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성당에서 죽음
붉은 꽃이 떨어져 내려
그 피가 바닥에 흥건히 고일 때까지
아주 잘생긴 꽃미남 청년이 자결 후
명동성당 교육관 4층 꼭대기서 뛰어내렸다
아 그 이름 잊을 수 없는 열사여
당신이 떠나고 없는 어둠뿐인 시대의 오후
저 망월동 망월묘역 달뜨는 그 밤에
당신은 통곡하며 울고 있어지
민주주의 사망선고 내린 패역무도한 친일파
그들이 나라를 망치고 있는 명동성당
열사의 피의 흔적이 지워진 십자가는
권력과 한 통속이 되어 비참해지고 있다
당신의 죽음 앞에
어쩔 수 없이 저 강을 건너야 하는데
그 이름도 잊혀져가는 세월만큼이나 안타까운
통일열사의 뜨거운 외침도 십자가는 외면하고
권력을 쥔 가진 자와 친일파들의 세상이 되었다
친일파 주교의 동상이 세워지고
친일파의 세상이 되었다
친일파들의 태극기 축제가 벌어진
서울거리 당신의 붉은 피가 솟구쳐 오르더니
독립운동가 자식이 얼마나 억울하게 살았는지
분신을 하는 세상이 되었구려
부산대의 교수가 뛰어 내려죽는 세상
아 당신은 떠나고 없지만
통일열사의 뒤를 이을 젊은이들이
살아있는 명동성당 그 밑바닥 아래
아주 작은 십자가 행렬이 지나는데
붉은 꽃은 다시 피어
뜨거운 조선반도 빛나는 십자가 못이
그대 심장에 꽂혀 빛나고
잊을 수 없는 열사의 이름을 다시 불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