도 없고, 더는 할 수 있는 게 없어 고공농성을 결심했다”며 하루에 13~15시간을 도로에서 보내고 물량 변동 때문에 매일 심야 대기를 해야 하는 화물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을 설명했다. 


▲ 풀무원 화물 노동자 연제복씨와 유인종씨는 여의도 파천교 광고탑에서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사진출처=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유 씨는 “우리의 요구는 ‘일한 만큼 보상해 달라’는 간단한 것이다. 세계적 기업이라고 자부하면서 뒤에서는 노동자를 노예처럼 여기는 만행을 멈춰야 한다”며 “이는 풀무원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 땅의 모든 노동자가 겪고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SNS를 보면서 이 시대 노동자들이 정말 힘들게 산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래서인지 노동자들의 분노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는 것 같다. 혼자 싸우는 것보다 함께 싸워야 한다. 함께 힘을 모아 노동자의 권리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노동자는 기업의 노예가 아니다. 기업은 노동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곳곳에서 벌어지는 투쟁이 노동자들의 권리를 찾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민중총궐기를 통해 노동자·서민의 목소리가 정치권과 기업 등에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올해로 21년째 풀무원에서 일하고 있는 유 씨는 풀무원 소속 화물 노동자였지만, 2000년 중반부터 운송 업무를 담당하는 ‘엑소후레쉬’ 계열사의 노동자가 됐다. 풀무원 화물 노동자 연제복 씨와 유인종 씨는 풀무원 파업 50일째인 지난달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30m 높이 광고탑에 올랐다. 이들은 풀무원이 노조 탄압을 중단하고 노사 합의서 이행 등을 요구하며 파업투쟁을 하고 있다. 


기아차 사태로 153일째 고공농성 중인 한규협 씨는 우리나라 노동자 중 절반 가까이가 비정규직으로 일하며 착취를 당해도 피해가 두려워 어떠한 저항도 할 수 없는 상황을 지적했다. 그는 “‘사내하청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는 수단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대우받고 일하느냐의 문제다. 그래서 우리 싸움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승리할 때까지 내려가지 않겠다는 마음가짐도 여기서부터 생겼다”고 밝혔다. 


▲ 기아차 사태로 국가인권위원회 옥상 광고탑에서 고공농성 중이다. (사진출처=노동과세계 ⓒ 변백선 기자)


그는 “박근혜 정부가 올해 안에 마무리 짓겠다고 밝힌 ‘노동 개악’도 우리와 다른 문제가 아니다. 노동자·서민의 목소리를 전하기 위한 민중총궐기가 잘 성사돼야 우리 문제도 잘 풀릴 것이라 생각한다. 민중총궐기가 박근혜 정부의 노동 개악을 막아내고, 노동자가 인간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세상을 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이날 많은 사람이 모여 정권과 재벌기업 등에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는 집회가 되길 바란다. 많은 사람이 모이면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봤으면 좋겠고 농성장 위에서 응원하겠다”고 덧붙였다. 


민주노총 기아차지부 화성지회 사내하청분회 대의원 최정명 씨와 한규협 정책부장은 지난 6월 ‘사내하청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촉구하며 무기한 고공농성에 들어갔다. 2014년 9월 서울중앙지법은 기아자동차 전 생산 공정의 사내하청을 불법 파견이라며 ‘비정규직 노동자 460여 명을 정규직으로 인정하라’고 판결했지만, 기아차는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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