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종로구 `별들의 집` (사진 = 10.29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2022년 10월 29일, 서울 이태원에서 발생한 참사로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평범한 가을밤, 친구와 연인, 가족과 함께 거리를 찾았던 사람들이 돌아오지 못했다. 그날 이후 네 번의 가을이 지났지만, 참사의 발생 원인과 당시 국가의 대응을 둘러싼 조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10·29 이태원 참사 4주기를 맞은 29일 오전 10시 29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정부 공식 기억식이 열렸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기억식에 참석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국가의 생명 보호 책임을 강조했다.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 공식 기억식에 직접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추모사에서 국가가 책임을 다했다면 이태원의 그날은 평범한 하루로 남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시는 국가의 부재와 방임으로 국민이 억울하게 희생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희생자 160명을 추모하는 이날 기억식에는 10개국에서 한국을 찾은 외국인 희생자 유가족 35명도 함께했다. 올해 추모의 주제는 '별들의 빛으로 진실로 향해'다.
4주기를 맞은 현재, 참사 원인에 대한 추가 조사와 피해자 지원, 재난 안전체계의 개선이 주요 과제로 남아 있다.
대통령의 약속, 진상규명과 책임 이행으로 이어져야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추모사에서 참사 당시 국가가 시민의 생명을 보호하지 못했던 현실을 돌아봤다. 가족의 생명을 국가가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이 무너졌다고 지적하며, 희생자들과 유가족에게 애도와 위로를 전했다.
대통령은 온전한 진상규명이 치유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지난 9월 특별법을 개정하고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 기간을 2027년 9월까지 연장한 것도 진실을 밝히고 재발 방지로 연결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비롯한 제도적 노력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유가족들이 지난 4년 동안 진상규명을 요구해 온 과정도 언급했다. 국가가 먼저 손을 내밀었어야 할 자리에서 오히려 유가족들이 오랜 시간을 견뎌야 했다며, 희생자의 존엄이 훼손되거나 유가족들이 다시 상처받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이러한 입장과 별개로, 참사 당시 관계기관의 대응에 관한 조사는 계속되고 있다.
대통령 지시 55분 지연…드러나는 재난 대응의 공백
참사 4주기를 이틀 앞둔 27일,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는 중간보고회를 열고 당시 국가 재난 대응체계의 문제점을 발표했다.
특조위에 따르면 참사 당일 행정안전부 상황실은 오후 10시 48분 상황을 인지했지만 이상민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첫 보고가 이뤄진 것은 43분 뒤였다.
오후 11시 21분 내려진 대통령 지시는 55분이 지난 이튿날 오전 0시 16분에야 관계기관에 전파됐다. 특조위는 당시 상황실에서 대통령 지시를 전파하면 행정안전부가 재난 대응의 주관 부처가 될 것을 우려하는 취지의 발언이 있었다고 밝혔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가동 시점에 관한 문제도 제기됐다. 당시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30일 오전 2시 30분은 실제 중대본 첫 회의가 열린 시각이 아니라 설치 결정을 위한 회의가 시작된 시각이었으며, 첫 회의는 오전 10시에 열렸다는 것이다.
경찰의 사전 안전관리 역시 충분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참사 당일 오후 10시 기준 이태원 일대에 배치된 경찰관 120명 가운데 49명은 마약 단속 담당 형사였으며, 인파 관리를 위한 경비기동대는 투입되지 않았다. 참사 전 압사 위험을 알리는 112 신고가 11건 접수됐음에도 적절한 현장 대응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됐다.
참사 이후 정부가 사용한 용어를 둘러싼 조사 결과도 공개됐다. 특조위는 이상민 당시 장관이 국가의 책임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을 우려해 '참사'와 '희생자'라는 표현을 각각 '사고'와 '사망자'로 변경하자고 제안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후 국무총리의 동의와 대통령 보고를 거쳐 용어가 정리됐다는 것이 특조위의 설명이다.
특조위는 오는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과 이상민 전 장관을 직접 조사할 계획이다. 현재 발표된 내용은 중간조사 결과로, 개별 책임자의 법적 책임에 대한 최종 판단과는 구분된다.
끝나지 않은 진상규명, 답을 기다리는 유가족들
이태원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 기간은 2027년 9월 16일까지 연장됐으며, 피해자 인정 신청 기한도 2028년 3월까지로 늘어났다.
특조위의 중간보고에서는 경찰과 소방, 행정안전부, 용산구 등의 대응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이 제기됐지만, 서울시의 사전 위험 인지와 대응, 관계기관의 지휘체계 등은 추가 조사 과제로 남아 있다.
유가족들은 참사의 발생 원인뿐 아니라 희생자들의 사망 경위와 참사 이후 피해자들이 겪어 온 고통까지 충분히 조사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 24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시민추모대회에서도 이러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참사가 왜 발생했고, 왜 예방하거나 구조하지 못했는지에 관한 온전한 진실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날 추모대회에는 유가족과 시민 등 1천500여 명이 참석했다.
참사의 희생자는 당초 159명으로 집계됐지만, 올해 6월 참사 당시 구조활동에 참여한 뒤 심리적 고통을 겪다 숨진 상인이 추가로 희생자로 인정되면서 160명이 됐다.
유가족들은 참사의 원인과 책임에 대한 설명뿐 아니라 피해 회복을 위한 지속적인 지원과 재발 방지 대책도 요구하고 있다.
달라진 안전대책, 현장에서도 작동할 수 있을까
참사 이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인파 밀집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관리체계를 보완해 왔다. 서울시는 올해 핼러윈 기간 안전관리 인력 3,271명을 투입하고 인공지능 기반 CCTV 361대를 활용해 인파 밀집 상황을 감시하기로 했다. 행정안전부도 이태원과 홍대 등 전국 28개 지역을 중점관리 대상으로 지정했다.
오는 12월 3일에는 재난 피해자의 권리와 국가의 안전 책임을 제도적으로 다루는 생명안전기본법이 시행된다. 다만 인력과 장비 확충이 실제 현장에서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지는 지속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위험 신호에 대한 신속한 대응과 관계기관 간 지휘·협조체계의 작동 여부가 주요 평가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태원 참사 이후 네 번의 가을이 지났다. 정부는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약속했고,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 기간도 연장됐다. 참사 당시 대응체계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새로운 조사 결과가 발표되는 한편, 재난 예방을 위한 법과 제도도 보완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기억식에서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것으로 국가의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특별조사위원회의 추가 조사와 정부의 후속 조치, 재난 예방체계의 개선이 이어질 예정이다.
참사 4주기를 지나며 진상규명의 결과와 피해 회복, 재발 방지 대책의 실효성이 주요 과제로 남아 있다.