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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어머니를 사랑하듯 가난을 사랑하라”
  • 이상호 편집위원
  • 등록 2015-09-22 09:49:32
  • 수정 2015-11-26 18: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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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은 20일 하느님은 가난한 교회를 사랑하시고 원하신다며, 어머니를 사랑하듯이 가난을 사랑하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사람을 용서하는 데 싫증내지 말고, 자비를 보이는데 주저하거나 꺼리지 말라고 당부했다.

 

교황은 이날 쿠바 방문 이틀째를 맞아 아바나 성당에서 수백 명의 사제, 수녀, 신학생을 상대로 한 기도회에서 미리 준비한 원고를 제쳐두고 이같이 말했다.

 

교황은 부는 우리를 가난하게 만든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장 좋은 것을 빼앗아 우리를 가난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반면 가난의 정신은 예수님을 따르기 위해 모든 것을 버리는 정신이다가톨릭교회는 부를 포기하고 가난의 정신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력히 주문했다

 

그는 성직자들은 돈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가난한 사람과 약한 자를 돕는 데 더 노력해야 한다. 성직자들이 가장 작고, 가장 버림받고, 가장 아픈 사람들에게 예산과 관리를 집중하는 것을 잊어버린다면 좋지 않은 결과를 맞을 것이라며 교회로서는 나쁜 회계사가 좋다. 왜냐하면 그들이 교회를 자유롭고 가난하게 만들어줄 것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후 교황은 청년들과의 모임을 갖고, 청년들은 연대에 기반을 둔 희망의 길을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쿠바 청년들에게 꿈을 생생하게 간직하라며최선을 다하면 이 세상을 다른 곳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꿈을 꿔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실제 연설에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준비한 원고에서는 희망의 길을 발견하는 3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첫째는 그들의 정신적이고 도덕적인 전통의 기억을 끄집어내는 것이고, 둘째는 다른 사람과 함께 여행하는 것이며, 셋째는 연대하는 것이다.

 

교황은 또 원고에서 파벌에 따른 분열을 비판하면서, 성직자들에게 이견과 논쟁할 것이 있으면 앞에서 직설적으로 말해야지 뒤에서 험담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회에서 갈등과 이견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로 이는 교회가 살아있다는 신호라며, 다투지 않는 공동체는 서로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잃어버린 늙은 부부와 같다고 말했다.

 

교황은 앞서 아바나의 혁명광장에서 미사를 집전했다.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과 교황의 모국인 아르헨티나의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을 포함한 수 만 명이 참석한 미사에서 교황은 봉사는 절대 이념적이지 않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우리는 이념에 봉사하지 않고, 사람들에게 봉사한다며 행복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이념이 아니라 사랑과 봉사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리스도인들은 하느님의 뜻에 따라 항상 개인의 바람과 욕망, 권력 추구 의지 등을 한쪽으로 밀어두고 가장 취약한 이웃을 돌봐야 한다면서 이기주의에 유혹 당하지 않도록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또 50년째 이어온 내전을 종식하고자 콜롬비아 정부와 반군이 벌이는 평화 협상이 실패로 귀결되지 않도록 서로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교황은 자신과 같은 아르헨티나 출신 혁명가인 체 게바라의 얼굴을 형상화한 대형 조형물이 있는 혁명광장에서 스페인어로 미사를 집전했다.

 

이후 교황은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을 집으로 찾아가 만났다.

 

페데리코 롬바르디 교황청 대변인은 40분가량의 만남은 친밀하고 격의 없는 분위기에서 진행됐다고 밝혔다.

 

교황은 찬미 받으소서복음의 기쁨등 회칙과 신학 책 두 권 그리고 70년 전 카스트로 전 의장이 다닌 가톨릭 예수회 고등학교의 교사였던 아르만도 로렌테 신부의 책과 두 장의 강론 CD 등을 전달했다.

 

이에 카스트로 전 의장은 브라질의 대표적 해방신학자 프레이 베투 신부와 자신의 대화를 담은 책 '피델과 종교'를 답례로 증정했다. 베투 신부는 공식적 무신론 국가이던 쿠바에서 종교 담론에 대한 금기가 해제되는 데 큰 역할을 한 인물이다.

 

카스트로 전 의장은 베투 신부의 책에 '쿠바 국민의 존경과 경의를 담아'라는 문구를 써넣어 교황의 방문에 감사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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