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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그리스도인들의 얀 후스 화형 600주년 행사
  • 이종실 목사
  • 등록 2015-09-30 10:35:00
  • 수정 2015-09-30 13:2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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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라하에 있는 얀 후스 동상 (사진출처=위키피디아)


지난 7월 5-6일에 열린 체코신학자이자 교회 개혁자 얀 후스(Jan Hus, 1370-1415) 화형 600주년 기념행사는 체코 사회가 후스가 던진 진리(Pravda)에 대한 주제를 깊이 숙고하는 기회가 되었다. 체코 역사가들은 얀 후스를 첫 번째 종교개혁자라고 이야기를 한다. 


영국 신학자 위클리프 (John Wycliff, 약 1320-1384)의 영향을 받았고, 중세 신학과 경건의 상황에 깊이 뿌리를 내린 후스의 가르침은 21세기 초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삶을 위한 직접적인 안내서로 삼기 어렵다. 


얀 후스의 가르침 중 하나인 진리의 근거는 길과 진리와 생명이신 예수 그리스도(요 14:6)이며, 성경은 그에게 하나님 말씀으로서의 권위였으며, 그리스도교 공동체와 그의 모든 활동들의 근거였다. 그러나 그의 사상과 삶의 방식은 당시 통치계층의 정통주의자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얀 후스는 이단으로 화형을 당하게 된다. 


기독교 역사는 얀 후스의 경우처럼 성경과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고백이 그리스도인들로 하여금 서로 신뢰와 도움을 주는 공동체의 길로 안내를 하지 않았던 경우들을 보여준다. 심지어 체코인들은 같은 신과 성경에 근거한 신앙 고백과 확신들이 서로 삶을 피폐시키는 종교 전쟁까지 일으킬 수 있음을 경험하였다. 


중세시대의 이러한 역사적 경험은 지금까지 체코인들의 트라우마이며, 그리스도교가 소수(가톨릭 10%, 개신교 1%)로 존재할 만큼 체코 사회의 반기독교적 분위기의 요인이 되어, 체코 종교학자들과 사회학자들이 지적하고 있을 정도로 지금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후스의 가르침은 각 시대마다 새롭게 조명되었다. 1918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으로부터 해방되어 체코 슬로바키아 독립국가를 만든 체코인들에게는 체코 민족주의를, 사회주의의 체코인들에게는 사회혁명을, 그리고 공산주의 체제가 무너진 1989년 이후 자유민주체제 아래에서 체코 민족은 이번 얀 후스 화형 600주년에서 높은 도덕과 윤리적인 교회와 사회의 회복을 각각 조명하였다. 특별히 교회가 사회를 향해 도덕과 윤리를 강조할 때 자신의 분열 문제에 대해 눈을 감고 지나갈 수 없을 것이다. 


이번 600주년 행사를 주관하고 얀 후스의 가르침을 추종하는 체코 개혁파들의 후예들인 체코 개혁교회는, 특히 교회 분열의 문제에 대해 의식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의 전통 즉, 후스파 운동의 신학과 예전의 신앙유산은 영어의 ‘unity’ 또는 ‘integrity’ 그리고 한자어로 ‘團’ 즉 ‘모으고 뭉친다’는 뜻을 가진 ‘예드노타(Jednota)’를 강조하였다. 


그 예로 당시 소수의 지식인들만이 사용하던 교회 언어인 라틴어 대신 민족언어인 체코어 사용을 함으로써, 라틴어를 모르는 평신도들에게도 복음을 들려주어 모두가 함께 참된 그리스도인이 되자는 주장이었다. 후에 제2차 바티칸공의회와 로마 가톨릭 교회가 이러한 실천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떡과 잔을 모두 평신도들에게 돌려주자는 주장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므로 후스 화형 600주년을 기념하는 체코 개혁교회에게 후스의 가르침인 에큐메니즘 (οἰκουμένη)을 자신의 상황에서 해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분열의 극복이 교회의 높은 도덕과 윤리 회복의 문제와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체코 프로테스탄트 교회는 600주년 행사를 위해 가톨릭을 포함한 ‘에큐메니칼 체코 준비 위원회’를 구성하였고, 프로테스탄트 교회의 입장에서 후스의 종교개혁을 영웅적으로 묘사하려고 하지 않았다. 형제인 가톨릭교회가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체코 프로테스탄트 교회와 가톨릭교회 사이의 역사적 장벽은 무너졌다. 이 땅에서 이미 20년을 넘게 살아오고 특별히 후스의 후예들인 체코 프로테스탄트 교회 안에서 일하고 있는 필자는 교회간의 갈등을 전혀 느끼지 못하였다. 


진보적인 그리고 보수적인 개신교 목사들의 글이 가톨릭 언론에 실리고, 체코 프로테스탄트 교회 교인들은 템플턴 상을 받은 교수이자 사제인 토마시 할릭(Tomáš Halík)의 강연과 강론을 환호하며 반기고 있다. 후스 순교 600주년과 관련된 행사에 어김없이 가톨릭 인사들이 참여를 하였다. 


이미 요한 바오로2세 교황은 1999년 12월 18일 체코 민족과 개혁교회를 향해 “분쟁과 분열의 요인이 되었고 영혼에 깊은 상처를 남긴 얀 후스의 참혹한 죽음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하였다. 그리고 금년 얀 후스 화형 600주년 행사를 20일 정도 앞둔 6월 15일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청에서 체코 ‘에큐메니칼 후스 준비 위원회’를 접견한 후 화해와 용서의 전례를 하였다. 


이 자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후스 재판, 그의 가르침과 영향과 활동에 대해 깊은 연구를 지속하여 “이 연구를 통해 역사적 진리가 체코 민족을 넘어서 모든 그리스도인들과 온 세상에 중요한 섬김이 되게 하겠다”고 하였다. 이번 얀 후스 600주년 행사를 통해 체코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 교회는 역사적 화해가 무엇인지 실천적으로 세상에 증언하였다.   


체코에서 소수파인 체코 교회들에게 후스 600주년의 의미는 종교개혁자의 이미지 보다 기독교인으로서의 후스를 통해 교회의 가르침의 근거인 복음의 기쁨과 희망을 체코사회에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래서 얀 후스의 화형 600주년 기념행사를 ‘얀 후스 축제’로 열었다. 양 교회는 복음만이 오늘날 시대의 희망이 될 수 있음을 전하고 싶었던 것이다.




[필진정보]
이종실 : 숭실대 사학과 졸업, 장로회신학대학 신대원 졸업했으며 영국 셀리옥 대학 선교학 전공, 현재 체코형제개혁교회 전체교회를 위한 설교목사 (대한예수교장로회 체코 선교사)이다. 「체코종교개혁자 얀 후스를 만나다 (토마시 부타, 2015, 동연출판사)」를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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