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기간제 교사의 순직 인정을 촉구하는 오체투지가 7일 서울 조계사 대웅전에서 세종로 정부 종합청사 앞까지 진행됐다. 이번 3차 오체투지는 세월호 참사 당시 아이들 곁을 지키다가 숨진 김초원, 이지혜 교사의 부친들도 동참했다.
오체투지는 이마와 양 팔꿈치, 양 무릎 등 신체의 다섯 부위를 땅에 붙이며 순례하는 불교의 수행법이다. 양한웅 조계종 노동위원회 집행위원장은 “불교 의식의 하나인 오체투지에 신부님과 목사님들이 세월호 기간제 교사의 순직 인정을 촉구하기 위해 기꺼이 함께하겠다고 밝혀왔다”고 말했다.
이날 오체투지에는 대한불교조계종 노동위원회와 천주교 서울교구 노동사목위원회, 기독교교회협의회 노동인권센터 등 3대 종교의 노동·인권 단체와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 쌍용차·금속 노조원 등 50여 명이 동참했다.
공무원연금공단은 “공무원연금법 시행령에 따라 인사혁신처장이 공무원으로 인정해 준다면, 순직 공무원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인사혁신처는 두 기간제 교사의 순직 인정을 거부하고 있다.
양 위원장은 “두 선생님 모두 4년 동안 담임을 맡으면서 아이들을 가르쳤고 죽음의 순간에는 아이들 곁으로 가서 함께 했다. 그런데 단지 기간제 교사라고 해서 죽음에 차별을 두는 상황을 누가 받아들일 수 있겠나. 국민의 정서와 국민의 상식을 벗어난 이 상황에 대해 인사혁신처장과 정부는 답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초원 교사의 부친 김성욱씨는 “이제는 오체투지 말고는 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돈이나 다른 것은 바라지도 않는다. 순직을 인정하는 것은 내 아이의 죽음에 대한 명예의 문제이며 이제는 가장 중요한 요지이다. 인사혁신처장은 이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순직이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고 국회 여·야, 경기도 교육청까지 인정한다. 내 자식의 죽음이 순직으로 명예라도 회복했으면 한다. 초원이에게는 동생이 있는데 그 동생이 나중에 커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 아이의 고모가 순직으로 명예롭게 죽었다는 것과 아닌 것은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지혜 교사의 부친 이종락씨는 “처음으로 오체투지를 했지만 몸 보다는 마음 아픈 것이 더 힘들었다. 천국에 있는 우리 딸들이 아빠의 이 모습을 보면 마음이 어떨지, 그런 생각을 하니 내 마음이 더 아팠다. 순직처리로 우리 딸들의 명예를 살리기 위해, 아버지로서의 마지막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라며 끝내 울음을 터트렸다.
천주교 서울교구 사목위원회 정수용 신부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임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이란 이유로 차별하는 것은 이 시대 노동자들의 차별을 극명하게 보여준다”며 “탈출이 쉬운 5층에 있었지만, 아이들에게 내려가 학생들을 다독이고 위로했던 선생님의 거룩하고 숭고한 죽음이 차별받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또 “타인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희생한 선생님들을 위로하지는 못할망정 이를 왜곡하고 있는 정부를 규탄한다. 오체투지를 하면서 사제서품식 이후 스스로가 얼마나 엎드려 살았는지, 세상의 고통에 교회가 얼마나 함께했는지 생각했다”고 말했다.
예수회 조현철 신부는 “상식적으로 따질 것이 있고 따지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아이들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놓았는데, 비정규직이나 기간제 교사를 따진다는 것은 누가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 것이다. 이것은 돈 문제가 아니라 인간 생명의 근원적인 문제이다”고 말했다.
이창근 쌍용차지부 기획실장은 “세월호 문제를 기간제 교사로 바라보는 것 자체가 상식을 벗어난 것이다. 이것은 공무원의 경직성 문제가 아니라 세월호를 대하는 정부의 견해를 보여준다. 또한, 유가족들이 자식의 죽음을 인정해 달라고 호소하게 만드는 기간제 교사제도 자체를 손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종교계와 노동·인권 시민단체는 두 교사의 순직 인정을 촉구하며 다음 달 16일 광화문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또한 여·야 대표자 면담 등을 통해 두 기간제 교사의 순직 인정 촉구를 위해 지속적 연대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